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5월 1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26]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해
차례
1. 새로울 게 없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2. 미국이 선택했어야 하는 대북정책
3. 이 상태로 가면 미국은 무너진다
1. 새로울 게 없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4월 30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드디어 대북정책 개요를 공개했다. 바이든 정권 출범 100일 만이다. 바이든 정부는 새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미세하게 조정된’ ‘단계적’ 접근 ▲미국과 동맹국, 실전 배치된 주둔 병력의 안전을 강화하는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 ▲외교와 단호한 억지 병행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식도 아니고 오바마식도 아니라는 뜻이다.
특이한 것은 이게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전부라는 것이다. 개요 정도만 있고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없다. 더 자세한 게 나오지 않을까 기다려 봤지만 추가로 공개되는 게 없다. 언론도 당황한 눈치다. 중앙일보는 5월 9일 <北 무반응 때문? 공개 뜸들이는 ‘바이든표 대북정책’ 왜>라고 보도했고 뉴스1도 같은 날 <바이든 대북정책 세부내용 공개 왜 늦어지나..전략적 고려?>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은 별 내용이 없고 실용적으로 하겠다느니 하는 하나 마나 한 수사로만 채워져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대북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전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번 비교해보자.
어떤 이들은 트럼프를 여느 미국 정권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정말 다른 미국 정권과 다를까? 트럼프는 싱가포르공동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긴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지도 않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 들지도 않았다. 대신 대북제재를 지속했고 항공모함이나 B-52H 같은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해 북한을 위협하곤 했다. 다른 미국 정권과 같이 대북적대정책을 계속한 것이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싱가포르공동성명에 합의한 건 북한과 정말로 관계개선을 이루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2017년 11월,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해 미국 전역을 핵공격할 수 있음을 입증하자 미국은 안보 불안에 빠졌다. 미국은 2017년 12월 18일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가장 먼저 ‘본토 및 미국민 보호’를 핵심 기조로 설정했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 문제가 매일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일어난다면 빨리 멈출 방법이 뭔지를 고민했다”라면서 전전긍긍해 했다. 그래서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상회담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19년 1월 3일 “(북미정상회담은) 우리를 향해 발사될 핵무기뿐 아니라 핵확산의 위협을 줄여 훨씬 더 안전하고 나은 미국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속내를 실토했다.
그러니까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택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대북적대정책을 버리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다. 아마 트럼프 대신 힐러리 클린턴이 집권했어도 비슷한 경로를 택했을 것이다.
트럼프에 앞서서도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맺었다.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맺게 된 건 다음 같은 과정에서다.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영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은 북한에 시비를 걸며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느니 미신고한 핵시설을 특별사찰해야겠다느니 하며 북한을 압박해 나섰다. 북한은 미국과 공방을 벌이던 끝에 이런 부당한 요구를 당할 바에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핵확산금지조약은 미국이 새로운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만 핵무기를 갖고 그 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체제다. 그런데 북한이 임의로 탈퇴해버리면 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조약을 탈퇴하지 않도록 시급히 협상에 나섰고 그 결과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맺게 됐다.
제네바합의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북한과 미국은 정치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북한이 영변 발전소를 해체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했다. 이 합의가 이행됐으면 좋았겠지만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03년까지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지만 땅만 좀 파다가 끝내 경수로를 짓지 않았다. 결국 제네바합의는 파기됐고 북한은 2003년 1월 NPT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 클린턴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없었던 듯 보인다. 클린턴도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945년 8월 15일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한 적이 없다. 군사적 압박, 제재, 인권을 내세운 외교적 압박 그리고 대화, 이런 것들은 모두 대북적대정책으로 이런 저런 방법을 돌아가면서 쓴 것일 뿐이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의 차이였지 대북적대정책인 건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도 적대정책일 뿐 새로운 게 전혀 없다. 설령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해도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은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안중에도 없고 북한 비핵화를 강요하거나 인권 문제를 들먹이며 대북적대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이다.
2. 미국이 선택했어야 하는 대북정책
그러면 미국이 발표했어야 하는 대북정책은 무엇일까? 북한이 요구하고 북미가 합의한 것, 그리고 전 세계가 지지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다. 북한도 미국에 적대정책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도 전쟁종식, 평화체제, 상호 존중 등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전폭 지지했다. 영역별로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정치 영역에서는 싱가포르공동성명 1항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나가자는 내용에 맞게 기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은 서로 대표부를 설치하고 앞으로 수교까지 맺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발전시켜 나가는 걸 추진해볼 수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과 미국은 각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뒤 향후 대사급 관계로 격상 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었다.
다음, 군사적으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적 관계로 가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공동성명 2항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기초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북한은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교류협력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급의 교향악단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해 연주회를 열 수 있다. 남북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과 북을 오가며 서로의 공연단이 공연했었고 북미도 2008년에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대북정책을 발표했다면 남북미 국민과 전 세계가 열렬히 지지했을 것이다.
