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6.


1. 전쟁을 바라는 미국

1) 세계대전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 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세계대전”이라며 “미국 시민들은 당장 (우크라이나에서) 떠나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가 2월 16일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선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월 7일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승자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에게 맞는 타협안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월 29일과 2월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때마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도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다. 미 국무부는 1월 11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라면서도 “우리는 대화와 외교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 역시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평화적 해결에 대해 말하지 않고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하다 하다 이제는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다 못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들이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전쟁위기를 고조시키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서방국가와 러시아 사이에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이 일어난다고 단정 지었다는 건 협상이 불발되리라고 확신한다는 뜻인가? 어떻게 확신하는가? 미국이 협상을 깨뜨리겠다는 것인가?

뉴욕타임스는 2월 12일 최근 몇 주간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 군의 움직임과 내부 분위기,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 행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군사 기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월 15일 “지금 당장이라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 시작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도 “이번 주 시작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월 4일 홈페이지에 <실시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속보를 30분 간 게재했다. 블룸버그 측은 미리 준비해둔 기사가 실수로 올라갔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실수’를 30분이나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를 보면 미국이 마치 기우제를 지내듯 전쟁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국이 나서서 전쟁을 유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왜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말을 했을까? 미국이 실제 전쟁을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전쟁이 절실한 상황이다.

2) 미국의 경제위기

2022년 미국 자본주의, 세계 자본주의는 대파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22년 경제파국을 예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재러미 그랜섬 회장은 2021년 1월 “거품이 전설적인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라면서 “우리는 곧 몇 안 되는 역사적 붕괴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2021년 9월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모든 거품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파국을 맞을 상황이었다. 2008년 미국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당시 세계 네 번째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약 700조 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4조 5천억 달러를 풀었다. 그 부작용이 터지려는 찰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미국은 4조 달러를 추가로 공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규모. 2008년 이후 양적완화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4년 이후 미국이 조금씩 회수하려고 하여 그래프에서도 아주 조금씩 줄어드는 게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첫째 부작용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1월 17일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의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1년 11월 말까지 세계 1억 6천만 명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지만 억만장자는 26시간마다 1명씩 늘어났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하는 돈은 재난지원금처럼 국민에게 직접 지급되는 게 아니다. 이 돈은 미국 은행으로 들어가고 은행의 대출을 통해 시중에 흘러 들어간다. 경제위기 때 돈이 간절히 필요한 이들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서민들이다. 하지만 은행은 위험부담이 큰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 돈이 대기업과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에 투입됐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 주식 가격이 폭등하고 경기부양책의 혜택은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미국 전국 주택가격지수. 2008년 이후 양적완화가 시작되자 미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2020년 코로나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게 보인다. 현재 미국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거품 붕괴로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했던 2008년 이전을 훨씬 상회한다.


▲미국의 주식 지표 중 하나인 S&P500 지수. 역시 2020년 기점으로 급등했다.



또한, 미국의 경제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6월 전 세계 통화량은 2008년 6월 말 전 세계 통화량의 2배가 되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인위적으로 풀어놓으니 돈의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월 대비 7.5% 상승했다. 1982년 이후 최대폭이다. 2020년 물가상승분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5년 동안의 물가상승분과 맞먹는다.

앞서 소개했듯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풀었던 돈 때문에 미국은 2019년 즈음 이미 경제가 파탄 날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 조치로 미국은 경제파국을 얼마간 미루게 되었지만, 폭탄을 더욱 키운 꼴이다. 훗날 민생이야 어떻게 되든 미국 독점자본가들은 더욱 배를 불릴 수 있었기 때문에 쾌재를 불렀다.


▲소비자물가지수(전년 대비) : 2020년 2분기부터 급등하고 있다.




3) 경제위기 원인 전가

자본가들에게 코로나 사태는 자본주의 위기를 가리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졌었다.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하고 민생이 파탄 나는 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며 새로운 체제를 갈망하고 추구해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운 건 코로나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국인들도 지금이 IMF 사태 때보다도 힘들지만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를 빌미로 서민의 저항을 직접 가로막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방역법으로 민주노총 집회나 민중총궐기를 불허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견뎌보려고 해도 이제는 견딜 수가 없고 당장 죽게 생겼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이런 불만이 세계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은 1월 29일부터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에 반발하며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통로인 앰배서더 다리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트럭시위는 캐나다 전역으로 퍼져 수도인 오타와시는 도시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캐나다는 긴급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 시위는 유럽으로도 번졌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유럽 각지에서 시위대가 도심을 점령했고 의회 앞에서 농성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까지 발사해가며 시위를 해산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단지 백신 접종을 하기 싫어서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투쟁한다고 보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민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쌓인 분노와 불만이 배경에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캐나다 트럭시위. 출처: 트위터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동조 시위. 출처: 트위터



