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8월 10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38]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모의전쟁, 톈진, 홍콩으로 본 미중대결 양상
지금 세계정세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였다. 그런데 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반제자주 국가 사이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치동맹엔 신냉전 대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가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은 세 나라가 각각 자기 힘을 키우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리고 세 나라가 서로 연대와 공조, 지원과 지지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
이 대결에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북·중·러가 공세를 펴며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회 될 때마다 살펴보려 한다.
1. 미국, 중국과의 모의전쟁에서 완패
7월 26일 미국 공군 대장인 존 하이튼 미국 합동참모차장이 신흥기술연구소 개원식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이 작년 10월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전쟁을 하는 시나리오를 돌려봤는데 “침소봉대 없이 비참하게 실패”했고 “중국이 미국을 쉽게 무찔렀다”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미국의 군함과 전투기 등 미군 전력이 ‘앉은 오리(sitting duck)’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앉은 오리란 손쉬운 사냥감, 독 안에 든 쥐라는 의미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미국이 지는 이유로 중국은 미국이 어디에 집결해 있고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부터 알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네트워크가 끊겼다고도 말했다. 이는 중국이 EMP 공격 또는 해킹으로 미국의 전산망을 무력화했다는 의미이다.
미군을 통솔하는 합참차장이 스스로 중국에 패배한다고 시인한 건 자못 충격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이튼 합참차장의 발표는 국방비 인상 명분을 쌓으려는 엄살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지만 중국에 진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먼저 대만해협 미중 모의전쟁에서 미국이 진다는 결과가 나온 건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니다.
3월 27일 고위 국방 당국자 출신인 데이비드 오크매넥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이 모의전쟁을 하면 미국이 진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오크매넥 연구원은 모의전쟁 결과 대만 공군이 몇 분 만에 파괴되고 태평양 지역 미 공군기지들이 일제히 공격을 받으며 미국의 전함과 전투기가 중국의 미사일로 무력화된다고 밝혔다. 오크매넥 연구원은 모의전쟁을 하면 미국이 중국에 ‘자주’ 진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에 진다는 모의전쟁 결과가 여러 번 나오는 걸 보면 미 합참차장이 국방비나 좀 올려보자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중국과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8월 3일 미국 싱크탱크가 주관한 아스펜안보포럼에서 미국의 대중국 강경론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리셴룽 총리는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할 때 얼마나 무서운 적국이 될지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매우 위험하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군사력이 고평가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황급히 군대를 철수시킨 일이 있었다. 미군이 얼마나 다급히 철수했는지 장갑차 같은 무기까지 그대로 놓고 야반도주했다고 한다. 굳이 장갑차까지 내팽개치고 서둘러 도망가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미군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시 중국에 참패한다는 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인 듯하다.
2. 톈진 회담
미국과 중국은 7월 26일 중국 톈진에서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톈진회담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매우 고압적으로 공세를 폈으며 미국은 수세적인 태도로 체면을 구겼다.
중국은 회담 전부터 공세의 도수를 높여갔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중 회담 이틀 전 “미국이 아직도 동등한 입장에서 다른 나라와 지내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미국에 가르쳐줄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을 단단히 혼내주겠다고 벼른 것이다.
회담이 시작되자 중국은 미국에 공세를 퍼부었다. 중국은 미국에 3가지 마지노선을 통보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도전하거나 전복을 시도하지 말 것 ▲중국의 발전 과정을 방해하거나 중단하려 시도하지 말 것 ▲신장·티벳·홍콩·대만 등은 주권 문제이니 침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톈진회담은 미중대결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었다. 과거 미중대결은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대응하는 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미국이 관세폭탄을 던지면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기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엔 중국이 미국에 마지노선을 제시하면서 먼저 공세를 폈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홍콩, 신장, 대만, 남·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등 역내 문제에 대해 협력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상당히 맥빠진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미국은 공격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과 이란, 아프간, 미얀마 등 문제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한판 대결을 펴야 할 시점에 중국에 손을 내밀고 도움을 구걸하다 보니 대결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중국은 부탁해오는 미국에 청구서를 내밀었다. 16개 개선사항과 10개의 우려 사항을 제시한 것이다. 16개 개선사항에는 공산당원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해제,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이 있었다. 10개 우려사항엔 미국 내 중국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중국 대사관 직원에 대한 괴롭힘, 중국인에 대한 폭력 등이 있었다.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중국의 요구사항을 먼저 이행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체면만 구겼다.