이런 대북정책은 실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이런 대북정책을 발표한다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거부하면 북한은 대미적대정책을 고집해 평화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고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게 된다. 사실, 이 정도 정책이면 북한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 북한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대화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이런 것과 비교해서 보면 이번에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은 얼마나 구태의연한가. 바이든의 대북정책이란 외교와 억지를 병행하겠다는 둥 북한을 적대하겠다는 것만 드러냈을 뿐 자기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게 없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분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용이 없고 단순하다.
바이든 대북정책에서 꼬집을 게 있다면, 완전히 속임수일 뿐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가 구태의연한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새롭다고 포장하는 건 목적이 있다. 자기들은 뭔가 새롭게 해보려고 하는데 북한이 거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지금 북미대화가 안 되는 원인이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안 되어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과거 오바마 정부가 했던 것이 딱 바이든 정부 같았다. 오바마는 북한과의 대화엔 응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꾸준히 압박해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썼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는 말로는 “조건 없이 (북한·시리아·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지도자들을 만나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많은 사람이 진보적이고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듣고선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했다. 책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인 브루스 커밍스도 “오바마는 매우 현명한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미관계가 큰 폭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기대했다. 북한에 비난이 쏟아지도록 사람들을 현혹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바이든 정부 정책은 사람들을 속이기에도 너무 부실하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봐도 도대체 미국이 뭘 하겠다는 건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워싱턴포스트는 5월 5일 칼럼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결국,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라며 벌써 바이든 대북정책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 이 상태로 가면 미국은 무너진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무척 수세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국은 대북정책을 표현하며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했다. 미국 언론 복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목표를 ‘북한 비핵화’라고 명시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바이든 대통령을 무시했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북한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북정책에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오던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라는 표현도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기조를 세워놓았다. 미국 NBC는 바이든 정부가 “배를 흔들지 말라”라는 기조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이 무시하는 데도 계속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2월 중순부터 3월께까지 여러 경로로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대놓고 모욕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최근 또다시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5월 3일 “북한이 외교적인 교류의 기회를 잡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법을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며 대화를 요청했다.
이를 보면 미국이 수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우위에 섰으면 앞으로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받아주기만을 바라며 저자세를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진 않으면서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세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관계개선을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이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는 미국에 해롭다. 미국은 평범한 나라와는 다르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하여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약탈해온 제국주의 나라다. 미국이 북한을 제압하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북한을 방치하면 제국주의 나라로서의 패권이 무너지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이 강경책을 꺼내면 북한도 강경책을 꺼내 들까 봐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대화를 하자니, 평화협정 체결 같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싫다. 최선의 선택지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으면서 형식적인 대화만 계속 이어나가는 건데, 그건 북한이 거부한다.
그러면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고작해서 인권을 들먹이며 북한을 비난하는 것, 한국 탈북자단체를 부추겨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 정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5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 ‘2020년의 미-일 동맹’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쉬운 해법은 없다...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이 없다면 미국은 앞으로도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 세상에 이런 제국, 이런 패권국가도 있는가? 미 제국은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처지에 놓이다 보면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에 ‘도움’을 구걸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블링컨 국무장관은 5월 4일 “앞으로 중국과 북한 및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구애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중국은 대결 중이다. 미국은 각종 경제전쟁을 하는 판에 무슨 염치로 중국에 도와달라고 하는가? 미국이 중국에 도와달라고 부탁하려면 중국에 무언가를 내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지금 쿼드 등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려는 동북아시아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중국 포위망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즉,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밀면 중국 포위망이 풀리고, 중국 포위망을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을 내버려 두면 미국의 패권이 몰락한다. 이것마저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미국은 완전히 사면초가 신세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계속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 1990년대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하면서 든든한 우방국들이 숱하게 무너졌고 2005년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개선해 이젠 상당히 밀착된 관계를 맺었다. 국제환경이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것이다. 북한으로선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질 것은 없다. 게다가 북한 내부 경제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세계인의 관심사는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압박하고 이끌어내느냐가 아니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을 얼마나 위협하게 될지에 관심을 둔다. 북한이 과연 언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지, 핵실험을 재개하지는 않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핵무기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고도화되고 있을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느 순간에 북한이 자신들의 성능 개선 필요에 따라서 추가 (ICBM) 시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항상 핵을 확산시키려는 사람들 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에 위협이 되는 건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이 아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만들겠다고 공개선언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핵잠수함이나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곤 했는데, 그런 행동을 반복해봤자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처럼 북한은 점점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데 미국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미국에선 북한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비명을 지른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이 가장 큰 대외정책의 위협”이라고 꼽고, 오스틴 국방장관도 “북한은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말하며 미 외교협회도 북한이 올해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짚었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북정책 중에도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미국 병사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은 지금 자기 자신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8월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8월에 만약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 북한이 강력히 대응해 실제 전쟁위기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올 8월엔 최대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긴장하며 주시하게 된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