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12]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분석(2)
*앞에 글에 이어
2.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행사의 특징
8차 당대회는 한 정당의 정치행사로서는 규모에서나 정치적인 내용으로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행사였다.
(1)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정당 행사
8차 당대회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큼 대규모 정치행사였다.
8차 당대회는 1월 5일 개회하고 열병식을 진행한 14일까지, 10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정당 정치행사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회는 북한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매우 큰 정치행사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대선과 함께 4년마다 열리며, 이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대선 후보 출정식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전당대회도 대체로 3일 정도 진행될 뿐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당대회를 크게 한다. 중국 공산당은 ‘전국대표대회’라는 이름으로 당대회를 여는데, 2017년에 열린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7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와 비교했을 때 북한의 8차 당대회는 가장 길게 열린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이 존재했을 때 소련 공산당은 당대회를 열흘 넘게 진행한 사례도 많긴 했다. 다만, 소련은 사회주의 종주국을 자처했고, 소련 자체가 15개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모여 만든 연방국가였다. 소련은 당내에서도 노선 대립이 빚어져 여러 논쟁 속에서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8차 당대회는 참석 인원으로도 역대급 규모였다. 북한은 8차 당대회 참석자 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대표자가 5,000명, 방청자는 2,000명으로 총 7,000명 정도가 10일 동안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참가자 수는 2,287명이었다. 인구나 공산당원 수가 더 많은 중국보다 북한이 당대회를 더 크게 연 것이다. 8차 당대회는 과거 북한의 당대회보다도 규모가 커졌다.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는 5,054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8차 당대회 참가자는 7차 당대회보다 2,000명 정도 더 많아진 것이다.
행사구성도 다양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8일 동안 회의를 진행하고 경축공연과 열병식까지 열었다.
8차 당대회 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는 1월 13일에 시작하여 24일까지, 12일 동안 진행됐다. 당대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장기간 계속된 것이다.
경축공연은 매우 화려하게 꾸려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공연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 영상을 보면 ‘당을 노래하노라’의 무대는 계단식으로 3층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한 개 층이 매우 넓어서 3개 층에 달하는 전체 무대는 평양체육관 전체를 다 사용하는 규모였다. 무대배경엔 무대 중앙부터 좌우까지 3면에 걸쳐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이런 거대한 무대에서 성악과 기악, 무용과 집단체조 등이 진행되고 무대 배경엔 영상과 조명이 다채롭게 사용되어 전체 공연이 상당히 화려하고 웅장해 보였다.
14일에 열린 당대회 열병식은 매우 특이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열병식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보통 건국절이나 독립기념일, 건군기념일에 진행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열병식을 진행한 바 있고 미국은 2019년 독립기념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프랑스가 2018년 프랑스 혁명 229주년 기념일에 열병식을 한 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열병식을 하지만 정당 행사에서 열병식을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북한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선노동당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8차 당대회 열병식은 북한 열병식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열병식은 2020년 10월 10일에도 열렸다. 이번 열병식은 이례적으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재차 진행된 행사였다. 또한 당 창건 기념일에 열병식을 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당대회에서 열병식을 진행하기는 처음이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처음으로 당대회를 기념해 군사퍼레이드를 실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당대회를 중요하게 여기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8차 당대회는 여러모로 특별하고 성대하게 치러진 행사라는 걸 알 수 있다.
(2) ‘일심단결’이 과시된 행사
8차 당대회 행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북한 사회의 ‘일심단결’을 과시하는 행사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 80일 전투
먼저, 8차 당대회는 일부 당대회 대표자들만 참가하는 행사로 그치지 않았다. 북한 국민은 2020년 10월 10일 이후 80일 전투를 벌이면서 8차 당대회를 준비했다. 온 국민이 8차 당대회를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2020년 10월 23일 “80일 전투의 혁혁한 성과로 당 제8차 대회를 보위하자”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런 호소에 북한 국민들은 “80일 전투에 총매진하여 당 제8차 대회를 자랑찬 성과로 맞이하자”라며 80일 전투에 나섰다.
북한에서 80일 전투는 성과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월 1일 80일 전투의 성과를 종합해서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전력공업에서는 80일 전투 목표를 106.4%, 석탄공업에서는 102%로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 공업부문의 52개 주요목표가 달성됐다고 한다. 4.15기술혁신돌격대는 전투기간에만 7,900여 건의 기술혁신안을 창안·도입했다고도 한다.
이런 80일 전투의 성과는 몇몇 사람이 분발해서 이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 국민이 80일 전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당대회는 말 그대로 정당의 행사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당대회는 당원이면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하나의 정치 뉴스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국민은 8차 당대회를 ‘보위’하겠다며 80일 전투에 나섰다. 전 북한 국민이 당대회를 자기 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8차 당대회는 단지 조선노동당원만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북한 국민의 최고 행사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80일 전투는 북한 국민 속에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열기를 고조시켰다고 할 수 있다.
80일 전투는 8차 당대회 개최의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나. 기층의견 수렴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8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4개월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만들어 파견했다고 한다.
