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11]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분석(1)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8차 당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됐다.
8차 당대회는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미국 AP 통신, 프랑스 AFP 통신 등은 8차 당대회 소식을 긴급뉴스로 타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고 AFP 통신은 북한이 미국을 ‘최대 주적’이라고 지칭하고 핵무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미국을 겨냥한 저항의 선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며 걱정했다. AP 통신은 북한이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8차 당대회에 촉각을 기울인 것은 그만큼 8차 당대회가 미치는 세계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세계 여러 나라와 정당, 단체가 8차 당대회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추대를 축하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총비서로 추대되자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다. 베트남 주석, 라오스 주석, 시리아 대통령 등이 총비서에게 축전을 보냈고, 독일, 일본 등지에선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여러모로 8차 당대회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정치행사였다.
이런 8차 당대회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8차 당대회를 몇 차례에 걸쳐 분석하고자 한다.
1. 김정은 총비서의 특징
8차 당대회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김정은 총비서(이하 총비서)다. 북한 사회를 알려면 총비서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보인 모습이 8차 당대회의 특징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총비서의 면모를 정확히 아는 것은 이번 8차 당대회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8차 당대회는 총비서의 면모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기회이기도 했다.
(1) 자기 국민과 당, 국가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8차 당대회 과정에서 총비서가 자기 국민과 당, 국가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총비서는 당대회 개회사에서 “우리 당중앙위원회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로 되게 할 것을 만천하에 천명”하였다고 언급한 뒤, “이것은 총결기간 중앙위원회 사업을 엄정히 총화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 건설에서의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다시 한 번 명백히 확정하며 이를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당원들과 인민들 앞에 약속한 것”이라고 하였다.
흔히 당대회와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는 대외적으로 자기 세력을 과시하는 성격이 강해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된 내용을 짜인 각본에 따라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자리로 여긴다. 하지만 총비서는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목표가 미달된 원인을 집중 분석하면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이번 8차 당대회를 가져갔다.
흔히 권력자들은 자기 체면을 살리고 반대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부족점을 숨기고 성과만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도저히 잘못을 숨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남에게 책임을 덮어씌운다거나 ‘책임을 지겠다’며 무책임하게 사퇴해버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국가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면 결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 같이 지혜를 모아 원인을 분석해 향후 승리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것이다.
총비서는 지난 5년 동안 나타난 결함과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무려 4개월 동안 현장의 의견을 듣고 전면적, 입체적, 세부적인 분석을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중이야말로 훌륭한 선생이라는 귀중한 진리를 재삼 확인”했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의견을 폭넓고 진지하게 수용한 듯하다. 어떻게든 승리의 방도를 찾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당대회를 준비한 것이다.
총비서의 무한 책임감은 8일 간의 당대회 전체 일정을 빠짐없이 직접 진행하고 주도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총비서는 개회사, 3일에 걸친 사업총화보고, 당대회 결론, 폐회사를 직접 하였고 당대회는 물론 중간에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도 지도하였으며 당대회 이후 열린 경축공연과 열병식까지 참가하였다. 총비서가 8차 당대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총비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총비서는 당대회 개회사에서 “모진 도전과 불안정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우리 조선을 더욱 강대하고 부유한 길로 이끌며 우리 인민에게 행복을 당겨오는 지름길을 가리켜야 할 중임이 우리들 모두에게 지워져 있”다면서 “인민들의 커다란 믿음과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기 위하여 우리는 대회 사업에서 최고의 책임성과 열정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도에 따르면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모든 대표자들이 우리 당의 영도사상에 입각하여 높은 당적 책임감을 가지고 제기된 내용과 문제들을 깊이 연구 토의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면서 “사회주의건설에서의 새로운 비약과 승리를 위하여, 위대한 우리 국가를 위하여, 위대한 우리 인민을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아가자고 열렬히 호소”하였다고 한다.
