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5.

 

0. 들어가며



5월 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가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글에서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이야기해 주목된다.

이 글은 5월 21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데 대한 논평이다.

미국은 1979년 한국이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 500kg이 넘는 미사일을 만들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 후 미국은 미사일 제한을 차근차근 해제하고 있었다. 1999년에 민간용 우주발사체는 사거리와 중량을 무제한으로 풀어주었고 군사용 미사일도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사거리와 중량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해주었다. 그 후 2012년, 2017년, 2020년에 꾸준히 완화하더니 올해 5월에는 아예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미국의 미사일 지침 종료를 대북적대정책으로 본다. 북한은 김명철 평론가의 글에서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 지침의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왜 미사일 지침 종료를 적대행위라고 생각할까? 미국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하며 대북적대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미사일 지침을 종료해, 한국이 사거리 제한이 없는 미사일을 개발하면 그 미사일은 다름 아닌 북한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반도 군사대결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국이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건 한국을 내세워 한반도 군사갈등을 고조시키면서도 미국 자신은 그로 인한 분쟁에서 빠지려는 속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한국을 내세워 북한을 공격하고 미국은 빠지자. 그러면 북한이 대응조치를 해도 한국에 해야 하지 미국엔 보복을 할 수 없다’라는 계산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논평한 건 미국에 ‘그런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미국을 단죄할 것이다’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과녁’이라는 발언은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한 대응 차원의 말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는 북한의 기본 군사전략이기도 하다. 북한의 기본 군사전략 자체가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며 북한은 그에 맞게 무기 편제, 군사 편제를 하고 군사력을 개발, 강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기본 과녁이 미국이라는 이야기를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북한의 기본 과녁은 한국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가장 먼저 한국을 공격할 거라고 여긴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한 건 미 본토를 핵공격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전쟁에 끼어들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미 북부사령관 글렌 밴허크도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북부사령관은 미 본토 방위를 책임지는 사령관이다. 밴허크 사령관은 6월 9일 “북한이 최근 선보인 신형 ICBM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고, 유사시 미국의 선택지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빠르게 남하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분석한다. 북한군이 한국군과 가까이 있으면 미국이 핵무기를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한국군도 같이 죽고 대한민국도 핵폭발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북한의 기본 공격목표는 서울이며, 미 본토는 다만 견제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기본 과녁이라고 했다. 북한은 “미제침략자들을 영원히 쓸어버리자”, “지구상에서 미국을 없애버릴 것이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바로 미국을 쓸어버리는 게 북한의 군사전략 목표라는 말이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기본 과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2013년 북한은 작전 회의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그 배경엔 ‘미본토타격계획’ 작전도가 찍혀 있었다. ‘미본토타격계획’ 작전도에는 미국 동부의 워싱턴D.C, 중부의 콜로라도주 군사기지,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군사기지, 하와이 등지로 화살표가 그어져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면 바로 이곳부터 공격해 완전히 파괴하는 게 북한이 할 첫 번째 행동이 될 것이다. 미국이 기본 과녁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다.

북한은 왜 이런 군사전략을 채택했을까?



1. 상호성



우선, 북한이 미국을 기본 과녁으로 삼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상호성의 원칙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한반도에서 서로 대결하고 있는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다. 이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자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라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전쟁이 나면 미국은 평양을 공격목표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기본 타격대상은 당연히 워싱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평양을 공격하는데, 평양에서는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을 공격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서울을 공격할 거라고 하면서 워싱턴을 공격할 거라고는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한다. 그건 그 자신이 미국을 무슨 신성불가침의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하거나, 무서워하는 공미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미국을 두려워하다 보니 당연히 북한도 미국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예단하는 것이다.


2. 전쟁의 기본 목적 달성



북한이 미국을 기본 과녁으로 삼는 건 그들의 전쟁 목적을 달성하는 데서도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은 반미 자주를 대단히 중시한다. 세계적 차원에서도 반미 반제 자주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5년 6월 25일 발표한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미제의 각을 뜨기 위한 범세계적인 반미대결전에 떨쳐나설 것을 세계에 호소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미 본토를 공격해서 미국의 정치군사 수단을 초토화한다면 북한의 반미자주를 실현하고 전 세계의 자주화도 실현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북한은 만약 한국이나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일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미국과 남조선당국은 위험천만한 침략전쟁연습을 걷어치워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여야 합니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위해 인내성 있게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입니다. 그러나 침략자, 도발자들이 조금이라도 우리를 건드린다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해 나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무력통일은 미 본토를 공격해 미국을 제압했을 때 가장 순조롭게 실현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 본토를 그대로 둔 채 그들이 말하는 무력통일을 실현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미국은 이 통일을 뒤집기 위해 끊임없이 공작을 펼 것이다.