각지에 파견된 검열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은 건 무엇인지, 실리적으로 한 건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 것은 무엇인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당적 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지를 “빠개놓고 투시”했다고 한다. ‘빠개놓다’는 ‘어떤 내용이나 내막 따위를 사실대로 다 드러내 놓다’라는 뜻이다. 북한은 기층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지난 5년의 결함을 적당히 덮거나 숨기지 않고 모두 꺼내놓고 논의한 듯하다.
총비서가 특별 조직까지 만들어 현장에 있는 북한 국민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듣고 반영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 8차 당대회의 특징 중 하나이다. 현장 당원,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활동은 북한 사회의 현황과 과제를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했겠지만, 북한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데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의견을 듣고 마음을 모으는 8차 당대회를 만들려 한 것이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월 25일 스페셜리포트에서 당대회 사전에 기층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을 “‘당의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했다.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대중이 당을 더욱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8차 당대회를 준비 과정부터 ‘일심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한 것이다.
다. 대표자 구성
8차 당대회는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자의 수가 늘어났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살펴봤듯 8차 당대회 참석자 수는 총 7,000명으로 2016년 7차 당대회보다도 참가자가 확연히 늘어났다.
구성원 변화를 보면 군인 대표가 대폭 감소하고 당정치 일꾼, 국가행정경제일꾼, 현장 핵심 당원 대표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는 현장에서 일하는 기층 당조직에서 참가한 사람의 비율이 21.4%에서 29.1%로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8차 당대회 결정은 당대표자들이 모여서 내린 것이지만, 당대표자들은 8차 당대회의 결정을 실행하는 데 전 국민을 참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0년 8월 20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당대회 대표자 선출 비율을 1,300명당 1명으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조선노동당원 수는 6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 인구는 2,6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북한 국민의 4분의 1이 조선노동당원인 것이다.
통상 1980년에 열린 제6차 당대회를 두고 당시 조선노동당 당원의 수를 약 300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그때보다 2배 이상 당원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이 더 많은 북한 국민 속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당대회도 더욱더 현장 중심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대회가 현장 중심으로 진행될수록 현장에 있는 북한 국민은 조선노동당을 더욱 가깝게 여기게 될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일심단결’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라. 김정은 총비서 추대와 그 반향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총비서는 100% 찬성으로 추대됐다. 노동신문은 “전체 대표자들은 위대한 우리 당을 대표하고 영도하는 수반인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선거하는 최대중대사를 앞두고 비상히 격양되어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민은 총비서를 추대하면서 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듯하다. “거대한 정치적 사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정양춘 기사장(기술책임자)이 총비서 추대를 “당과 혁명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평안남도당 위원회는 “주체 조선의 양양한 전도와 민족의 만년대계를 담보하는 대경사”라며 “새로운 승리적 전진을 위한 결정적 담보가 마련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 국민은 최고지도자를 잘 추대하는 것을 국가 발전의 결정적 요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총비서 추대도 국가 발전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한 “대경사”이자 “정치적 사변”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 추대 소식을 접하고 북한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당 위원회는 총비서를 추대한 데 감격하며 “당 제8차 대회가 가리키는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향하여 총매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철도성 리면식 국장도 “최고령도자의 애민헌신의 자욱자욱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며 철도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수송사업에서 혁명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총비서가 추대되는 과정을 보며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과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공고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북한의) 일심단결 수준이 이전보다 매우 고도화되었다”라고 분석했다. 8차 당대회는 북한 국민이 총비서를 중심으로 일심단결 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듯하다.
마. 단체사진
8차 당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다른 특징으로는 단체사진을 들 수 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열병식까지 마친 1월 14일엔 8차 당대회 대표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1월 16일에는 열병식 참가자들, 당대회 방청자들, 호위·안전·보위부문 장병들과 사진을 찍었다. 1월 18일에는 새로 선거된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사진을 찍었고, 최고인민회의 결과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한, 8차 당대회가 성과적으로 열리도록 보장하는 데 기여한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열병식 전체 참가자들까지, 또한 당대회를 위해 노력해준 호위·안전·보위부문 장병은 물론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까지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라고 하면, 행사 자료집을 찍은 인쇄소 노동자와 기념사진을 찍은 것과 비슷하다. 이런 노동자들은 행사를 할 때 항상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공로를 인정받거나 치하 받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총비서는 “당에서 맡겨준 과업을 최상의 수준에서 수행하기 위해 온갖 지성을 다 바쳐준 근로자들의 남모르는 수고가 있었기에 우리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었다”라며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8차 당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매우 독특한 장면이다. 이 사진의 내막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놀라지 않을까 싶다.
단체사진, 기념사진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식당에 정치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방문하면 그 식당엔 어김없이 그 사람이 방문한 사진을 찍고 걸어놓기 마련이다. 이런 사진은 기념도 되고 자랑이 되기도 한다.
북한 국민에게 총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이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아마도 참가자들은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액자에 담아 소장하게 될 것이다.
