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9월 24일
기사 제목 : 탈북자들이 벌이는 중대·흉악범죄 ③ ‘으슥한 새벽’ 노려 이웃 습격한 아파트 강도
북한이탈주민, 흔히 우리가 탈북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는 대략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부 탈북자들이 온갖 범죄를 벌이면서 우리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들어왔다면 최소한 한국 사회의 법과 질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안을 어기고 북한으로 전단을 날린 박상학을 비롯해, 어떤 탈북자들은 이곳의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수 탈북자는 조용히 지내지만 일부 탈북자가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그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경찰청 보안국에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8,8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략 20%인 1,697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탈북자 899명이 온갖 형사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별로 살피면 폭력이 603건, 절도 64건, 상해 58건, 위·변조 46건, 사기 35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탈북자 1,697명 가운데 살인·강간·상해·폭력 등 강력범죄 비율은 40.2%(678명)이었다. 탈북자 사회의 범죄율은 2005년 기준 한국 사회 전체 평균율인 4.3%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실상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 범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탈북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그 특수성상, 자칫 남북대결과 위기를 불러오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실체와 유형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연재를 통해 탈북자 범죄의 위험성, 심각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③ ‘으슥한 새벽’ 노려 이웃 습격한 아파트 강도
“세상에 이런 일이!”
대다수 사람이 깊이 잠든 으슥한 새벽, 인기 예능 방송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경악스러운 강도 범죄가 벌어졌다.
때는 지난 2016년 7월 11일 새벽 2시께로, 무더위가 본격 시작된 시기였다. 서울 송파구 소재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탈북자 남성 ㄱ 씨(24살)가 슬그머니 집 밖으로 나왔다.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ㄱ 씨는 흉기를 들고 현관문을 열어둔 채 잠든 같은 동 주민 여성 ㄴ 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ㄱ 씨는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해 현금 11만 원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통째로 들고 나왔다. 이후 ㄴ 씨의 집을 나와 다른 주민 ㄷ 씨 자매 집의 문을 열던 ㄱ 씨는 인기척에 눈을 뜬 ㄷ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ㄱ 씨에게는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붙들려 가던 ㄱ 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거칠게 저항했다. 체포 당시 만취 상태였던 ㄱ 씨는 조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ㄱ 씨는 범행 한 달 전쯤인 6월 25일 전북 군산에서 알몸 강도를 저지른 한 남성 고등학생을 흉내 내 모방범죄를 했다고 진술했다. 여기에는 알몸이면 인상착의를 알아보기 어렵고, 경찰의 CCTV(폐쇄회로 TV) 추적을 따돌릴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들은 ㄱ 씨가 도망에 성공했다면 추적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위험을 무릅쓴 피해자 ㄷ 씨의 신고가 없었더라면 ㄱ 씨의 범죄가 영영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은 ㄱ 씨의 범행 동기와 목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체포된 ㄱ 씨가 어떤 처분을 받게 됐는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언론의 관심이 멀어져서인지 범죄 발생 5년이 넘은 오늘도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쯤에서 다시 ㄱ 씨가 벌인 강도 행위의 악랄함을 돌아보자.
분명한 건 ㄱ 씨가 범행 시간을 으슥한 새벽대로 정해 흉기를 들고 여성의 목숨을 위협했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 ㄱ 씨가 여름이라는 날씨의 특징을 고려해 문이 잠겨있지 않은 집을 골라 범죄를 벌였다는 점,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ㄱ 씨가 범죄 대상을 미리 점찍어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ㄱ 씨가 경찰에 꼬리가 잡히지 않는 완전범죄를 기획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ㄱ 씨가 작정하고 벌인 범죄가 맞는다면 특수절도를 넘어 최소한 ‘특수강도 및 강간 혐의’가 적용된다.
대한민국 형법은 강도 범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334조(특수강도)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339조(강도강간)
“강도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위 형법을 적용하면 ㄱ 씨에게는 최소 징역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됐어야 한다. ㄱ 씨는 과연 우리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을까? 수사 당국이 ㄱ 씨의 구속 여부와 수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도 계속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도식 아파트라는 범행 장소의 특징도 되짚어보자.
서울 강남에 있는 송파구는 흔히 ‘부자 동네’로 유명한데, 범행 장소가 복도식 아파트라는 점에서 서민 아파트로 추정된다.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이웃을 마주치게 되는 특성상 평소 인사를 나누며 지내곤 한다. 따라서 ㄱ 씨와 피해자들은 적어도 서로 얼굴은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있다.
으슥한 새벽, 여성 이웃을 골라 습격했다는 점에서도 ㄱ 씨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ㄷ 씨가 서둘러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범죄자 ㄱ 씨가 성폭력, 살인 같은 훨씬 심각한 흉악범죄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범죄가 금품을 노린 우발성 강도로는 생각되지 않는 이유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ㄱ 씨 같은 탈북 범죄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사 당국은 앞으로 제2, 제3의 ㄱ 씨가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