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5.

북한이 최근 한달 새에 순항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반항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군사무기들의 군사,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자.

1. 군사적 의미

  
  

1) 미사일 분석
  
  
9월 11일, 12일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조선중앙통신은 9월 13일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라며 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 세부적인 부분 시험들과 수십 차례의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 각이한 비행시험, 조종유도시험, 전투부 위력 시험 등을 성과적으로 마쳤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미사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을 써서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간다. 이와 다르게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을 써서 마치 비행기와 같이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리고 위력은 떨어지지만 비행고도가 낮아 탐지가 어렵고 정확도는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9월 17일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어체계로 맞서기는 매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이번 발사가 시험발사였고 직선으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북한 내에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그렸다는 점에서 완성시 실제 최대 사거리는 미국의 토마호크(최대사거리 2,500km)급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제원 상 비행속도도 토마호크와 비슷한 마하 0.7 이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높게 평가하며 “북한이 비행거리, 시간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한 것 역시 자신들의 억지력을 과시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순항미사일에는 일본의 반응도 뜨겁다. 고이즈미 유이(小泉悠) 도쿄대 첨단과학 기술센터 특임 조교수는 “한국을 공격하려면 (사거리가) 500㎞에서 800㎞이면 충분하다. 북한에서 1천500㎞라면 한반도 외부가 목표가 된다”라며 “주요한 표적은 일본, 특히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 등이 될 것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고다 요지(香田洋二) 전 일본 해상자위대 자위함대 사령관은 “첫째로는 일본 국내의 고정 표적, 두 번째로는 침입하는 미군 항공모함 부대 등을 표적으로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에 소형 핵무기를 탑재해 사용할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상용 탄두 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무기들을 연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핵전술무기’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북한은 소형화된 핵탄두를 단 순항미사일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정밀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9월 15일 철도기동미사일 발사

  

9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철도기동미사일 체계 운영규범과 행동 순차에 따라 신속 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받은 화력 임무에 따라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였다”라며 철도기동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전했다.

철도기동미사일은 말 그대로 열차에 미사일을 싣고 발사하는 체계이다. 보통 미사일 발사 시험을 보면 발사장에서 발사대에 세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미사일을 차량에 싣고 이동한 뒤 차량에 부착된 발사대를 세워서 발사한다.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을 공개함으로써 미사일 운반 및 발사수단을 다양화했음을 보여주었다.

철도기동미사일의 경우 발사 수단이 다양해짐으로써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에 곤란해졌다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미사일 기지 주변 몇㎞ 내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TEL(차량이동식미사일발사대)과 달리 열차는 철도가 놓인 곳이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갈 수 있다”라며 “어디서 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9월 16일 “북한이 기차에서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쏠 경우 모든 철도 위에 무인정찰기를 띄우지 않는 이상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사일 열차는 일반 열차와 구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악하기 더 어렵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도로 중심으로 북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기존 한·미 미사일 감시·타격 체계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챠량이동식미사일은 발사 장소는 대체로 기지 주변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미사일 기지에서 들락거리는 차량을 위주로 감시하면 된다. 그런데 철도기동미사일이 공개되면서 미사일 기지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기차 전체를 감시해야 하게 된 것이다.

김동엽 교수는 “기차에 실어 산속에서 발사하는 것은 무기체계에 대한 완성도와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라면서 “(탄도미사일) 마지막 전력화 단계에 와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철도기동미사일은 소련이 한때 가지고 있었으나 소련이 해체되면서 폐기됐다. 러시아는 철도기동미사일을 다시 보유하기 위해 2020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재개발하고 있었는데 2017년 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중단했다. 철도기동미사일은 미국도 갖고 있지 않다. 현재는 중국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
  
  
  

  
  
  

9월 28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내는 미사일을 말한다. 조선중앙통신은 9월 29일 “소리 속도의 5배(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내며, 지구 어디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라고 시험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소개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앰플)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발사 후 분리돼 저고도 활공을 벌여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레이더 포착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동엽 교수는 9월 29일 “앰플화는 밀봉을 통해 액체연료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라며 “과거 구소련에서도 로켓의 앰플화를 통해 배치 기간을 20년까지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액체연료가 가지고 있는 발사 전 주입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출력 등 장점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극초음속 미사일 연구개발 사업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전략무기 부문 중 최우선 5대 과업이었다고 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1분이면 한국 남부지역까지 도달해 매우 위력적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월 29일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발사 직후 한국 남부 지역까지 도달하는 데 약 5분이 걸리지만, 음속 5~6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같은 거리 비행에 약 1분이 소요된다”라며 “1분이라는 시간은 미사일 방어체계에 경보를 울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보가 채 울리기도 전에 피격당한다는 뜻이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서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를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거리용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조종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며 “(빠른 속도에 회피 기동까지 가능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한다”라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전쟁의 판도를 통째로 바꿔 놓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트루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초빙연구원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고 그건 엄청난 경우”라고 했다. CNN은 9월 29일 “아시아 지역의 군사 방정식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나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미 육군은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미 육군은 2030년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9월 30일 신형 반항공미사일 발사



