기사 작성 : 2022년 11월 18일
기사 제목 : [윤석열 퇴진 23가지 이유 ③] 미국만 쳐다보다 나라 파탄 날 지경
세계 경제질서 급변은 몇몇 국제 전문가의 분석을 넘어 모든 국민이 알 정도의 현상이 되었다. 그만큼 변화된 세계 경제질서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안목과 철학이 절실한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국이 과연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성과 전략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 여전히 미국만 쳐다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 경제가 좀 어려워지겠구나’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 경제질서의 급변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세계 경제질서 변화의 바탕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놓여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온 문제라고 본다면, 세계 경제질서를 흔들고 있는 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그동안 G2라고 불리는, 일종의 미중 간 협력 질서를 폐기하고 중국 포위, 압박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공화당 트럼프 정권이든 민주당 바이든 정권이든 다르지 않다. 중국을 포위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후에도 포위와 압박의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지 않고서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중국 포위정책이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봐도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이며, 수많은 공장이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라고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원 역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들어가 있는 상품 수출을 막고, 첨단부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 공급망을 재편한다면서 자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최근의 일을 한가지 살펴보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0월 7일(현지 시각)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반도체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가진 칩(chip) 등을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에 올리고, 수출을 금지하거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시안공장), SK하이닉스(다롄공장)에 첨단 장비 투자가 어려워졌다.
물론 이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 등에는 해당 지침을 1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향후 중국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유예기간이 끝나면 허가·심사 기준과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미국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의 기술 수준을 미국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많이 알려진 인플레이션 감축법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미에서 생산한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약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중국산 배터리나 광물 사용도 금지된다. 현대차는 아직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이 갖춰지지 않았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 광물에 대한 의존이 상당히 크다. 국내 기업들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속된 말로 미국이 우리에게 아무런 혜택이 없는데도 ‘우리 편에 붙으라’라고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만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책 방향을 가져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쩔 수 없이 미국 편에 선다’라는 과거 보수 진영의 틀로는 결코 현 세계질서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만 믿고 줄을 섰다가 돌아오는 것은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 단절과 국내 기업의 막대한 피해뿐이다.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릴수록 한국에는 고용 문제도 발생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미국 편 줄서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포위정책에 적극 참여해왔다. 출범 초기에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칩4(한·미·일·대만 반도체 공급망 동맹) 참여를 공식화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선 최초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회담을 벌이기도 했다.
5월 한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국내 재벌의 미국 투자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105억 달러(약 13조 원)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그 이후 숱한 재벌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모습에서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인 철학과 정책 방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속에서 어느 한 편에 줄을 서는 것이 이득이 되는 정책인가. 양국 사이에서 외교를 하며 적절한 이득을 취하고 자국 내 경제구조를 탄탄히 다져나가는 것이 절실한 시기 아닌가.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실제 정책을 처음 구상대로 진행했는가 와는 별도로) 미중 간 균형 외교를 표방했다. 신남방정책이 대표적인데,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마저도 뒤집어 버리고 오로지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아세안과 G20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은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겠다며 “보편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 강화”를 언급했다. ‘자유’, ‘보편가치’를 중심으로 한 질서는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미국이 내세우는 소위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선언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게는 세계 경제질서에 대한 냉철한 대응, 국익 우선 경제·외교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뒤집는 것과 ‘신성한 한미동맹’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격동의 시기에 이런 대통령에게 계속 나라를 맡겼다간 기업도 국민의 삶도 파탄 날 뿐이다.
박영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