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7.

인터넷 댓글 여론은 ‘민심을 비추는 창’이다.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것에서도 그렇다. 요즘 다음, 네이버 같은 검색포털에서 댓글 여론을 살펴보면 미국과 관련한 색다른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론을 짚어보려 한다.

미국을 둘러싼 댓글 여론의 주요 특징은 크게 ▲미국을 향한 불신 ▲미국의 외교, 군사력 평가 ▲미국 국력에 대한 평가 ▲한국 정치권을 향한 목소리 이렇게 네 갈래로 나뉜다.

 

 

 

 

 

 

① 미국을 향한 불신

 

 


최근 인터넷 댓글 여론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향한 불신감이 무척 자주 보인다. 먼저 아래 댓글을 살펴보자.

 

 

“그냥 간단하게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한) 약속 어기고 방관하는 거지 뭘. 1994년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5,000기, ICBM 170기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중국보다 군사 강국이었다. 그걸 미국이 주도해서 반출했다. 그 당시 우크라이나가 5,000개나 핵무기 포기하면서 유사시에 미국이 겨우 금융제재, 무역제재나 할 거라고 생각했겠나? 미국도 그렇게 우크라이나를 설득했을까? 미국과 혈맹관계라 미국 입장에 동조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의 책임도 크다. 아울러 한미동맹도 100% 믿을 것은 못 된다.”
-2월 28일, 이데일리 기사 <미국은 왜 우크라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까>에 달린 댓글



다음으로는 3월 1일, <바이든 임명한 美대표단 대만 도착..中 “헛수고”>에서 나타난 여론을 살펴보자.

 

 

“미국이 제일 나쁘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이간질하고 정작 일 나면 나몰라라.”

“대만도 잘 해라. 우크라이나 봤지? 전쟁? 미국이 도와줄 거라 아예 믿지 마라. 죽으나 사나 너희들(대만)이 지켜내야 하는 거야.”
- 3월 1일, 연합뉴스 기사 <바이든 임명한 美대표단 대만 도착..中 “헛수고”>에 달린 댓글

 

 

위 반응에는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미국과 밀착하는 대만을 향한 걱정과 충고가 담겨있다. 대만의 상황과 비교해 자칫하면 우리나라도 미국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엿보인다. 분명한 건 우리 국민은 미국의 힘이 빠지고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현 정세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본토가 위험하면 한국이나 대만은 버려질 수 있다. 자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핵전쟁을 미국인들이 원하겠는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이나 대만도 마찬가지이다.”

“대만인들이 아프간과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를 외부에서 도와줄 세력은 없습니다.”
-3월 3일, 서울신문 기사 <“대만 곧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도”..대만인 54.8% ‘걱정된다’>에 달린 댓글



위 댓글 여론을 종합하면 미국을 향한 불신감이 두드러진다.

 

 

② 미국에 대한 외교, 군사력 평가

 

 

“외교라는 것은 감정으로만 치우쳐서는 안 되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악수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서방이 대동단결하여 러시아를 제재한다고 하지만 각국마다 계산기는 철저하게 두드리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우리도 계산기를 철저하게 소수점 자리까지 두들겨야 하고요.”
-3월 1일, 경향신문 기사 <우크라이나 침공의 국제정치적 의미>에 달린 댓글

 



인터넷 댓글을 들여다보면 위 의견처럼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도 종종 엿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를 평가한 반응을 좀 더 살펴보자.

2월 25일, KBS 기사 <바이든, 대러 수출통제..추가파병해 나토 영토 수호>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 파병은 안 하네. 미국, 러시아에 겁먹었네. 지금 미국이나 나토가 크림반도를 치면 러시아가 키예프로 진격할 수 있겠나. 결국 미국은 입만 개입하는군.”
-2월 25일, KBS 기사 <바이든, 대러 수출통제..추가파병해 나토 영토 수호>에 달린 댓글



우크라이나에 군사를 보내지 않은 미국을 두고 ‘러시아에 겁먹었네’, ‘미국은 입만 개입하는군’이라고 하는 직설적인 표현이 인상 깊다. 

이처럼 댓글 여론을 살펴보면 ‘미국의 힘이 약해졌다’라는 식의 평가가 꽤 나온다. ‘한국의 진정한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아래 댓글에는 흥미로운 제안이 나와 있다.

 

 

“군사적으로 미국이 끼어들어서 이긴 전쟁이 어디 있던가? 베트남인가? 중동인가? 아프간인가? 잘 해야 반 갈라놓는(‘분단’을 의미) 거?”