미국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북한을 전복하려는 공작을 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46년 3.1절 테러 사건이다. 1946년 3월 1일 평양역 광장에서 3.1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김일성 당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과 김책, 최용건 등 북한 간부들 그리고 소련군 간부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행사 도중 한 사람이 연단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그 수류탄은 주석단 바로 앞 계단에 떨어졌다. 위험천만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호를 하던 소련군 야코프 노비첸코 소위가 달려들어 수류탄을 막았다. 그 덕에 김일성 위원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수류탄을 던진 범인은 백의사라는 비밀단체에 소속된 김형집이란 사람이었다. 백의사는 미국의 CIC 방첩대가 관리하던 단체다.

이런 미국의 공작은 먼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2012년엔 동상을 까는 모임, 동까모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은 탈북자단체인 동까모를 만들어 북한 지도자 동상을 파괴하려 시도했다. 북한은 2012년 7월 20일 테러를 시도하던 동까모 회원 전영철을 체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폭로했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2011년 12월 21일 한국의 정보당국 과장과 요원 2명이 전영철을 찾아와 작전계획을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정보당국 요원들은 이 작전은 미국의 승인을 받아 미국의 자금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전영철은 조선일보 기자로 위장한 고동균과 심 모 씨를 정보당국 요원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북한에 대한 공작을 이어왔다. 북한은 지금도 항상 미국이 어떤 공작을 할지 위구심을 갖고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통일이 된 이후에도 그런 경계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미 본토를 공격해 초토화하면 이런 우려를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

또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세계질서도 재편할 수 있다.

북한이 미 본토의 정치군사 수단을 초토화하면 중국이나 이란, 러시아, 쿠바 같은 반미국가들은 양손을 들고 환호할 것이다. 한편 유럽이나 일본, 호주 같은 친미 나라들은 미국이 초토화된 마당에 감히 북한에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가 죽어 납작 엎드릴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자기 구상에 따라 세계질서를 재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체제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모든 면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하늘과 땅처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체제대결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미국을 초토화하면 체제대결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결국 어차피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으로선 한국보다는 미 본토를 공격하는 게 북한의 사상과 정치적 의도를 실현하고 북한이 가진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니 미 본토를 공격하자는 유혹이 끊임없이 있었을 것이다.


3. 군사전략상 효율



세상엔 미국에 핍박받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들 나라는 미국을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보복공격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이런 고민은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을 기본 과녁으로 삼았을 땐 미국이 가할 보복까지 계산해보았을 것이다. 과연 북한은 미국에 보복당할 수 있는데도 정말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는 2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 한국만을 공격한다고 해서 과연 미국의 보복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이미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때부터 북한에 핵공격을 하려는 작전을 세웠던 바 있다. 더글라스 맥아더 미 연합군 사령관은 “30여 개의 원자탄을 투하하려 한다”, “동해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으로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북한을 핵공격하려 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15에는 북한을 핵공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도 미국은 B-52 같은 전략핵폭격기를 한반도 인근 상공에 출격시켜 북한을 위협한다.

이런 걸 보면 미국은 어차피 북한을 핵공격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국만 공격하나 미 본토를 먼저 공격하나 미국의 핵보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둘째로, 북한 입장에선 한국과 미 본토를 다 공격할 수 있다면 차라리 미 본토를 공격해야 미국의 핵보복을 막을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핵보복을 결정하는 건 미국의 수뇌부들인데, 이 수뇌부들은 미 본토에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수뇌부를 없애는 것이 미국의 보복공격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북한의 군사전략상 미 본토를 공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4. 가능성



미 본토를 공격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더라도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실제 공격을 할 수 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려면 첫째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는 방어력 또한 갖춰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보복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어력을 갖췄을 때에야 미국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1) 공격력