반항공미사일은 비행기나 미사일 등 하늘에서 오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이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사드 같은 미사일방어체계(MD)가 반항공체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국방과학원은 시험발사로 “쌍타조종기술과 2중 임펄스 비행발동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 도입으로 미사일 조종 체계의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 거리를 대폭 늘린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되었다”라고 밝혔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기존 고체 추진제 연소방식은 제1단 추진제를 다 연소하면 그것을 분리·이탈시키고 제2단 추진제를 연소하는 식인데, 이중 임펄스 로켓엔진은 제1단 로켓과 제2단 로켓 사이의 차단벽을 자동으로 제거하면서 제2단 로켓을 자동으로 점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호석 소장은 “기존 다단계 점화식 로켓엔진의 제한성을 뛰어넘은 새로운 개념의 로켓엔진”이라며 “기존 고체 추진제 연소방식의 기술공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형 반항공미사일을 러시아의 S-400이나 S-500급으로 평가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S-400·500급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형상이 달라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고 김동엽 교수도 “러시아판 사드라고 불리는 중장거리 대공방어시스템인 S-400과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동엽 교수는 S-400은 항공기는 물론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스텔스전투기를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400은 미국의 대표적인 방공미사일인 사드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 중국도 러시아의 S-400 미사일을 수입해서 방공체계를 운용한다. 만약 북한의 신형 반항공미사일이 다음 세대 미사일인 S-500급이라면 더 비교할 것도 없다. 북한이 세계 최정상급 방공망 개발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평가



북한이 보여준 4종 미사일은 현재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몇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미 당국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새롭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은 아직도 북한이 발사한 무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월 30일 “북한이 무엇을 했고 어떤 기술을 이용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관도 “정보당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는 북한 주장을 여전히 평가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더욱 위력적인 건 실전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지난 3월 “순항미사일은 매우 다른 종류의 공중 위협”이라며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순항 미사일로 레이더를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가 북한의 보도를 보고 알았다. 그렇다면 윌리엄스 부국장이 지적한 대로 북한이 순항미사일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레이더를 공격한 뒤 조종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면 1분 안에 주요 기지를 모두 정밀폭격해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엔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것이다. 미국의 반격은 반항공미사일로 방어한다. 북한이 보여준 4종의 미사일이 전쟁 발발 시 펼쳐질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한 달 사이에 보여준 4종의 미사일 때문에 한반도 군사전략을 온통 수정보완해야 하게 생겼다.

북한이 이렇게 실전적 성격이 강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고 공개하는 것은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군사전략을 ‘미국이 공격하면 우리도 미 본토를 공격한다’라는 걸 입증함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전략이 단지 이뿐이라면 북한은 미 본토 공격용 무기인 ICBM 시험발사만 때때로 해주면 그만이다.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뒤 군사행동을 멈췄더라면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 4종을 공개한 것처럼 한반도에서 직접 충돌이 일어났을 때 미군을 일방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은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3) 미국과 비교



북한의 행보에 반해 미국은 관성적인 대응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8월 11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발사했고 9월 17일에는 미국의 SLBM 트라이던트2를 시험 발사했다.

미니트맨3은 1970년에 실전배치된 무기로 50년이 지난 옛날 무기다. 미니트맨3은 너무 오래된 나머지 정상작동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매년 정기적으로 시험발사를 해 성능을 확인해야 하는 처지다. 트라이던트2도 1990년에 배치되어 30년이나 지났다. 미국이 이런 무기를 시험발사한들 특별히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게 없다.

미국의 첨단무기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는 무기는 F-35 스텔스전투기다. 한국은 F-35를 40대가량 구매했으며 총 60대에서 100대까지 구매할 예정이다. 2017년 록히드마틴 보고서에 따르면 F-35의 가격은 1천 60억 원이었다. 한국은 2019년 F-35를 처음 배치했는데 불과 2년만인 2021년, 미국이 성능 개량을 하자며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3천억 원을 지불하라고 통보했다. 날강도가 따로 없다.

