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8.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2022년을 맞아 새해 북한 사회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집중 조명해보는 공동기획을 아래와 같이 준비하였다. 

 


1. 삼지연시를 통해 본 북한의 불가사의


2. 북한은 어떻게 코로나 0을 유지하는가

 

3. 성과보다 교훈 찾기에 집중하는 북한

 

 

 

▲ 북한은 지난해 삼지연시 건설사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 삼지연시를 통해 본 북한의 불가사의

 

 

 

설경을 배경으로 빨간색과 주황색 지붕들이 눈에 확 띈다. 그리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옥색으로 칠한 깔끔한 건물들도 눈에 보인다. 

한국의 한 언론사는 지난해 9월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침엽수와 저층의 삼각 지붕 주택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지붕은 주황빛이 도는 분홍색 아니면 민트색이고, 벽면은 하얀빛이다. 어스름이 깔리는 유럽 시골 마을의 풍경 같은 느낌의 이 사진의 장소는 스위스나 체코가 아니라 백두산이 가까운 북한 삼지연시”라고 소개했다. 

북한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지난해 3단계를 끝으로 모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삼지연시 현지지도를 보도하면서 “삼지연시를 혁명의 성지답게 산간문화도시의 훌륭한 표준, 이상적인 본보기지방도시로 전변시키시려는 김정은 동지의 정력적인 영도에 의하여 3단계로 나누어 전당적, 전국가적인 사업으로 힘있게 추진되어온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올해로 결속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삼지연시 건설사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삼지연군 일대를 현지지도하면서 ‘혁명의 성지’답게 현대적으로 만들 것을 지시한 이후 2018년께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북한은 2019년 12월 2단계 공사가 완료된 후 삼지연군을 삼지연시로 승격했다. 2020년 1월에는 동과 거리 이름을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연상하는 이름으로 바꿨다. 그리고 2021년 3단계 공사를 마친 것이다. 

북한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삼지연시의 변화하는 모습을 자주 공개했다. 

북한의 삼지연시를 사진으로 본 사람들은 “웬만한 유럽 도시보다 훌륭해 보인다.”, “한번 가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두고 있다. 

또한 건설전문가도 삼지연시 모습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삼지연시 2단계 공사 완공 사진을 본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가람기획, 2019)의 저자 박원호 건설엔지니어는 “3년 남짓 동안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완공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각진 빨간 지붕들이 스위스의 수도 베른 같다”, “규모도 설계도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도심에 550석 규모 삼지연호텔이 있다며 서울 소재 신라호텔의 객실(464석)과 비교하면서 그 규모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콜린 쥐르크(Colin Zwirko) 영국 BBC 북한 전문기자는 삼지연시에 대해 “깔끔하고 훌륭한 외관이다. 북한의 어떤 도시와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주 독특하고, 아주 화려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삼지연시의 노을.

 

 

 

그런데 북한은 삼지연시 건설을 완료함과 동시에 전국 모든 시군의 농촌마을을 삼지연시처럼 변모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 보고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에서 “농촌의 면모와 환경을 결정적으로 개변시키는 것을 사회주의농촌건설에서의 최중대과업으로 제시”하면서 “가까운 앞날에 전국의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의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당의 농촌건설정책”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북한이 삼지연시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을 모두 자기 특색을 갖추면서 독립적으로 발전시키며,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월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8차 당대회)에서 대변혁의 5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변혁의 5년 중 하나가 삼지연시의 전국화를 통해 주민들이 문명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를 다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8차 당대회 보고이다. 북한은 보고에서 시, 군들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문제들을 제시하면서 “시, 군 강화의 총적인 목표는 모든 시, 군들을 문명부강한 사회주의국가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기 고유의 특색을 가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처음 열린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무리 준비를 해왔다고 해도 한 나라가 동시에 모든 시군 단위에서 농촌마을을 전변시키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세종시의 경우 행정도시건설청이 밝힌 2016년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4단계에 걸친 세종시 총 건설비용은 106조8,000억 원이었다. 세종시는 2016년 이전에 1차 공사를 완료한 상태였다. 주거시설 건설 비용이 40조800억 원, 상가 등 편의시설이 21조6,000억 원, 의료·산업시설은 4조 원, 대학교 등 교육시설은 3조5,000억 원 등이었다. 세종시 면적은 465.2km²로 삼지연시(1,326km²)의 2/5 정도이다. 

북한의 시군 단위가 세종시와 같은 면적은 아니지만 도시 하나를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도시 하나를 짓는 데 들어가는 건설자재도 만만치 않다. 

도시를 새로 만들 때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철근과 시멘트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연간 100만t 이상의 철근을 수입하고 있다. 그리고 시멘트를 만드는 연료인 유연탄을 한국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유연탄을 수입해 시멘트를 만들기도 하지만 일본 등지에서 시멘트를 직접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제재로 인해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들여올 수 없고,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자체로 해결하면서 많은 건축물을 만들었고 이제는 농촌을 바꾸기 위한 대규모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열린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 주제를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꼽았다. 그러면서 모든 원료의 국산화를 강조했다. 

모든 원료와 자재를 국산화할 수 있다면 굳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일이다. 그런데 국산화를 실현하려 해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북한은 이것을 해내고 있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한 기사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건재의 국산화, 재자원화와 관련한 ‘각도 건재전시회 2021’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자강력’이라고 하는 북한의 기술무역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3차원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열렸다. 약 열흘 동안 수십만 명이 방문한 이 전시회에서는 각 도의 지방건재 생산공장에서 지방원료에 의거해 생산한 건재를 전시했다. 일반건재, 마감건재는 물론 건재 생산공정과 방법, 기술적 특성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전자결제시스템도 갖추었다. 욕실 등 도자기 제품, 새 형의 가구 등 모든 것이 국산화, 재자원화를 통해 생산된 제품들이었다. 북한의 대규모 건설을 실현할 수 있는 데에는 자력갱생이라는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바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건설의 목표도 높다. 삼지연시처럼 세계인이 감탄할 정도의 농촌마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국 곳곳에서 농촌마을이 삼지연시처럼 바뀐다면 북한의 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색해질 것이다. 

만약 자본주의 나라가 제재를 받고 봉쇄를 하고 있다면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북한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과 포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일이다. 

북한의 이런 힘과 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뿐이다.

 

김영란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