북한이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건 미국이 공인한 사실이다.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3월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지난 2017년 열핵 장치를 성공적으로 시험해 전략 무기의 파괴 잠재력을 현저히 증가시키고 미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3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이보다 훨씬 크고, 짐작건대 더 역량이 있는 체계를 공개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더욱 증가시켰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ICBM을 막기 위해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사일방어체계는 언제 어디서 어디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미리 정해두고 그 미사일을 요격하는 식으로 성능을 시험한다. 불의의 순간에 불의의 경로로 미사일 공격이 있을 때 실제로 요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지구 북반부에 집중돼있다는 큰 허점이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은 대부분 지구의 북반부에 있다. 이 나라들이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할 땐 북극을 거치는 경로가 가장 짧기 때문에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를 지구 북반부에 집중시켜 놓았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북한이 남극을 거치는 경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이를 방어할 대책이 없다는 뜻이 된다. 남극 궤도로 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선 사거리가 2만km가 되는 ICBM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2020년 10월 초대형 ICBM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은 그 크기를 봤을 때 사거리 2만km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 초대형 ICBM에 겁을 먹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부분궤도 폭격체계(FOBS)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FOBS란 인공위성처럼 지구를 저궤도로 비행하다가 목표지점에서 궤도를 수정해 떨어지는 미사일이다. 이 특성상 FOBS는 사거리에 제한이 없다.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북한이 FOBS를 사용할까 우려하고 있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13년 “북한은 남극 지방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북한이 남극 궤도를 도는 위성을 활용해 ICBM을 쏠 경우 미국은 아무런 미사일 방어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이 북한이 FOBS를 실험했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북한이 언급한 무기가 남극 쪽에서 강하하는 FOBS일 경우, 사실상 대응 가능한 조기경보체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있다.

2019년 로버트 버크 당시 미 해군 참모차장은 북한의 SLBM이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면밀히 주시해야 할 큰 우려”라며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매우 위협적인 무기다.

북한은 2019년 SLBM인 북극성 3호를 시험발사 하는 데 성공했다. 미 정보당국은 북극성 3호의 사거리를 1,900km로 추정했는데 동아일보는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면 최대 사거리가 7,000km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0년 북극성 4호, 2021년 북극성 5호를 공개했다. 북극성 4, 5호의 사거리가 북극성 3호보다 길 거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미국은 북한이 우주에서도 위협을 해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 지명자는 5월 25일 “(북한은) 위성통신과 위치추적, 항법 등을 목표로 한 전파방해를 통해 미국의 우주 역량에 일정 수준의 위협을 가할 역량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디킨슨 미 우주사령관도 4월 20일 “북한과 이란이 사이버공격과 전파방해, 전자전 등으로 우주상의 위협을 계속 키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우주 위협은 바로 EMP(전자기파) 공격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CBM에 EMP 핵탄두를 탑재해 태평양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핵EMP탄을 우주공간에서 폭발시키면 엄청난 양의 전자기파가 발생해 전자회로가 포함된 함정이나 전투기, 자동차 등을 단숨에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순식간에 석기시대와 다름없게 된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핵EMP탄이) 성공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시험을 앞두고 수소탄 탄두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의 수소탄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4년 전에 이미 초강력 EMP공격능력을 갖춘 것이다.

북한은 인공위성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1998년, 2009년, 2012년, 2016년 네 차례 쏘아 올렸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면서 지구 관측 위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이 위성을 정말로 지구 관측용으로만 쓰는지 아니면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발사하면서 고도는 500km이고 주기는 94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광명성 4호 같이 저궤도의 빠른 인공위성은 주로 군사목적의 첩보수집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며 광명성 4호가 군사위성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다종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대니얼 카블러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관은 2020년 8월 4일 “우리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미사일을 최상의 중대 위협으로 다뤄야 한다”라며 “모든 탄두에 무엇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북한이 대체 무엇으로 미 본토를 공격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발사하는 모든 미사일이 미 본토로 날아갈 수 있다고 가정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방어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의 핵전쟁을 염두에 두고 주요 군사시설을 지하 깊숙한 곳에 마련하고 전국에 방공호를 건설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은 1962년 전 국민의 무장화, 전군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 전국의 요새화라는 4대 군사노선을 채택했다. 주요 시설을 지하에 마련한 것은 바로 이 전국의 요새화 방침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하시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할 길이 없다. 2003년 LA타임즈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지하에 700개의 큰 공장과 1만 개 이상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적 있는데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지하시설은 지하철이다. 북한은 지하철을 지하 100m 깊이에 건설했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쓰는 지하철이 이정도니 다른 중요시설이 어떨지는 뻔하다. 북한은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 12호로 보이는 미사일이 놓인 지하갱도에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하에 미사일기지를 마련해놓았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공개된 미 육군정보사와 CIA의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이 2001년 대형 격자구조를 가진 돔과 이중 천장을 이용해 약한 암석에 지하구조물을 건설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돔형 지하시설은 발전소 혹은 군사시설 건설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평양건축종합대학 건축연구소에서 폭발로 터널이 받는 충격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자들은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부터 지하구조물 손실을 막기 위해 강철구조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연구했다.”