사실 북중관계를 보면 미국의 바람처럼 중국이 말한다고 해서 북한이 순순히 들어주리란 보장이 없다. 북한은 자신의 자주권을 침해하면 중국이나 소련과도 맞섰다. 미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무 소용이 없을 걸 알면서도 중국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과의 군사긴장을 늦추기 위해 북한에 꾸준히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번번이 거절하고, 미국 누군가가 한반도까지 날아가도 문전박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를 통해서 북미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의 대화제의도 거절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관계가 좋다. 북중 정상은 친서를 교환하기도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에 북한과 소통가능한 창구는 중국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중국으로선 오늘날 공고한 북중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덕을 톡톡히 봤다. 북중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중관계가 좋으니 미국이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염치 불고하고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로써 중국이 회담에서 미국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톈진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을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으며 미국이 맥을 추지 못하고 수세에 빠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3월에 알래스카에서 열렸던 미중고위급회담에서도 볼 수 있었다. 당시 회담에서도 미중 사이에 거친 설전이 오갔고 회담은 아무 결론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 회담을 두고 중국의 환구시보는 중국 외교사에 기록될 회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미국은 차라리 팩스회담이 낫겠다며 우는소리를 했다. 미중 사이에 평가가 갈리는 건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이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은 손해를 봤다는 걸 보여주었다.
중국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국에 당당히 맞서며 자신의 위상이 미국과 완전히 동급임을 보여주었다. 환구시보는 “몰락하는 미국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하려 했던 회담”이라며 “중국을 막겠다는 것은 환상이고,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은 몽상”임이 드러나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는 게 힘에 부쳤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직접 만나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보다 팩스로 대화를 나누는 게 차라리 수월하겠다고 한탄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위급회담을 마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자랑스럽다”라고 칭찬했다.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서 있다면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었을 때나 ‘자랑스럽다’라는 평가를 받을 법하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의 공세에 굴하지 않고 맞섰다는 이유로 블링컨 국무장관을 칭찬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이제 미국은 중국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는 표현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공세를 펴고 미국이 중국에 수세를 보이는 건 이제 대세가 된 듯하다.
3. 정치적 영역
미국과 중국 사이엔 다방면적인 대결이 펼쳐지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미국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건 없었다.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거나 연방국가인 미국을 주별로 분리독립시키려고 이간질을 하거나 선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을 정치적으로 분열시키고 사회주의 체제·공산당 체제를 허물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는 다르게 중국에선 공산당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정부패 현상과 강하게 투쟁하며 뿌리 뽑는 시책 등을 펴 중국 내 지지를 얻고 중국 체제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2019년 홍콩 시위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조장하려 했지만 중국은 홍콩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전보다 체제를 공고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 시위를 민주화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당시 홍콩 시위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민주화운동이라기보다는 중국을 반대해 영토를 떼내겠다는 내란에 가까웠다.
홍콩 시위대의 주요 구호였던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란 구호 자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다. 이 구호를 만든 에드워드 렁은 2016년에 분리독립 운동을 하다 구속된 사람이다. 렁은 2016년 당시 “(중국 당국이 우리를) 과격하다고 부르고 분리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분리독립을 추구한다는 걸 인정한 바 있다.
홍콩 시위의 배후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자기 뜻에 따라 움직일 단체를 지원하고 배후조종한다. 한국에서 반북 탈북자단체들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대북전단을 살포한다. 최근엔 쿠바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배후에도 역시 미국이 있다고 추정된다.