총비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8차 당대회 대표자들에게는 당의 핵심,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혁명적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내각 성원들에게는 애국충정과 이민위천 사상을 심장에 새기고 분발하고 또 분발하자고 호소했다.
아마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이들은 자기 집이나 직장에 걸린 기념사진을 볼 때면 8차 당대회에서 한 결정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총비서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한 당부를 이행하고자 마음을 다잡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이번 기념사진이 총비서를 중심으로 북한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실현하기 위한 추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바. 온 국민이 축하한 당대회
8차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도 북한 국민은 함께 모여 당대회의 성공을 축하했다. 1월 14일에는 군대가 나서 열병식을 열어 북한을 보위할 의지를 북돋았다. 평양시민은 이런 열병대원들을 꽃다발을 들고 환영해주었다. 열병식 후엔 불꽃놀이도 진행됐다. 북한 국민은 김일성 광장에서 춤을 추며 8차 당대회를 축하했다. 8차 당대회 경축공연도 많은 북한 국민이 관람한 듯하다. 노동신문은 10일 동안 진행된 경축공연이 연일 성황을 이뤘다며 “(공연장이) 온 나라 인민들에게 필승의 신심과 낙관을 더해주는 공연에 대한 관람 열기로 끓어 번지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는 총비서와 북한 국민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는 듯하다. 북한 국민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한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축하를 보냈다고 한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를 추대한 것을 두고 북한의 경사, 민족의 경사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박용남 평안북도농촌경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슴이 높뛰고 새 힘이 용솟는다”라며 당대회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이들이 당대회를 축하하고 지지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이를 보면, 북한 국민은 8차 당대회를 축하하며 함께 의지를 모아나간 것으로 보인다.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 전역에서 함께 축하하고 마음을 모으는 단결의 기운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3) 일하는 행사
총비서는 8차 당대회를 열기로 한 2020년 8월 20일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부터 8차 당대회는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란 8차 당대회에서 북한에서 드러난 결함과 원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당대회와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는 그동안 한 일을 치하하고 과시하는 행사로 치러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참가자들의 기세를 북돋고 외부적으로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8차 당대회는 이런 일반적인 행사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8일이나 되는 대회 기간에 참가자들은 집중해서 학습하고 토론했다. 총비서는 4개월 동안 현지 실태조사까지 해가며 분석한 북한 사회 전 분야에 대해서 세세하게 현황을 공유하고 결함을 극복할 방도를 강의했다. 중앙일보는 당대표단이 ‘열공모드’였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업총화보고 토론이 진행된 후에는 부문별 협의회가 열려 심층토론이 진행됐다. ▲공업 ▲농업 ▲경공업 ▲교육·보건·문화 ▲과학기술 ▲군사·군수공업 등에서 부문별 협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북한 매체들은 “당과 혁명위업에 대한 충실성과 혁명가적 자세가 어떤 높이에 도달해야 하는가를 실감케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고 전해 매우 진지한 토론이 오갔음을 짐작케 해주었다. 8차 당대회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 결정서를 최종 작성하고 채택했다.
이를 보면 8차 당대회는 지난 활동의 성과를 축하하고 자랑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북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8차 당대회는 말 그대로 ‘일하는 대회’로 진행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8차 당대회 결과는 북한사회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예고한다며 “북한 사회는 8차 당대회 이전과 이후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행사를 하면 낮에 세미나를 잠깐 진행하고 저녁에는 만찬 같은 친교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한과 북한의 8차 당대회는 참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진행된 8차 당대회의 정신은 대회 이후 북한 국민 속에 퍼져가고 있는 듯 보인다. 8차 당대회 이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의원들이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실행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새로 임명된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은 “설정된 목표를 미달한 것은 국가계획위원회가 … 과학적이며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데 주되는 원인이 있”다면서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건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내각에서 각 분야를 맡는 당 간부들도 이러한 결의를 밝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북한 국민 속에서도 8차 당대회 내용을 학습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8차 당대회의 분위기에 맞게 당대회 내용 학습도 자기 부문 사업에서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방도를 찾는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금속공업성과 화학공업성, 전력공업성을 비롯한 기간공업부문과 교통운수, 건설, 경공업부문 일꾼들은 당의 정책과 의도를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구체적인 학습 소감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영호 수성천종합식료공장 기술준비실 실장은 “당대회 문헌들을 깊이 학습하면서 자책이 컸다”라며 “새 제품개발과 생산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결심이 굳어진다”라고 당대회 내용을 학습한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이렇게 결의를 밝히고 구체적인 방도를 수립하는 분위기는 크고 작은 도시에서 군중대회가 일어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1월 15일 평양 군민연합대회를 시작으로 19일에는 평안북도, 황해북도, 자강도, 함경남도에서 군중대회가 열리는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 군중대회들은 각 분야에서 해야 할 과제와 자신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밝히고 결의를 모으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8차 당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고, 북한 국민 속으로 깊숙이 퍼져나가면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에)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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