“이런 걸 보면 ‘국력은 힘이다’라는 문구가 생각이 나네요. 북한과 평화통일을 먼저 하고 전작권을 가져온 다음 우리도 통일한국에서 핵을 가져야만 진정한 자주국방이 될 것입니다. 좀 더 힘을 키워야 합니다.”
-2월 28일, 이데일리 기사 <미국은 왜 우크라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까>에 달린 댓글

 

 

위 댓글에서는 현 정세를 뚫고 나갈 해법으로 평화통일을 가장 먼저 언급, 뒤이어 미국이 쥐고 있는 전작권 환수와 핵 보유를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③ 미국 국력에 대한 평가

 

 

“‘후진국 미국’처럼 보이네.”

“(미국이) 후진국인 이유가 개선이 절대 되지 않는다는 점! 개선하고 싶은 마음도 없이 이렇게 유지하는 게 미국을 유지하는 거라 생각하는 듯. 문맹률이 높으니 교육이 안 된다.”
-2월 12일, 서울신문 기사 <‘철조망’으로 감싼 소고기 파는 美마트..“도둑 넘쳐나”>에 달린 댓글

 

 

위는 미국의 실상을 보고 즉각 터져 나온 ‘날것의 반응’이다. 소고기를 두꺼운 철망으로 포장하면서까지 도둑질을 막으려 전전긍긍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후진국”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약해져서 세계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취지의 댓글도 눈에 띈다.

 

 

“바이든 덕에 미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 

“세계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할 것임.”

“미국은 세계지도자 자격 상실 중. 로마제국의 몰락처럼 달러화는 휴지조각이 될 거고 세계 단일화폐가 만들어질 듯.”
-2월 26일, 연합뉴스 기사 <“미국인 3명 중 1명만 바이든의 우크라 대응 지지”>에 달린 댓글

“(미국은) 말로만 정신승리? 푸틴은 경제 제재로 후퇴할 기미도 안 보이는데? 안보를 약속한 미국과 서방 세계는 마치 비디오 게임 보듯 언제쯤 점령될지 예측이나 하면서 이럴 거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왜 뺐어갔냐?
-3월 2일, 경향신문 기사 <“푸틴은 오판했고 고립됐다”..‘자유세계의 승리’ 외친 바이든>에 달린 댓글

 


④ 한국 정치권을 향한 목소리

 

 

한편 미국과 관련한 인식이 바뀌면서 미국을 추종하는 정치세력을 비난하고 나선 목소리도 높다.

 

 

“교통과 의료와 수도 전기 등 국민이 정부로부터 보장받는 기본권을 민자화한 미국 국민의 삶을 봐라. 국민의 고혈을 뽑아먹고 사는 소위 지배층들이다. 대한민국에 국힘당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시작할 (민자) 사업들. 투표 잘합시다.”

“(미국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든 공화당.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을 쓴 게 아니라 더욱더 강화한 정책으로 인종, 종교, 재력, 학벌, 지역, 차별이 점점 더 심해져 중산층이 무너지고 도덕적 사회적 양심이 사라지는 사회. 윤석열과 국힘당이 바로 저런 (공화당 같은) 당이지.”
-2월 12일, 서울신문 기사 <‘철조망’으로 감싼 소고기 파는 美마트..“도둑 넘쳐나”>에 달린 댓글



그 밖에 아래처럼 ‘대북 선제타격’과 ‘미국 전술핵 도입’을 부르짖으며 날마다 전쟁 위기를 부르는 윤석열 국힘당 후보를 직접 겨냥한 듯한 반응도 볼 수 있다.

 

 

“외교는 실리야. 입으로 뻐끔거리는 게 아니라고. 선제타격님.”

“미국 바짓가랑이 죽기 살기로 붙잡고 늘어지는 열등감 찌든 보수세력들은 그래도 성조기에 큰 절.”
-2월 28일, 이데일리 기사 <미국은 왜 우크라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까>에 달린 댓글



마치며 : 미국에 기대지 말고 자주적으로 행동하자

 


앞서 살펴본 댓글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결국 ‘미국에 기대지 말고 우리가 자주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자’라는 인식이 아닐까 싶다.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은 지난 1776년 건국을 한 뒤로 전쟁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랬던 미국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야반도주를 하더니, 올해는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해도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외치며 대결만큼은 극구 피하려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2월 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물은 <NBC>에 다음과 같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매우 어려운 상황일뿐더러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이렇듯 스스로 힘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어떻게든 대결과 전쟁에서 발을 빼려 안간힘을 쓰는 미국의 모습이 낯설다. 어쩌면 미국이 ‘이제 힘도 부치고 더 이상 초강대국 노릇도 못해먹겠다’라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댓글 여론이 미국의 이런 처지를 굉장히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자주권 회복과 평화통일을 바라는 댓글 여론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짜 속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대선 본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이런 민심을 제대로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