그런데 F-35는 첨단 무기가 아니다. F-35는 미국이 2015년 처음으로 배치한 신형 전투기이긴 하다. 하지만 F-35는 2005년에 배치된 F-22의 저가형 모델로 개발된 무기이다. 휴대폰에 비교하면 F-35는 최신형 최고급 휴대폰이 아니라 최신형이긴 하지만 사양이 낮은 저가 보급형 휴대폰이다.

F-35 외에 미국이 내세우는 첨단무기로 무인기가 있다. 미국은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무인기 공습으로 살상한 바 있다. 그런데 무인기는 소규모 테러용 무기로 전쟁을 좌우하는 결정적 무기라고 할 순 없다.

기술적으로도 불완전해서 올해 8월 29일 아프간에서는 미군이 IS 대원이라며 무인기로 한 차량을 폭격했는데 실제로는 민간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인권단체 리프리브는 2014년 “미국 정부가 쫓고 있는 파키스탄의 적들은 24명인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드론 공격으로 제거한 건 6명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론을 이용한 수십 차례 폭격으로 민간인 874명이 숨졌다. 테러리스트 한 명 제거하는 데 100명 넘는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첨단무기라기보다 민간인 학살 무기라고 불려야 적합할 듯하다.

미국이 무인기 개발에 매달리는 건 강력한 무기여서가 아니라 군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해 전투에 나서길 기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군 지원자가 급감했다. 이에 미국은 기준 미달 신병 허용 비율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전과가 있는 신병의 수가 육군에서 2배 증가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전투를 기피하는 병사들 때문에 잦은 오폭 사고에도 어쩔 수 없이 무인기를 써야 하는 처지다.

미국이 내세우는 다른 첨단 무기로는 레이저 무기가 있다. 미 해군은 레이저를 방어 미사일 대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2021년 말까지 구축함 9척을 레이저로 무장할 계획이다. 미 공군과 육군도 레이저 무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그런데 이들 무기는 아직 성능이 좋지 못하다. 미 해군이 장착한 레이저 무기는 150kW급으로 수 초간 명중시켜야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 공군과 육군이 사용하고 있는 레이저 무기는 해군의 3분의 1 수준인 50kW이다. 현재 레이저포는 대체로 적군의 시력을 훼손하는 소형무기로 사용된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려면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출력을 높이더라도 거리가 멀어질수록 레이저의 위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것도 문제다. 미사일이 웬만큼 가까워져야 비로소 요격을 시도해볼 수 있다. 레이저포는 고출력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미 해군은 구축함 하나에 레이저포를 1대 설치하는 게 고작이다. 결국 지금의 레이저포로는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기에 십상이고 미사일이 여러 기가 날아올 경우 1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한다 쳐도 미국의 구축함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스타워즈식 미래전쟁에 돈을 쏟아부으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이 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나가게 되었다. 2018년 2월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F-35 전투기 단 한 종류를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경쟁국 및 적국은 34종의 새로운 핵 운반 시스템을 개발했다”라고 밝히면서 미국이 첨단무기 개발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했다.

북한은 신형 순항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반항공미사일 개발에 성공해 첨단무기 분야에서 치고 나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 결론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이 발언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아마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 공개하고 있는 미사일은 올해 초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무기들이다. 당시 북한은 지금까지 공개한 미사일 4종 말고도 주력탱크, 자행평곡사포, 반장갑무기, 다탄두개별유도기술, 현대화된 중형잠수함, 핵잠수함, 전자무기, 무인타격장비, 정찰탐지수단, 군사정찰위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전략무기 부문 중 최우선 5대 과업이라고 했는데, 이것만 봐도 앞으로 4가지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북한이 보여줄 신형 무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2. 정치적 의미

  

북한이 최근 선보인 4종 미사일은 정치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1) 국방력 강화



북한의 4종 미사일 공개는 무엇보다 북한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의미가 있다. 국방력 강화는 북한으로선 굉장히 커다란 의미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분단이 되면서부터 북한은 늘 미국의 핵공격 위협을 받아왔다. 상시로 핵공격 위협을 받으면서 북한은 늘 긴장상태에 놓여 있었다. 북한은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했다. 미국은 북한을 정찰기나 인공위성으로 늘 지켜보면서 핵시설 가동 움직임은 없는지 지켜보거나 심지어 열병식 준비를 하는지도 관찰한다.