경제파국도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물가상승이 일어나고 상점에 물건이 공급되지 않아 매대가 텅텅 비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레그 페라라 전미 식료품협회장은 “식량 자체는 넘치는데 공급난과 인력난으로 특정 제품군 구매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일시적인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물품 부족 사태는 2020년, 2021년 내내 지속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2021년 겨울 텍사스에서 한파가 기승을 부리자 전력대란이 일어나 물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상점이 텅 비는 사태가 지속됐다. 매일경제는 2021년 7월 26일 물품 구매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냉장고 2개월, 침대 4개월, 소파 2개월이 걸리더라는 소식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2021년 9월 18일에도 미국에 주택 및 자동차 생산이 안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에 높은 관세를 매긴 것도 미국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작년 11월 CBS뉴스 인터뷰에서 “관세가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2021년 9월(왼쪽) 2022년 2월(가운데, 오른쪽)&amp;nbsp; 출처: 트위터


▲소매 업체 재고 / 판매 비율: 2020년을 기점으로 비율이 확연히 낮아졌으며 2021년 상반기에 비율이 한차례 더 낮아져 지속되어왔다.



▲소매 업체 재고 / 판매 비율(식품 및 음료): 식품의 경우 코로나 초기에 극도로 낮아졌다가 2021년 초부터 꾸준히 재고가 소진되어 왔다.



4) 파국을 맞는 미국 사회

미국 정치는 심각한 수준에 놓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8월 아프간 철수를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에 열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늘어가고 있다. 사실 미국 사회 전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그 누가 미국 대통령이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 경제는 엉망이다.

미국은 실업률이 3.9%까지 낮아졌다며 자랑한다. 하지만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결코 자랑할 상황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보고서에서 미국 구인난 원인으로 고령자의 조기 은퇴와 여성 경제 참여 저하, 구인-구직자 눈높이 차이를 꼽았다. 고령자는 건강을 우려해 일을 그만두었고 여성은 보육난으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직자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이나 배달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가 여전히 상당하고, 고용이 늘어났다고 해도 일자리의 질이 저하되어 민생이 파탄 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 일자리에 복귀하지 못한 사람들과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출로가 없다.

미국은 작년 아프간에서 탈레반에게 패배해 쫓겨났다. 지금도 북한, 중국, 러시아 이 3대 전선에서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에서도 패배했는데 훨씬 군사력이 강한 북·중·러를 어떻게 이기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 혼란도 극심하다.

미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미 중앙정보부(CIA) 자문위원인 바바라 월터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정치학 교수는 내전은 ‘사전반란-초기 충돌-반란 개시’로 단계를 나눌 수 있는데 미국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을 시작으로 ‘반란 개시’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14일엔 LA에서 절도범들이 기차를 멈춰 세우고 열차에 실린 각종 택배 상품을 약탈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작년 11월에는 80명의 떼강도가 백화점을 급습했다. 미 전역에서 집단약탈이 일어나고 있다. 무정부상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미국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이 뉴욕과 포틀랜드, 시애틀 3개 도시가 무정부상태라며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보류시키기도 했다.


▲택배 열차 도난 현장 출처: 트위터 @johnschreiber



5) 미국이 내놓은 해결책, 전쟁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에 빠지면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며 사회주의, 진보 지향이 고조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극우 파시즘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22개 주에서 승리하고 전체 대의원 중 39.5%의 지지를 얻었다. 해리스폴앤저스트캐피탈이 2020년 6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미국인의 25%만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긍정 평가했다. 2019년 1월 서베이몽키 조사 결과에서는 미국의 18세~24세 응답자 중 6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대로면 언젠가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미국 독점자본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다. 경제파국을 막으면 가장 좋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여론이 극우로 가게 해야 했다. 여기서 경제파국 저지와 극우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전쟁이다.

미국은 전쟁이 터지면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에도 백신을 팔아 큰돈을 벌었다. 모더나는 2010년에 설립되어 2020년까지 단 한 개의 제품도 상업화하지 못한 듣도 보도 못한 회사였다. 그랬던 모더나가 2020년 매출액 860억 원에서 2021년 상반기에만 매출 7조 원을 기록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처럼 전쟁도 미국 자본가들이 막대한 군수품과 의약품 등을 팔아치울 수 있는 엄청난 ‘특수’다. 큰 전쟁이 날수록 더 큰 ‘특수’를 누릴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전쟁이 나면 공공의 적을 만들 수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을 적으로 삼아 증오심을 키워 미국인을 애국주의로 뭉치게 만들고 극우로 이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크림반도를 공격하면 러시아는 나토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거부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 방지 조치를 하지 않고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만 한다. 미국이 전쟁을 막는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도록 몰아간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 바이든은 어떤 전쟁을 생각할까


미국이 바라는 건 미국인의 희생 없이 전 세계를 전쟁 분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다.

만약 전쟁으로 미군이나 미국인이 사망하게 되면 미국인이 전쟁 지휘부인 바이든 정부에 원성을 터트릴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인을 애국주의로 뭉치게 만들어 극우로 이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전쟁이 발발해도 참전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전 세계가 전쟁 분위기로 뒤덮이길 바란다. 전쟁이 특정 국가 내부 문제로 국한되면 미국은 서방국가에 무기를 판매할 수 없다.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었기 때문에 백신을 대거 팔 수 있었던 것처럼 전쟁 분위기가 세계를 뒤덮어야 한국, 유럽, 아랍, 중앙아시아, 호주, 캐나다, 일본, 대만, 터키 등 세계 각국에 ‘방공망을 갖춰라’, ‘사드를 구매해라’ 요구할 수 있다. 윤석열 국힘당 대선 후보는 벌써 사드를 사들이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다.