홍콩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반중국단체 중 하나인 홍콩직공회총연맹은 2014년 “지난 7년간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의 핵심 기구 중 하나인 연대센터(Solidarity Center)로부터 54만 달러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NED는 홍콩에 있는 반중국 단체에 204만 달러, 우리 돈으로 23억 원가량을 지원했다고 한다.
홍콩 시위 주도자들은 2019년 시위가 한창일 때 수시로 미국을 만나 시위에 대해 협의했다. 3월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홍콩 전 정무사장(총리 격)인 안손 찬을 만나 회담을 했다. 홍콩 민주당의 마틴 리는 2019년 5월 NED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데모시스토당의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는 같은 해 8월 홍콩 주재 미 영사와 몰래 회담했다. 그해 홍콩의 언론재벌 지미 라이가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펜스 부통령 등을 만났다. 지미 라이는 네오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방어재단을 방문해 “홍콩 시위대는 미국이 우리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왜냐하면 우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고 당신이 중국과 치르는 동일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안의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통해 미국이 반중국 단체·인사들과 매우 밀접히 접촉하며 이들을 지원했고 반중국 인사들은 홍콩 시위를 중국과의 전쟁으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반중국단체들은 행동에서도 민주화운동 단체라기보단 극우폭력 단체에 가까웠다.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를 만든 에드워드 렁은 중국 본토인이 홍콩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중국인 혐오를 조장했다. 에드워드 렁은 여성혐오도 이용했다. 홍콩 공원에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중년 여성들이 있었는데 에드워드 렁이 속한 단체는 이 여성들을 성매매 여성들로 매도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등 여성혐오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11월 11일에는 반중국 시위대가 친중국 홍콩 주민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죽이는 충격적인 행동까지 벌였다.
반중국단체가 이렇게 극렬히 시위를 벌이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19년 10월 21일, 상당수 홍콩 시민이 극렬 시위에 반감을 지니고 있지만 시위대의 폭력이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당시 홍콩 상황은 한국에서 적폐세력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과 유사하다. 한국에서도 2019년 전광훈을 비롯한 태극기부대가 광화문-청와대 일대를 장악하고 난동을 피웠다. 이들은 심지어 순국결사대까지 모집해 청와대로 진격하려 했으며 실제로 경찰에게 각목을 휘두르고 행인에게 욕설과 손찌검을 하는 등 폭력을 저질렀다. 때맞춰 윤석열 검찰도 청와대를 공격하고 언론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며 태극기부대에 합세했다.
미국이 홍콩에서 벌인 일도 이와 비슷한 공작이다.
홍콩에서도 시위대가 난동을 피웠고 사법부는 홍콩 시위대를 감쌌다.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홍콩 경찰은 1,300명을 체포하고 그중 191명을 경찰관 공격과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그중 16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마치 전광훈을 풀어주면 또다시 광화문에서 태극기집회를 열게 뻔한데도 사법부가 전광훈을 석방해주었듯, 보석으로 풀어주면 또다시 홍콩에서 폭동을 일으킬 게 뻔한데도 보석으로 풀어준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경찰이 검거하면 판사가 풀어주는 식”이라고 홍콩 사법부를 비판했고 친중 단체 ‘디펜드 홍콩 캠페인’은 사법부의 잇따른 보석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홍콩 언론도 반중 행보를 보였다. 당시 홍콩에서는 범죄자 송환이나 홍콩보안법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750만 홍콩 주민 중 300만 명이 홍콩보안법에 동의하는 서명을 했고 홍콩보안법을 지지하는 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하지만 홍콩 언론들은 이런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고 시위대의 소식만 대서특필했다.
