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5.

1. 미일정상회담 직전 결정된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그 물은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다.”
-지난 4월 13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꺼낸 망언.

일본 정부가 2년 뒤부터 30년 동안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방사능 오염수 125만톤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국민의 분노가 드높은 가운데, 오염수 방류 결정 과정에서 일본이 미국의 동의를 얻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태는 미일 양국을 동시에 규탄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전하면서 16일에 열릴 미일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도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일본 국민의 반대 여론이 55%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느닷없이 오염수 방류 발표를 미일정상회담 일정과 함께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북한·중국을 겨눈 미국의 공세에 동참하는 대가로 오염수 방류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관한 미일 양국 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

실제로 미국은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날, 마치 방류 결정 소식을 미리 알고 있던 듯이 일본을 발 빠르게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양국 간 미리 오염수 방류 결정을 조율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얘기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4월 13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은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으며 국제적인 원자력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개인 트위터 계정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수를 방류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고맙다”라고 적었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처리수는 오염 처리수의 줄임말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사능 오염수’라는 여론의 따가운 뭇매를 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강조해온 표현이다.

이처럼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의 반응이 쏟아진 뒤 일본은 한국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월 14일 산케이신문을 통해 “한국 따위에 (오염수 방류 항의를) 듣고 싶지 않다”라는 막말을 꺼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뒤에 미국이 있음을 추정케 하는 발언이다.

이후 4월 17일, 미국의 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한국을 찾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심각히 우려된다’라며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케리 특사는 “기대가 높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한국을 무시했다.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이나 중국도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라며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정당화하려 하고 미국이 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다. 오죽하면 자신을 ‘원전추진파’라고 밝힌 일본 집권 자민당 소속 의원이 “보도는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서 사실을 전해야만 한다”라며 이런 말을 꺼냈을까.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 처리수와 다른 원전의 배수는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알프스에서도 처리할 수 없는 핵종 가운데 11핵종은 다른 원전이 물을 배출할 때는 나오지 않는 핵종입니다. 보통 다른 원전은 연료봉이 피막에 둘러싸여 냉각수가 직접 연료봉에 닿을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바깥에 나와 있는 냉각수가 직접 연료봉에 닿습니다. 처리수에 포함된 건 ‘사고를 낼 수 있는 핵종’입니다.”
-지난 4월 14일,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중의원 의원이 닛칸겐다이가 낸 <원전 오염수에 삼중수소 이외의 핵종…자민당 원전추진파가 지적> 기사에서 전한 말.

무엇보다 미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면서도,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10년 더 연장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야말로 미국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일본 편을 들었다는 증거다.

최근에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기준치의 6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된 ‘방사능 오염 우럭’이 잡히고 있다. 만약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현실이 되면, 한반도 앞바다가 방사능 오염 물고기로 뒤덮이는 건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일본과 미국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라는 ‘재앙’을 우리 앞에 내던졌다는 점이다.

 

2. 미국의 적나라한 ‘내정간섭’ 대북전단 청문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미국은 정반대로 한국을 향해서는 잔뜩 날을 세워 매섭게 공격했다. 미국의 의원들이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제정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개정하라며 어처구니없는 내정간섭을 벌인 것이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이틀 뒤인 4월 15일, 미국 하원 내 초당적 모임인 톰 랜토스 위원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는 국내 태극기 모독부대에서 나올 법한 섬뜩한 극우적 망언이 꼬리를 물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에서도 “우리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며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관한 우리의 강력한 견해를 표명해 왔다”라는 논평까지 내며 한국에 법안 수정을 압박했다. 의회와 정부할 것 없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참견하는 미국의 반응이 매우 노골적이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 중이다. 본래 김포, 파주, 포천 등 휴전선 접경지역 주민들은 법안 통과 이전까지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탈북자 단체와 그를 지원하는 미국 단체들이 북한을 향해 마구잡이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무척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김포 시민 안승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제정되자 평화를 되찾았다며 온 마음을 다해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의회 산하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이 법안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청문회를 한다고 합니다”라며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회가 주권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압도적 국민의 지지 속에 통과시킨 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를 들여다봐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안을 찬성한다’라는 우리나라의 민심은 60%를 넘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 국민이 지지하는 법안에 감 놔라 배 놔라 시비를 걸고 나선 셈이다. 미국의 간섭은 부당한 내정간섭이자 주권침해다. 

랜토스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 의원은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국회가 그 법을 수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 발언해온 시민사회단체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 권력을 정치화했다”라고까지 말했다. 미국의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입을 모아 한국에 도를 넘는 내정간섭을 벌인 것이다.

‘인권 옹호’를 표방하는 랜토스 위원회에서는, 인권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극우 인사들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화상연결을 통해 “촛불혁명은 사악한 기획이며 한국은 전체주의가 되고 있다”라며 사실관계와 맞지도 않는 말을 꺼냈다. 심지어 이인호 교수는 이승만, 전두환 정권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학살된 제주4·3항쟁과 5·18민중항쟁을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증인으로 나선 수전 숄티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북한에 의해 처형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전 숄티는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박상학 등 탈북자들과 함께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인사다. 한반도의 평화를 깨고 불안을 조장하는 중심에 서온 인물이 바로 숄티다.

이처럼 극우 난장판이 벌어진 대북전단 청문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인권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이 그대로 보인다. 인권을 옹호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응원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불안과 전쟁을 원하는 듯한 미국의 민낯이다. 미국의 대북전단 청문회가 열린 뒤, 박상학이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4월 25일부터 5월 1일 사이에 “대북전단을 기어이 날리겠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뒷배로 삼으며 국내법을 짓뭉개려는 탈북자 단체의 만행이 가관이다.

시기상 랜토스 위원회는 미일정상회담 바로 전날에 열렸는데, 이를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비슷한 시기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적극 지지한 반면, 유독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망언을 쏟아내며 마구 공격했다. 이 흐름을 보면 미국이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에 힘을 크게 실어주려는 조치를 벌였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3. 자주적이고 당당하게 미국과 일본에 맞서야

 

지난 4월 16일에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서로를 ‘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별명) ‘요시’(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별명)로 불렀다. 서로 친근함을 과시하는 미일 양국의 ‘보여주기’가 벌어지는 통에 우리나라·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미일정상회담 즈음해 잇따른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미국의 대북전단 청문회는 미일 양국이 우리나라에 해악을 끼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전쟁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사사건건 일본 편을 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주권을 위협하는 미국, 두 나라는 결코 우리나라의 우방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국민이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이끈 자주적이고 당당한 주권국가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미국을 향해 도쿄올림픽 불참, 한일군사정보비밀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외교관계 단절, 한미일 군사동맹 거부, 한미워킹그룹 폐지 같은 가능한 방법을 모두 총동원해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 한반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미국과 일본을 향한 남북의 공동 대응도 절실해 보인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망언 쏟아내는 일본 정부 규탄한다.”
“미국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방침 감사 표시 강력히 규탄한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전 세계인들을 향한 핵테러와 같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난 4월 16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이 내고 있는 목소리.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방사능 오염수 무단 방류 철회를 촉구하며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론을 받들어 오염수 방류를 짬짜미한 미일 양국과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그 길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안전, 생명,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