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7월 16일
기사 제목 : [이준석을 파헤친다] 2. 흡수통일 주장하는 이준석 대표의 궤변
이준석 국민의힘(이하 국힘당) 대표는 6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나는 통일은 계속해야 한다고 배웠다. 다만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하는 통일에 관심이 많다. 소위 말하는 흡수통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소리를 하고 내심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관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이야기했다고 기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흡수통일 주장은 통일에 관하여 무지한 것이고 현실성도 없다.
첫째, 이준석 대표는 통일에 관하여 무지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6월 자신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저는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싶다”라고 썼다. 당대표가 되고 난 후에도 이와 같은 주장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이 대표의 흡수통일에 대한 생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현 정권은 상호 공존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저는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우리가 북한을 접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주장하며, 통일 방법에 대해서도 매우 폭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왜 이런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통일관을 갖게 되었을까?
이 대표는 <공정한 경쟁>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저를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라고 하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라고 봐요. 공정은 그 위에서 하는 달리기 게임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할당제 같은 약자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보증이 오히려 심각한 불공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든 것을 경쟁에 의해서 처리하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사회가 굴러가는 기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대표의 이런 생각의 근간에는 신자유주의식 경쟁이 핵심 가치라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남북이 체제 대결과 경쟁을 통해 승리한 쪽이 다른 쪽을 접수해도 된다는 신자유주의식 경쟁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의 통일관은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신자유주의식 경쟁이 최고 가치라 생각하는 이 대표에게 애당초 민족이나 평화통일이라는 개념이 과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통일부 폐지에 대한 이 대표의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 대표는 7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외교‧통일 업무가 분리된 건 비효율적”이라며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직 반공주의와 효율성에만 경도되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되었다.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의 외교 관계와 다른 민족 간의 특수 관계이다. 특수성을 고려해서 심지어 보수 정권 시절에서 처음으로 통일부가 특임 부처로 신설되었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런 필요성을 모두 무시한 채 단지 효율성과 실적을 따져 통일부 폐지를 주장할 것은 통일에 대한 무지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생을 살면서 통일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해보거나 진지하게 배운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경쟁의식과 북한에 대한 단편적이고 악의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통일에 대하여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대표는 “통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배웠다”라고 언급하였으나 이 대표가 실제로 배운 것은 통일이 아니라 대결과 반공이다. 이 대표는 “통일 교육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자기 자신부터 통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둘째, 이준석 대표의 흡수통일론은 현실성이 없다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장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 대표가 주장한 대로 흡수통일을 하려면 북한과 전쟁을 하거나 북한이 붕괴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고 전쟁은 공멸이기 때문에 전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이 대표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쟁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대표의 주장은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기다리거나 북한을 붕괴하도록 만들자는 것으로 좁혀진다. 먼저 이 대표가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통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허상이다. 이 대표의 기대와 달리 북한이 붕괴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3일, 3개월, 3년이면 북한은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북한은 건재하다. 따라서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망상이고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그럼 이 대표는 북한이 붕괴하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러나 사상 최고 수준의 경제봉쇄가 계속되지만 북한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고작 인도적 지원 가지고 북한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 역시 망상이다. 게다가 북한은 붕괴 시도 자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니 이것도 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이상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 대표의 흡수통일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궤변일 뿐이다.
셋째, 이준석 대표는 통일의 전략도 없다
정치는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아니다. 상대방을 말싸움으로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사토론에서는 말 좀 잘해서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정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정치를 TV토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통일에는 북한이라는 상대방이 존재한다. 보수 정치인들이 속으로는 흡수통일을 원할지라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흡수통일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어쨌든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가 북한과 타협할 일은 없다”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와 누가 협상을 하겠는가? 이런 태도는 일부 극우보수주의자에게는 인기를 얻을지 몰라도 정치인으로는 실격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 누구라도 협상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통일과 같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체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협상과 타협의 길을 스스로 차단해버렸다.
반통일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국힘당이다.
이 대표의 나이는 30대이나 사고방식은 1950년대에 머물러있다.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뇌가 정지되어 제대로 사고를 못하는 분단 적폐 세력들을 닮아있다. 이런 반통일 괴물을 만들어 놓은 것은 국힘당이다. 오랜 기간 동안 국힘당은 끊임없이 반통일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국힘당의 변화라고 내세운 30대 젊은 이 대표는 오히려 냉전 시기에나 사용된 낡아빠진 흡수통일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힘당의 반통일 사상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임옥현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