북한의 전쟁 대비 지하시설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잘 구축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전쟁 대비 훈련도 잘 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북한은 4대 군사노선에서 전 국민의 무장화를 내세운다. 그래서 북한은 노동자 농민으로 구성된 노농적위군, 학생들로 구성된 붉은청년근위대 등의 민간군사조직이 꾸려져 있다.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는 작년 10월에 열린 열병식에 참가해 행진하기도 했다.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의 열병식 장면을 보면 다른 군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그만큼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가 잘 훈련돼있다는 걸 뜻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공격력, 방어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갖춘 듯하다. 그래서 북한은 미 본토를 제1타격목표로 삼아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했다고 자평하면서 ‘우리의 과녁은 미국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추론된다.

5. 의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더라도 실제로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에는 북한 인민무력상(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이 “우리에게는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전쟁 방식에도 기꺼이 상대해줄 무적의 힘이 있다”라면서 “우리 대에 반드시 반미 대결전을 총결산하려는 것은 인민군대의 드팀 없는 의지”라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1945년부터 지금까지 76년 동안 모든 고통을 강요한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해온 고통이 미국을 반대하는 증오로 변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고 말끝마다 “미제를 쓸어버리겠다”라고 한다. 북한은 6월 25일을 미제반대투쟁의 날로 삼아 집회를 열곤 했는데, 이 집회에서는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수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자!”, “미제에 의해 우리 민족이 흘린 피값을 천백 배로 받아내자!”라는 구호가 나왔다.

김일성 주석은 일찍이 1960년대 때부터 “세계 이르는 곳마다에서 미제의 각을 뜨자”라고 주장했다. 김일성 주석은 탄자니아 연합공화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제가 침략의 마수를 뻗치고 있는 모든 곳에서 미제의 각을 하나씩 떼내자”라며 “미제의 각을 아프리카에서 하나 떼내고 라틴아메리카에서 하나 떼내고 또 아세아에서도 하나 떼낸다면 미제는 멸망하고야 말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가수반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미제의 각을 뜨자’라고 이야기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ICBM이 없었을 때에도 미국과 전면전을 하겠다고 나섰던 나라다.

1968년에는 미국의 첩보선 푸에블로호가 북한의 영해를 침범했다가 나포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은 북한에 푸에블로호를 내놓으라며 항공모함 3척과 전함 25척,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 200대를 출동시켰다. CNN은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당시 사회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은 전쟁이 날 걸 걱정한 나머지 푸에블로호를 되돌려주라고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물러서지 않았다. “미제국주의자들의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전면전을 치를 태세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은 핵무기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그런 북한이 의지가 부족해서 미 본토를 공격하길 꺼려할까? 그들의 의지는 미국 본토를 날릴 수만 있다면 과감히 하겠다는 그런 정신상태라고 봐야 한다.

북한은 오늘날에도 항일빨치산 정신을 자신의 뿌리로 내세우고 이어가려 한다. 북한은 항일빨치산들이 3대 각오, 즉 맞아 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를 하며 항일투쟁에 나섰다고 한다. 북한은 그런 강인한 정신세계를 이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것을 국가의 전통으로 여기는 나라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도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군사력을 강화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탕알이 없이는 살아도 총알이 없이는 살지 못 한다”라며 선군정치를 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리는 데도 성공했고 고난의 행군도 극복했다.

고난의 행군 시절엔 기계를 돌리던 중에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겪은 희생은 밖에서 볼 때는 잘 가늠할 수 없는, 북한 입장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쓰라린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고난의 행군 때 10대에서 3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북한의 30대에서 50대, 사회의 주축이 되었다. 엄청난 희생을 견디고 이겨온 사람들이 그런 고통을 강요했다고 여기는 미국을 향해 쌓아 온 원한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분노의 폭발이 될 수 있다.


6. 결론



이상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말한 건 미국을 겁주기 위한 허풍이나 과장, 심리전 차원의 표현이 아니라 실제 사실일 것으로 보인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