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1.




신임 이준석 국민의힘(이하 국힘당)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는 ‘공정’이다. 좌절감이 큰 젊은 세대를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이 대표가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가 밝힌 경제정책을 보면 그의 정책이 시장만능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는 외면하고 있다.

미국식 시장만능론에 기댄 이준석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유에 기반을 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를 경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 대표는 6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승자가 모든 성과를 가져가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공정하냐’는 질문에 “공정한 기회를 통해 경쟁할 토대만 조성된다면 (승자독식의) 성과 배분도 공정하다”라고 언급했다.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등 김종인 식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경제민주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분배가 시장을 통해 작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이 대표가 말하는 ‘공정’이다. 또한 이 대표는 ‘기회’만 공정하다면 결과는 어떻든 ‘공정’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분배문제 역시 부익부빈익빈을 낳는 시장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회의 공정’이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해 어떤 게임(대학입시 등)에서 승리했다면 이것을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사회적 합의와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기회의 공정’의 논쟁적 부분 때문에 ‘결과의 공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회의 공정만 담보된다면 ‘승자독식’이어도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인식으로는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기회의 공정’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례로 이 대표는 2019년 펴낸 『공정한 경쟁』이라는 책(이하 저서)에서 국공립대가 학생을 철저하게 수능 점수로 줄 세워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프레시안, 2021.06.30.) 대학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애인 전형이나 지역할당제 등은 불공정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인식 속에는 다른 삶의 조건에 놓여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처지나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교육수준을 좌지우지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능점수’라는 단일한 기준과 ‘시험’이라는 단일한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니 ‘기회가 공정’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량급 선수와 경량급 선수를 같은 링 위에 올려놓고 권투시합을 하게 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 경량급 선수에게 같은 링 위에서 같은 규칙으로 시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 대표의 인식은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현대판 ‘계급사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기회가 공정했으니 이후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예로든 대학입시의 경우 사람들은 ‘수능점수’에 따라 서열화되며 그 서열화 된 데 따른 불이익 등은 ‘기회가 공정’했으니 그 사람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중량급 선수가 권투시합에서 경량급 선수를 이겼으니 중량급 선수가 더 우수하며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표는 실현 불가능한 ‘기회의 공정’을 내용으로 한 정책을 적당히 포장해 내놓으며 그에 따른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갈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대표 저서를 보면 그가 철저한 엘리트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라며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해도 감수하겠다”라고 주장했다.(미디어오늘, 2021.06.22. / 이하 저서 관련 인용은 특별한 명시가 없다면 동일)

이렇게 엘리트주의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힌 이 대표가 ‘공정’을 운운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친재벌·반노동 정책의 전형을 보여줄 이준석



이 대표는 전형적인 반노동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결정된 2022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9,120원으로 6,470원이었던 2017년보다 42%가 올랐다”라며 매년 널뛰기하는 최저임금 인상률로 인해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해 16.4% 인상으로 키오스크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한 것”이라 설명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원 가량(2021년의 경우 182만 원 가량)이다. 이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주는 직장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절박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때 7.4%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해 최저임금을 16.4% 올린 것을 문제 삼고 있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때처럼 7% 이상씩 꾸준히 인상했다면 괜찮다는 것인가?

물론 이 대표의 인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임금구조의 왜곡을 가져온다”라며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을 비판하며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서 결국에는 사회에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대표 후보 시절인 6월 2일 부산‧울산‧경남 합동토론회에서는 “이제 국민은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공공일자리 정책이 대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일자리는 산업의 하위개념”이라고 밝혔다.

결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쉬운 해고를 할 수 있게 하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실패가 확인된 전형적인 ‘낙수효과’에 바탕을 둔 인식이다. (낙수효과-국가의 경제력 증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한다는 이론.)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이기에, ‘공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재벌을 비판하는 발언을 그에게서 듣기란 쉽지 않다.

이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소위 재벌 2, 3세들을 비판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이 누구인가. 온갖 불법·편법으로 부를 세습하고 있는 재벌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들 재벌 2, 3세에게는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이 대표는 6월 28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터진다면, 대통령께서 지금 사면을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문 대통령의 ‘고독한 판단’을 촉구했다.

‘공정’을 표방하는 이 대표가 재벌을 위해선 ‘정치보복’을 암시하며 대통령을 협박까지 하고 나선 셈이다.



‘공정의 가면’ 속 특권층 대변하는 이준석



이 대표는 영리병원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국민의료보험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라며 “국민 다수에게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고급 의료 혜택을 부자에게 제공하는 영리병원을 우리가 굳이 반대해야 하느냐”라고 주장했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서비스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전 국민의료보험 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는 안중에 없다.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다.

국민들이 가장 고통을 받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공급 중시의 보수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을 비판하며 “공급을 확대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집값 상승)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격차를 해소하려면 최소한 광역 급행교통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시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든지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투기수요’란 존재하지 않고, 재건축 활성화 등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보수적인 시각이며, 집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장이다.

투기수요를 잡지 않는 이상 아무리 주택공급이 늘어나도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개발호재’라며 주변 집값은 들썩일 것이다.

이 대표의 주장은 ‘재벌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집 부자들이 자산소득을 늘려가는 것’ 등이 공정의 결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공정’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공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승자독식’, ‘반노동’, ‘시장만능론’ 등 이 대표의 인식과 정책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구시대적 수구보수 정책에 불과하다.

이 대표의 인식이 실제 정책이 되고 추진되는 순간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젊은 세대들의 박탈감은 더 커져갈 것이다.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