이런 그림에 딱 맞아떨어지는 게 우크라이나다. 미국은 참전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처절하게 당하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면 러시아를 악마화할 수 있다. 그러면 반러시아 동맹을 추진하고 서방국가에 미국 무기를 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부도 반러시아로 뭉치게 할 수 있다. 미국은 옛날에도 록키나 람보 같은 영화에서 소련을 악마화하곤 했는데, 그런 분위기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악마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이번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중국을 악마화하는 계기로 삼고 온갖 악선전을 하고 있다. 이 역시 반중-애국주의로 미국인을 결속해 극우로 이끌려는 의도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러시아와 다소 다르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2월 11일 “중국과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피할 수 없는 건 없다”라고 대답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바라지 않거나 적어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시에 전쟁이 터지는 것만큼은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3. 변수


이렇게만 흘러가면 미국의 그림대로 되겠지만, 여기엔 북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1월 미사일을 7차례 발사했다. 이때 미국에서 두 가지 독특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초긴장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1월 11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미 본토로 날아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라 미 서부지역 공항에 15분 동안 비행기 이륙 금지 명령을 내렸다. 2월 4일 미 국무부는 북한 미사일 대응이 “미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미 폭스뉴스가 1월 16~19일에 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안보 위협으로 꼽혔다.

또 다른 독특한 장면은 미국이 북한에 거듭 대화하자고 호소한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월 31일 “확실히 우리는 그런 일(북한 미사일 발사)이 있을 때마다 (북한과) 대화를 했다”라며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북한에) 명확히 전달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강경대응을 해야 맞을 것 같은데 대화를 추진한다니, 언뜻 보기에 이상한 대응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은 한술 더 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월 4일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걸 대안이라고 제시하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한 것이다.

두 가지 특이점을 종합하면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유독 북한에 겁을 먹는 이유는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과 상관없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죽는 것도 아니고 미 본토가 공격받는 것도 아니다.

전쟁 결과가 안 좋아도 미국의 패권전략이 큰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소련 땅이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러시아를 향해 동진하려 했지만, 동진정책이 좌절된대도 밑져야 본전이지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잃는 대신 미국 내부를 극우로 이끌고 전 세계에 무기를 판매할 수 있으면 그것도 이익이다.

그런데 북미대결은 다르다. 미-러 대결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중 대결은 대만에서 일어나는데 그치겠지만, 북미대결에서만은 미 본토가 공격당할 것이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북미대결이 격화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텐데, 북한은 안보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자신의 세계전략에 결정적 타격이 온다고 본다. 한국이라는 전략거점을 잃는 것은 물론 일본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등 동아시아 전반이 모두 북·중·러 중심으로 결속될 수 있다. 이는 단지 미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려다 실패하는 성격이 아니라 미국이 손에 쥐었던 것을 놓아야 하는 엄청난 후퇴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에 굉장히 겁을 먹었다. 미국은 북한을 제압할 수도 없고 북한의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도 없으므로 북미대결 전선이 폭발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자.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현 상황이 어떻게 보일까?

(1)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는 상대처럼 군침 도는 손쉬운 먹잇감이 또 있을까? 북한 눈에 미국은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다 잡아놓은 물고기로 보일 것이다.

(2)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긴다.

2017년 6월 25일 열린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노동계급 대표로 연설한 강동탄광연합기업소 김태훈 지배인은 “지난 전쟁에서 미제가 인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역사의 상처로 남아있다. 천백 배의 피 값, 멸적의 의지 더욱 세차게 끓어 번지고 있다”라며 “미제야말로 한 하늘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라고 외쳤다.

2019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해온 고통이 미국을 반대하는 증오로 변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렇게 반미적대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겁먹고 꽁무니를 빼면, 북한이 자비심을 보이며 내버려 두게 될까? 북한 민심은 복수심이 폭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있다.

(3) 게다가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미국을 군사기술적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북한 외무성은 2월 9일 “세계에는 200여 개의 나라들이 있지만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보유한 나라는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라며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미사일 시험까지 진행해 거대한 진폭으로 세계를 진감시키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오직 우리 국가밖에 없다”라고 과시했다.

자기 힘이 더 세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이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4) 그런 북한에 있어서 지금은 백 년, 이백 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기회다.

만약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월 23일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만을 원하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회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러, 미-중 전쟁이 동시에 터지면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몇 월 며칠까지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선포할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북한까지 상대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대미행동전에 나서기 매우 쉽고 미국 입장에서는 대응하기 매우 어려운, 북한 입장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다.

(5) 북·중·러 동시전쟁으로 미국을 제압하면 사회주의-반제자주진영의 단결력을 더없이 공고하게 다지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의리를 지켜 협동을 실현함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면 단합의 효과를 절감하고 결속력이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인을 극우 애국주의로 뭉치게 하고 서방 진영 전체를 반러반중 동맹으로 결속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니 북한이 지금을 미국을 제압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