이런 긴장상태가 북한 경제에도 피해를 주었을 것이다.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2019년 5월 한겨레에 “나는 이른바 남쪽의 ‘팀스피릿훈련’(1976~93) 기간 중에 북한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라며 “남쪽에서 팀스피릿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은 곧바로 전쟁상태에 돌입한다. … 전쟁 상태에서 일상생활은 전면적으로 마비된다. 팀스피릿훈련이 주로 농번기여서 북한은 농사 준비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라고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으로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시에 공격당하면 원자력발전소가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노동신문은 2010년 5월 “조선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켰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15년엔 민족통신 노길남 대표가 북한 과학자들이 핵융합발전소를 건설 중이라며 “언젠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기념비적 발전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도 있다.

아직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여태껏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한 나라는 아무 데도 없다. 북한이 실온에서 핵융합하는 등의 상용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사적인 사변이며 이 기술은 활용처도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어떤 해외 동포는 북한이 핵융합기술을 극비 무기에 적용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융합핵전자탄을 가지고 있다거나 핵융합엔진을 장착한 잠수함이 있다거나 핵융합기술을 이용해 비행체를 만들었다는 등이다. 이들은 북한이 공개하는 무기는 이미 최신 기술이 아니며 핵융합무기 같은 진짜 극비 병기는 철저히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핵융합은 인공태양 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만약 정말 핵융합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이 기술을 전력발전에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려 해도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미국의 폭격을 받으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해 놓은 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어디에 건설하는지 전혀 추적이 안 된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의 위협 때문에 여러 제약을 받으며 국력을 소모한다. 그런데 북한이 자기를 확고부동하게 방어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게 되면 북한의 발목을 잡던 제약을 없앨 수 있다. 북한에 있어서 방어는 그만큼 중대한 일이다.

북한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북한 사회엔 긴장이 가셔지고 북한 국민은 미국에 승리를 거뒀다는 자신감 속에 더욱 유쾌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고 국방기술을 민수로 돌려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인공위성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첨단 과학기술 영역에서 더욱 발전해나가게 될 것이다.

  

2) 미국 압박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을 압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9월 30일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자 시도하는 일이 있었다. 성명 발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북한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과 빈번한 공격용 무기 시험들에 대해서는 함구무언 하면서 우리의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걸고 들었다”라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일을 지켜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러시아와 중국은 실전배치를 했고 미국도 개발 중인 무기다. 누구나 개발하고자 하는 무기인데 미국은 유독 북한을 문제 삼는다. 이점을 생각하다 보면 미국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든 말든 놔두면 되는데 왜 자꾸 도발이라고 해서 문제를 키우는지 의문스러워진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일을 키워주는 게 고마운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북한의 무기가 위협적이라며 떠들지만 사실 북한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 경우 미국이 북한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떠들수록 북한의 위상만 높여주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 덕에 북한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신무기를 개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해서 한국이 당장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러시아랑 특별히 대립할 일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문제가 되는 건 미사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하기 때문에 문제처럼 여기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전복시키고 공격하려 한다. 북한이 신형 첨단 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려다 오히려 역공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 미사일에 위협감을 느끼게 되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를 보면 미국이 느끼는 ‘위협’은 스스로 매를 버는 꼴이다.

미국이 한국에 미군과 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않는 등 대북적대행위를 안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북한이 미사일을 쏴서 미 전투기를 격추하거나 괌 포위사격을 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이 위험에 빠질 일이 없다. 만약 미국이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데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자멸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북한을 적대하면 북한에 정당방위의 명분을 주는 게 된다. 정당방위는 형법에서도 인정받는 권리다. 북한은 미국의 정찰기를 격추한다거나 괌 포위사격을 해도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이 공격하면 미국도 보복공격해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핵공격을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압박은 미국이 자초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북한과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자고 합의했다.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를 맺으며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될 것이다. 주한미군에 대해서 말하자면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끝내겠다면서 코앞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주한미군 철수 자체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을 증명하는 하나의 조치이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을 때도 대만에 있는 미군을 철수했다.

미국은 이 3가지를 하면 북한 미사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북미 수교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파산시키는 대신 전 세계 평화번영에 부합한다. 북한과 미국이 대결 끝에 둘 중 한 나라가 초토화되는 것보다는 수교를 맺고 공존하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맺으면 미국도 안전해져서 좋고 한국과 북한도 평화를 실현하고 통일의 길을 열 수 있으니 좋다.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실현할 계기가 만들어지니 인류 차원에서도 환영받을 일이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