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6월 28일
기사 제목 : [파국을 부르는 한미정상회담 결과] IPEF 참여는 대한민국 자멸의 길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IPEF
지난 5월 20~22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많이 언급된 용어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5월 23일 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설했다.
IPEF는 ▲핵심 소재 및 산업(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디지털 경제 ▲무역 원활화 ▲탈탄소‧청정 에너지 ▲인프라 ▲노동자의 권리 등을 논의하는 경제협력체이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피지 등 14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IPEF를 처음 제안했다. 그리고 미국은 올해 2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중국 봉쇄를 명확히 하면서 경제 분야에서 IPEF를 구축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혔다.
미국이 IPEF를 만든 것은 중국 때문이다.
IPEF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었다.
RCEP에는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등 15개 국가가 참여했다. RCEP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32%에 해당하는 26조 2,000억 달러, 교역량은 전 세계 29%를 차지하는 5조 6,000억 달러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은 올해 1월 발효된 RCEP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은 RCEP에 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 질서를 구축하려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TPP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중심축으로 삼기로 TPP 참가국들과 합의했으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면서 TPP를 탈퇴했다.
트럼프가 TPP를 탈퇴하면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지역 무역 질서 구축이 표류한 가운데, RCEP는 이 자리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IPEF를 만든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은 ‘인도·태평양 통상-안보 환경의 변화: 자유무역에서 공급망 경쟁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통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IPEF는 RCEP 출범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미국이 내민 비장의 카드”라고 주장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5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권을 차단하고 서구 결속력을 강화해서 궁극적으로 중국 도약 또는 중국 부흥을 억제하겠다는 서방 동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은 IPEF를 만들면서 대중국 포위망을 복합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국의 이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이다. 블링컨 장관은 5월 26일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IPEF, 쿼드 정상회의, 오커스 등의 협의체가 경제 분야, 안보·군사 분야에서 중국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는 전략적 협의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멸의 길을 택한 윤석열 정부
각계는 윤석열 정부의 IPEF 참여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5월 20일 “IPEF 참가국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으로 알려졌다. 모두 다 매우 미국과 가까운 나라들”이라며 “(IPEF에 참여하면) 종속적인 한미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도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섣불리 미국 편에 서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전쟁 위기를 높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5월 23일 한겨레가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평가 좌담회에서 “미중 전략 경쟁 속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이슈별로 맞춤형 소다자 연합체를 중첩적으로 만드는 이른바 ‘비스포크’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 쿼드, 오커스, 그다음이 IPEF”라면서 “IPEF가 나중에 중국 봉쇄 쪽으로 가게 되면 어떻게 할 건가? 잠재적인 시한폭탄 같은 요소들이 있는데, 너무 쉽게 ‘자동문’처럼 열어줬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진보연대는 5월 24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미국 주도의 배타적, 대결적 진영 형성에 한국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이번 합의는 정치, 군사, 경제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신냉전 대결의 최전방으로 한국을 내모는 자해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한국이 미국의 새로운 경제 질서에 편입되어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의 교란과 함께 대중국 무역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5월 25일 통일뉴스 기고 글에 “한국 정부가 IPEF에 창립 멤버로 참여함에 따라 지난 30년 동안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분열을 자초하게 되었다”라면서 “향후 한중관계는 불확실하고 중국의 대한국 경제보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한국 정부의 대중 ‘균형 외교’의 종말을 고하게 된 점이 심히 불안하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IPEF 참여로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버리고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근혜를 비롯한 보수 정권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경제는 중국(경중)’을 유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아예 오로지 ‘미국’ 중심을 선언하면서 대중국 포위망에 합류한 것이다.
IPEF 참여로 대중국 포위망에 합류한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저버리고 자멸의 길을 택한 것과 같다.
먼저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은 수출의 25.3%, 수입의 22.5%를 차지하는 한국의 교역국 1위이다.
여기에 한국은 핵심 수입 품목 75.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5월 30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경제 산업 핵심 물자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관리가 필요한 핵심 수입 품목’ 228개 중 중국산 품목이 172개로 75.5%이다. 관리가 필요한 중국산 핵심 수입 품목은 전기제품, 기계 및 컴퓨터, 철강, 유·무기 화합물, 유리, 의료용품, 비철금속 등 산업용 원자재 등이었다.
그리고 202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 배터리의 중국 의존도는 93.3%에 달하고 있다.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에 들어가는 배터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중국이 없으면 정상적인 배터리 수급이 불가능하다. 만약 중국이 한국에 배터리를 수출하지 않으면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 공장은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요소수 대란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의 4대 소재 가운데 하나인 음극재는 83%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외 소재인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도 각각 60% 이상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뿐만 아니라 의약품, 의약 원료품의 중국 의존도는 2020년 기준 52.7%다. 일본(34.2%)과 미국(31.2%)의 중국 의존도보다 1.2~1.3배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중 행보에 중국이 반발해 주요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 전반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교,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공급망이 군사·안보와도 연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블록 내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면서 군사·안보 차원의 공급망도 유지하고, 상대 블록이 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형태”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창준 한신대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는 5월 25일 통일뉴스 기고 글에서 “IPEF 참여는 한중 경제관계의 폭력적 단절을 의미한다”라면서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경제 안보’라는 새로운 용어”라고 썼다. 그러면서 “경제도 안보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니만큼 중국 중심 경제 관계에서 탈피하여 미국 중심 경제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는 논리이다. 공급망 동맹으로 불리든, 경제 안보로 불리든 이제 중국 포위 봉쇄를 위한 미국의 대한 정책은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국의 IPEF 참여가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배치, 쿼드 참여 등을 이미 말한 바 있기에 미국의 군사 분야 대중국 포위망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쿼드 정상들은 6월 24일 ‘해양 영역 인식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 Indo-Pacific Partnership for Maritime Domain Awareness)’ 계획을 발표했다. IPMDA의 핵심은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견제하고 해양 분쟁 유발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인공위성, 무인기, 자동 식별 주파수 기술 등을 활용해 실시간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수집된 정보를 동맹국 간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해양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은 6월 27일 쿼드의 해양 감시 체제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개념’ 채택을 통해 중국 영향력 확장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새로운 ‘전략개념’에 동의하게 되면 대중 전선에 앞장서는 돌격대 역할을 자처하는 꼴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중국과 경제 분야를 넘어서 외교, 군사적으로 대립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빌미로 한국에 다양한 군사 장비를 배치하면서 한국을 전초기지화할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전쟁에 휘말릴 확률이 매우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인 IPEF에 윤석열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군사 분야에서 충돌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대결, 미러 대결을 격화하며 신냉전을 형성하려는 미국에 줄을 서며 일방적인 편들기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서 스스로 파국의 길을 선택한 것과 같다.
김영란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