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6월 03일
기사 제목 : [서문] ‘이민위천’과 ‘사회주의 대가정’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계시고 인민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시었으며 숭고한 인덕정치로 인민들을 보살피시고 이끄시어 온 사회를 일심단결된 하나의 대가정으로 전변시키시었다. [서문9]
앞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 건설 ‘업적’을 소개하였다면 이 부분은 업적의 요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왜, 어떻게 그런 ‘업적’을 이루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이민위천’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책인 『관자』에 나오는 문구로 ‘백성을 하늘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김일성 주석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민위천’, 인민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이것이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었다. 인민대중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믿고 그 힘에 의거할 데 대한 주체의 원리야말로 내가 가장 숭상하는 정치적 신앙이며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한생을 인민을 위하여 바치게 한 생활의 본령이었다”라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은 해방 후 간부들에게도 이민위천을 강조하였다.
특히 사회주의에서는 세도와 관료주의를 경계해야 하며 이를 몰아내는 투쟁을 쉼 없이 벌여야 한다고 하였다. (편집국, 「이민위천의 원리적 기초」, 현장언론 민플러스, 2021.4.18.)
관료주의를 경계하며 이민위천을 실천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이 선택한 방법은 ‘현지지도’였다.
김일성 주석은 “스스로 세운 ‘이신작칙’의 원칙에 따라 방방곡곡을 누비며 현지지도를 다녔”으며 “광산에 가서 광물을 캐려면 어떤 도구를 써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청산리농장이나 대안기계공장에 이르기까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일”했다고 한다. (서대숙, 『현대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 을유문화사, 2000.)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0년 1월 1일 조선노동당 및 정무원 책임일꾼들과 한 담화 「당사업과 사회주의건설에서 전환을 일으켜 1990년대를 빛내이자」에서 “당일꾼들은 언제나 군중 속에 들어가 군중에게서 배우며 군중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것을 습성화하여야 하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것을 가장 큰 영예와 보람으로 여겨야 한다”라면서 당시 군대에서 사용하고 있던 ‘조국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를 당일꾼들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란 구호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편집국, 앞의 글)
미국의 저명한 원로언론인인 문명자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늘 간부들에게 “‘인민’들이 뭐라고 하겠소?”라고 물었다고 하였다.
이 말은 모든 일의 기준을 국민으로 놓고 국민이 좋아하면 좋은 것이고, 국민이 싫다면 싫은 것으로 국민의 요구를 절대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명자, 「내가 본 김정일 총비서」, 서울신문, 2000.5.19.)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이민위천을 구현함으로써 일심단결을 실현하고 온 사회가 대가정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온 나라에 덕과 정이 차넘치고 나라가 덕과 정으로 화목하고 전진”하는 게 바로 ‘사회주의 대가정’이라고 하였다.
북한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동지애’와 ‘의리’로 뭉쳐 서로 돕고 이끌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이상적인 ‘대가정’으로 보는 듯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를 모심으로 하여 우리 공화국은 부강하고 자주적인 국가건설의 근본적이며 중핵적인 과제를 훌륭히 해결한 세계에 유일무이한 국가실체로 빛을 뿌리게 되었다. [서문10]
이 부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 건설 ‘업적’에 대한 결론이다.
다음부터는 통일 문제와 대외 사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