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5월 06일
기사 제목 : 일본·미국에 기는 ‘사대·매국의 지침서’ 윤석열
독도 도발에도 침묵하는 ‘윤석열표 한일관계’
지난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단이 일본을 찾았다. 윤 당선자 측이 다른 국가에 특사 성격의 정책협의단을 보내는 건 미국에 이어 일본이 두 번째다. 윤 당선자가 한미관계에 이어 한일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책협의단에 소속된 인사 7명의 면면은 ▲‘일본 자민당 정부는 한국의 정권교체를 바란다’라고 한 김석기 국힘당 의원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서 대일 협상 실무를 맡았던 이상덕 전 싱가포르 주재 대사를 비롯해 친일 인사들로 빼곡하다. 이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비롯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 같은 일본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주시해 볼 만한 분석이 있다. 지난 4월 27일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정책대표단이 강제징용 배상 등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 일치하고 일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확인됐기 때문에 기시다 수상과도 만났다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가 일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정책협의단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 4월 27일 니시니혼신문에 따르면 정진석 한일정책협의단 단장은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측에) 나쁘게는 하지 않는다. 약속할 수 있다”라고 특별히 강조했다. 윤석열 차기 정권에서 ▲위안부합의 이행 ▲조선인 강제동원 부정으로 대표되는 일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케 하는 발언이다.
뒤이어 지난 4월 28일 입국한 정진석 단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즉시 후속 조치를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깔보는 ‘윤석열표 한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장의 굴욕 사진이 있다.
지난 4월 26일 오전 정책협의단은 기시다 총리를 만났다. 그런데 정책협의단이 공개한 사진을 유심히 보면 기시다 총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여 친서를 건네는 정진석 단장과 비교해, 기시다 총리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로 정 단장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 옆에 자리한 다른 일본 측 인사들도 대체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는데, 이와는 달리 한일정책협의단 인사들은 모두 웃고 있다.
정책협의단이 기시다 총리를 만난 같은 날 일본은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며 도발했다.
4월 26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는 독도 주변 해역에서의 정밀한 측량계획을 중지하라’라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다케시마(독도)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한 일본 고유의 영토인 것을 고려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지극히 유감”이라고 망언을 늘어놨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정책협의단에도 ‘독도는 일본 땅, 독도 측량 계획을 중지하라’라는 취지로 항의했다.
그런데 정책협의단은 시종일관 저자세로 대응했다. 정책협의단은 일본 방문 중 일어난 독도 도발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7일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정책협의단 소속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정책협의단이 일본 측으로부터 (독도와 관련한) 항의나 독도 측량계획 중지 요구를 전달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서 정책협의단에 독도 도발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윤 당선자 측에서는 ‘일본은 그런 적 없다’라고 발뺌한 것이다.
짐작이지만 어쩌면 윤 당선자가 정책협의단에 일본이 싫어할 만한 행동은 삼가라고 사전에 지령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본의 독도 도발에 그런 일 없다며 쉬쉬하는 윤 당선자 측의 태도를 좀처럼 이해할 길이 없다.
돌아보면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한일 ‘위안부합의’를 폐기한 문재인 정부를 ‘반일’로 규정했다. 대표 사례로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에 임명한 강창일 주한일본대사와의 면담을 1년 넘게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윤 당선자 측을 향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크게 다른 듯하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 정책협의단을 만났고, 정책협의단은 독도 망언을 쏟아낸 일본 측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윤석열 정권은 친일’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정말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자위대 한반도 개입’ 긍정한 윤석열…일본과 군사협력도?
윤 당선자는 지난 4월 25일 보도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우정을 바탕으로 (한미일) 삼국 관계의 새로운 날,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강조하는 새로운 한미일 관계란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정례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지명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만 해도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으로 이어지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신봉자다.
현 바이든 정권 내부에는 오바마 정권 당시 한일 ‘위안부합의’ 체결을 한국 측에 압박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같은 인사들이 즐비하다. 미국에서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고 윤 당선자도 호응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자가 일본과 군사협력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가 한일 간 공식합의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물음을 받았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박 후보자의 말을 알고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답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과 한국이 역사 관련 문제에 대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것을 권장해 왔다.”
‘치유와 화해’라는 말은 한일 ‘위안부합의’가 졸속 추진되면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위안부합의’ 복원을 바라고 있다는 적나라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4월 23일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함께 미국 항공모함 링컨함에 탑승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정책협의단의 방일과 관련해 “새로운 우정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의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외상과 항공모함에 탄 자리에서 주일 미국대사가 굳이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언급한 건, 한국을 겨눠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라는 내정간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윤석열 차기 정권에 보낸 신호라고 풀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9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일본이 경제공격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 믿는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한국 측의 지소미아 종료를 저지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도 높게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하야시 일본 외무상이 한국 측에 일본과 함께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자고 요구했다. 뒤이어 미국은 외교차관 협의 등에서 또다시 한국에 한미일 군사협력을 요구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건과 달리 한미일 합동훈련 요구는 거부했다. 이 훈련이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한미일 군사훈련 요구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차마 ‘식민침탈의 원흉’ 일본과 군사협력만큼은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듯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출범 전부터 친일·친미를 노골화한 만큼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앞으로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등을 업고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지금껏 없던 수준으로 높이려 할 것으로 짐작된다.
마치며 : ‘취임덕 윤석열’을 쥐고 흔들 미국과 일본
지난 5월 3일 윤석열 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꼽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차기 정권은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한다고 밝혔다. 국정과제에도 포함할 만큼 윤 당선자 측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온갖 악재와 논란으로 취임덕(취임 전 레임덕)에 허덕이는 윤 당선자는 결국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롯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윤 당선자의 호감도는 역대 최저치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 국방부 이전, 비리·친일 의혹이 쏟아지는 장관 후보자를 내세우는 등 ‘막장 불통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출범 전부터 윤 당선자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심지어 ‘선제탄핵’ 주장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윤 당선자 측에서는 이런 위기를 돌파할 뾰족한 타개책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보자는 판단이 강해질 수 있다.
지난 5월 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오는 5월 21일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차기 대통령에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관측을 봐도 미국은 윤석열 차기 정권에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하게 압박해 나설 것이다.
윤석열 차기 정권은 한일관계 개선을 명목으로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초래할 한일 군사협력까지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은 식민침탈 범죄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다. ‘종군 위안부’와 조선인 노동자 강제징용이 없었다고,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본에 알아서 기고 들어가는 굴욕이라니 어디 말이나 되는가. 특히 일본이 한반도를 재침할 길을 열어줄 자위대와의 합동군사훈련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강조하고 나선 윤석열 정권은 우리 국민에게 재앙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건 윤석열 차기 정권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무턱대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오는 5월 10일부터는 윤석열 정권이 끝없이 몰고 올 ‘상시 위기’에 우리 국민이 하나 돼 맞서 싸우는 ‘싸움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