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8월 10일
기사 제목 : 전쟁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북한과 전쟁하자는 윤석열
오는 8월 22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질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하라”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강력한 맞대응을 경고한 가운데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난 5월 21일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북한을 겨눈 ‘핵공격 대비 연합훈련’, ‘전략무기 배치’, ‘확장 억제’를 구걸하다시피 했다. 이후 발표된 한미공동성명에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한미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을 자극, 적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선제타격”과 “원점타격” 같은 윤 대통령의 도를 넘는 발언도 미국을 믿고 꺼냈다고 볼 수 있다.
한미공동성명 이후 2~3개월 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중소규모 훈련을 잇달아 벌여 북한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전보다 훨씬 규모가 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지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전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시민사회에서는 ‘북한에 침략적·공격적인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2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한미연합훈련이 “방어적 훈련 성격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방어적 훈련이라는 말은 한미연합훈련이 침략적·공격적 훈련이라는 비판을 부정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장관이 제아무리 “방어적 훈련”이라고 해봤자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적·공격적 훈련이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전면전 계획이 담긴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 5015에는 ‘북한 선제타격과 ‘북한 점령’이 명시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장관은 8월 8일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상시전투 준비태세를 뜻하는 “파이트 투나잇(오늘 밤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다)”을 외치기도 했다.
또 주한미군 측에서도 2022년 8월 기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미연합사령부를 ‘전투사령부(warfighting headquarters)’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투사령부인 한미연합사가 벌이는 모든 훈련 또한 당연히 전투를 가정한 침략적·공격적 훈련이라고 봐야 한다.
국가총력전, 전시 체제…전면전 작정했나?
한미 양국은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13일 동안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을 벌이기로 확정했다. 기존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서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로 명칭을 바꾸고 훈련 규모를 확대, 북한을 겨눈 무력행사를 강화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방현안 업무보고’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북한과의 전쟁 시 초기대응을 가정한 위기관리연습 1부, 전쟁을 가정한 연습 1·2부로 나눠 진행된다. 이 가운데 위기관리연습은 정식훈련 전 벌이는 일종의 예비 훈련이다.
이번에는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위기관리연습이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된다. 위기관리연습의 주된 내용은 전쟁 발발 시 정부 기관의 초기대응, 한미 양국의 공동위기관리다.
이후 8월 22일부터는 북한과의 전쟁을 가정한 본격 훈련이 이어지게 된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는 격퇴, 방어를 내건 국가 총력전 1부 연습이 실시된다.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하는 2부 연습에서는 수도권 안전 확보를 명목으로 한 역공격 및 반격 훈련이 진행된다. 모두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한 훈련이다.
연대급 이상 병력이 동원되는 이번 훈련에서는 ‘실전에 가까운 기동훈련’도 벌어질 예정이다. 국방부는 연합과학화 전투훈련, 연합공격 헬기사격훈련, 연합해상 초계작전훈련 등 11개에 이르는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방부가 내건 ‘국가총력전·전시 체제’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부 주도로 전쟁에 온 힘을 쏟겠다는 취지다. 국민 대부분은 전쟁을 동의하지 않는데 제멋대로 전면전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을 적이라고 규정하며 선제타격, 점령을 들먹이는데 가만히 잠자코 있을 상대는 없다. 당장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인 통일신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전면 핵전쟁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일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상대가 감행한 도발의 강도, 대결의 도수(수위)에 비례한 상응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한미 양국은 오는 9월 중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위험천만한 미국 전략무기가 조만간 한반도 인근 바다, 하늘로 들어올 가능성도 커졌다.
인조보다 무모하고 무능한 윤석열
윤석열 정권에서 북한을 적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위험성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군 당국은 내년 봄 상반기로 예정된 한미연합 해병대 상륙훈련(쌍룡훈련)에서 ‘평양 진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16년 포항 앞바다에서 실시된 쌍룡훈련에서는 한미 해병대 1만 2,000여 명과 군함 30척, 군 항공기 70여 대가 투입된 바 있다.
당시 훈련에서는 북한 해안가에 기습상륙·평양 진격을 가정한 실전 훈련이 벌어졌고 북한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내 “전격적인 초정밀 기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매우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에 실시될 쌍룡훈련은 북한을 겨눈 적대적 성격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당연히 이전보다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훈련은 어디까지나 훈련일 뿐 전쟁을 벌이자는 얘기는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돌아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적대적 군사훈련이 과열된 끝에 결국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
지금은 한반도에서 우크라이나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시기다.
최근에는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사실상 대중국 병참기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아 중국에 도발했다. 그러자 중국 해군이 8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대만을 4겹으로 포위해 맞대응하면서 전쟁 위기가 크게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8월 5일 주한미군 기지에 있던 미국의 U-2 정찰기가 대만해협으로 향한 것이다. (권혁철, 중국 ‘대만해협 봉쇄’ 때 오산 미군기지에서 U-2 정찰기 발진, 한겨레, 2022.8.8.)
실시간 항적 추적 전문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오산 미군기지에서 날아오른 U-2 정찰기는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대만해협 방향으로 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찰기의 출발지가 주한미군 기지였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국을 미국에 협력한 것으로 간주해 맞대응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돌아보면 16대 왕 인조는 무작정 망해가던 명나라를 숭배하다가 아무런 대책도 내지 않았고 두 차례나 후금의 침략을 받았다. 그 결과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노예로 끌려간 백성이 최소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오늘날 무턱대고 ‘저무는 해’ 미국에 기대며 전쟁 위기를 높이는 윤 대통령은 인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물폭탄이 수도권에 떨어진 뒤에도 줄곧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재난 상황조차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전쟁을 운운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는 윤 대통령과 미국에 의해 언제라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시대를 살고 있다. 북한을 적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지면 한반도 전역이 걷잡을 수 없는 비상사태, 준전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몹시 크다.
현재 노동자, 대학생 등 각계각층에서 “전쟁 반대, 미국 반대”를 힘껏 외치는 통일선봉대가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이다. 통일선봉대 활동은 오는 8월 13일까지 이어진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할 뿐이다.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