일례로 홍콩 시위 당시 홍콩 경찰관이 발포해 시위대가 총에 맞는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언론은 경찰이 발포했다는 점만 부각해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홍콩 시위대 여럿이 경찰을 에워싸고 총을 빼앗으려 하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시위대에게 총을 빼앗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경찰이 저항하고 경고를 했음에도 시위대는 경찰의 총을 빼앗으려 했고 그 결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홍콩 언론들은 이런 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홍콩보안법 1호 기소자가 나왔을 때도 언론들은 홍콩 시민이 구호를 외쳤을 뿐인데도 처벌받았다는 식으로 중국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는 듯 보도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1호 기소자는 단지 구호만 외쳤던 게 아니다. 구호가 적힌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끌고 돌진해 경찰의 저지선을 3개나 돌파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이 크게 다쳤다. 이건 테러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공작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홍콩보안법이 실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홍콩은 시위도 잦아들고 안정세로 들어서는 듯 보인다. 이제는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도 홍콩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홍콩 시위 당시엔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 기능을 상실할 거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우려했던 대규모 자금 유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1년 현재 홍콩의 금융시장은 안정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홍콩에 친미세력을 공들여 키워놨는데, 2019년 이후 이들의 입지는 줄어들어 더 이상 기를 쓰지 못하고 청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 정세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분열시킬 거점을 잃었다.
4. 결론
이렇게 군사, 외교, 정치 관계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중국의 우위에 선 상황은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대중군사전략을 무력화하고 압도한다. 외교에서는 아직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는 건 아니지만 중국이 고압적인 태도로 미국에 공세를 펴고 미국이 수세로 전환된 형세임이 분명해졌다. 미중관계에선 이미 역전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뜨거운 감자는 대만이다. 대만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모의전쟁을 해보았다는 것 자체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커졌음을 반증한다.
최근 일본이 대만 문제에 끼어들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이 일본에 일침을 놓은 일이 있었다. 글로벌타임스는 8월 6일 “일본 자위대가 감히 더 도박을 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자위대를 제거할 것이다. … 일본에 시대가 바뀌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거리에는 일본제 자동차가 많이 있고, 많은 일본 제품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거래하는 데 주력하고 14억 중국인과 맞서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을 혼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한 것이다. 대단히 여유만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다.
일본으로선 고민이 들만하다. 일본이 아무리 친미국가라고 해도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얻는 것도 별로 없다. 오히려 미국은 자기 살자고 일본을 약탈했다. 미국은 1980년대에 심각한 무역적자에 빠지자 무역적자를 매우기 위해 1985년 플라자합의를 맺어 엔화 가격을 강제로 폭등시켰다. 엔화가 폭등하자 일본 상품 가격이 오르고 수출 경쟁력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 결과 일본은 30년 동안이나 불황을 겪었다. 트럼프 미 행정부 때에도 일본은 트럼프의 강요에 못 이겨 필요도 없는 미국 옥수수 275만 톤을 강매당하는 등 미국에 약탈당했다.
경제이득은 미국보다 중국과 함께 했을 때 더 전망성이 있다. 이런 마당에 일본이 미국을 따라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전쟁을 꼭 해야 하겠는가. 이러니 중국이 때론 고압적인 태도로 일본을 압박하고 때로는 아주 여유 있는 태도로 일본을 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만약 일본이 중국 편으로 넘어가면 큰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친미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터키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 무기를 사고 독일은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을 강행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를 제재했지만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IT시장에서는 여전히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의 충실한 심복 노릇을 했던 일본이 중국에 넘어가면 미국의 위상은 그야말로 폭삭 무너질 수 있다.
대만에서의 미중대결은 더 지켜보긴 해야겠으나 대체로 중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일단 군사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으니 정치나 외교에서도 중국이 승기를 잡게 되어 있다. 국가 간 대결의 핵심은 군사대결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중대결은 중국의 우세, 미국의 열세가 강화되는 추세다. 판을 바꿀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추세를 뒤집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관계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선다면 이는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사회주의·반미국가는 더욱 기세를 올리고 미국은 패퇴하는 세계질서의 정세의 흐름을 굳히는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