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6월 07일
기사 제목 : [민주주의 후진국 미국] ② 미국 양당제의 폐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며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미국을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국제 비영리재단인 민주주의 동맹 재단과 설문조사 전문업체 라타나가 2021년 5월 5일 공개한 ‘민주주의 인식 지수 2021’ 보고서에서 미국이 민주적이라고 답한 미국 국민은 50%였다. 이 말은 즉 50%나 되는 미국인이 미국을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조사 대상 53개국 응답자의 44%가 미국이 자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우리는 미국을 진정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의 실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거대 양당의 돌림판
미국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비롯해 여러 개의 정당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현재까지 제3정당에서 배출한 상하원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제3정당 출신 대통령은 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여태껏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국민의 삶이 별반 달라지거나 나아진 건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집권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상위 1% 부자의 1년 수입은 약 9억 원가량 증가했는데 하위 50%의 수입은 고작 9백만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이 이익을 국민에게 좀 나눠주면 미국 경제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독점자본가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정부는 마치 국민을 위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바이든 정부도 이전 정부들과 같이 본질은 독점자본가의 이익을 위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민주주의 후진국 미국] 1. 자본이 점령한 미국의 민주주의 https://615tv.net/249 )
이에 미국 국민은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인 미국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제3당이 등장하길 기대해왔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2021년 2월 1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정당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그런데도 왜 제3정당이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걸까?
2. 제3정당이 살아남을 수 없는 미국의 선거
1900년 이래로 제3정당 대통령 후보가 전국 득표율 5% 이상을 획득한 경우는 단 12명에 불과했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만 봐도 민주당이나 공화당 소속이 아닌 후보의 득표율은 1.44%(자유당 : 1.18%, 녹색당 : 0.26%)에 그쳤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미국의 선거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주들이 모인 연방제 국가다. 그래서 미국엔 주 헌법과 연방헌법이 같이 존재한다. 주 헌법과 연방헌법에서 규정하는 선거 제도는 양당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제3정당을 배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 주 헌법 : 밸럿 액세스
지역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제3정당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법적 장애물은 밸럿 액세스 규정이다. 이 규정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에게 해당하지 않고 제3정당 후보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밸럿 액세스 규정은 제3정당 후보의 경우 반드시 지역 주민들로부터 일정 수 이상의 서명을 정해진 기한 내에 받아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규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은 별다른 절차 없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제3정당 후보가 이름을 올리려면 상당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밸럿 액세스 규정이 제3정당 후보에게 불리한 또 다른 이유는 각 주에서 주 법령을 통해 이에 관한 규정을 서로 다르게 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원하는 제3정당 후보는 50개 주의 서로 다른 법령의 기준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상 서명을 받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 제3당 가운데 가장 이름 있는 정당인 녹색당은 미 대선에 종종 후보를 낸다. 2000년에는 랄프 네이더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는데 오클라호마주, 인디애나주 등 총 44개 주 중에 7개 주에서 밸럿 액세스 규정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아이다호주에서는 서명 용지를 도둑맞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제3정당 소속 홍길동 후보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서명을 제출했지만 뉴욕주에서는 서명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캘리포니아주 투표용지에는 홍길동 후보의 이름이 있지만 뉴욕주 투표용지에는 홍길동 후보의 이름이 없게 된다.
후보로 등록이 되어야만 본격적인 선거운동 및 유세를 진행할 수 있기에 제3정당 출마자는 선거운동 초반에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더슨은 50개 주 전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올리기 위해 자신의 선거 캠페인 예산의 절반을 사용하기도 했다.
(2) 연방헌법 : 승자독식제
연방헌법에서 설명하는 미국의 선거 제도의 특징은 각 주를 단위로 하는 선거인단제다. 미국의 선거인단제는 50개의 각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이들은 승자독식제가 각 주의 자율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승자독식제는 선거의 형평성을 떨어뜨리고 제3정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실상 1위가 아니면 무의미한 승자독식제에서 제3정당 후보가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경우 투표용지에 자동 입력되기에 곧바로 독점자본가들로부터 기금을 받아 각종 유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정당 후보들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부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3. 마무리
미국에서 선거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자본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 제도와 밸럿 액세스 규정은 양당제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권은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양당에 대한 지원이나 유권자들의 지지가 더욱 집중되는 구조에서 제3정당의 입지는 훨씬 좁아진다.
따라서 제3정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 조직이나 인력의 미비·선거자금 동원의 어려움과 같은 물리적 제약 ▲ 언론 등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로 도배되어 제3정당에 대한 인지도 부족 등을 겪는다.
2020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이 출마한 것도 제3정당 후보의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소속 후보가 되어야 제3정당으로 출마하는 것보다 쉽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이 제3정당의 집권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적·제도적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민의 선택은 제한된다. 이처럼 국민의 결정권을 빼앗으면서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이 집권하는 정치구조가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실상인 것이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