또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에서 “나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을 대표하고 책임진다는 성스러운 사명감을 깊이 자각하고 당대회가 제시한 투쟁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할 것이며 위대한 우리 인민을 내 운명의 하늘로 여기고 참된 인민의 충복답게 위민헌신의 길에 결사분투할 것임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하였다.
또 당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모든 대표자동지들이 대회를 지켜보는 우리의 수백만 당원동지들과 수천만 인민들의 기대어린 마음과 시선을 항상 자각하면서 혁명사업의 전진과 발전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떠안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힘 있는 우리의 투쟁방향과 전략전술을 확정함에 혼심을 기울인데 대하여 매우 감동되었고 여기에서 큰 힘을 얻었으며 이를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총비서가 무한한 책임감으로 당대회에 임해서인지 당대회 참가자들도 높은 책임감을 보인 듯하다. 총비서는 폐회사에서 “지금까지 전당적으로 중요한 정치적인 모임들과 대회합들을 많이 가지었고 그때마다 당중앙의 정책사상을 접하는 참가자들의 열의가 매우 좋았지만 이번 당 제8차 대회와 같이 만좌중이 문제토의에 심취되고 열중하는 이런 비상한 참가열의는 처음”이라며 “전체 대표자들이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 혁명사업의 성패와 자기 자신의 운명, 자식들의 운명과 결부시켜 고심하고 걱정하면서 토의되는 모든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연구하였으며 긴장한 대회사업에 정열적으로 참가”하였다고 평가했다.
총비서는 당대회 전에도 국민과 당, 국가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보였다.
올해 1월 1일 친필서한에도 “나는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입니다...(중략)...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라고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 연설에서도 “나는 우리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지키는 길에 설사 온몸이 찢기고 부서진다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고 그 믿음에 끝까지 충실할 것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엄숙히 확언합니다”라고 하였다.
(2) 천재적 정책능력의 소유자로 보인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사업총화보고다. 무려 3일에 걸쳐 총비서가 직접 발표한 사업총화보고에는 당과 국가의 모든 부문이 다 망라되어 있었다. 일단 어떤 것이 언급되는지 주요 내용만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경제 부문
(가) 기간공업부문
-금속공업: 주체철, 에너지절약형 제철로, 갈탄을 이용한 선철생산
-화학공업: 주체적 화학공업 창설, 화학공업구조 개선
-전력: 전력증산, 조수력발전소, 핵동력공업 창설
-석탄: 채탄장 확보, 유연탄공업, 광부 노동조건
-기계: 개발창조형 공업, 공작기계, 운송기계, 건설기계, 전기기계, 채취기계, 유체기계
-채취: 유색금속, 비금속광물, 지질탐사
-임업: 통나무생산
(나) 주요경제부문
-교통운수: 철도현대화, 철길 중량화, 표준철길, 평양지하철도역 현대화, 대형화물선 건조, 자동차 통합운수관리체계 구축, 신형 지하전동차, 무궤도전차, 궤도전차, 여객버스
-건설: 살립집 건설, 산업건설, 인민문화관련 건설, 평양시 5만세대 건설, 검덕지구 2만5천세대 건설, 800만톤 시멘트, 마감건재, 0탄소건물, 0에너지건물
-체신: 통신하부구조(인프라), 차세대이동통신, 유선방송
-상업: 국영상업, 사회주의상업, 경영전략, 새로운 사회주의봉사문화 창조
-국토관리와 생태환경보호사업: 치산치수, 도로건설, 동서해안건설
-도시경영: 살림집보수, 식수생산, 오수정화장, 원림, 공원, 유원지
-대외경제
-관광: 관광안내, 금강산지구,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비로봉 등산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경제관리: 원가저하, 질제고, 국가적 일원화통계체계 강화, 경제의 균형적 발전, 재정, 금융, 가격
(다) 의식주
-농업: 종자혁명, 과학농사, 새땅찾기, 간석지 개간, 농산, 축산, 과수, 수리화, 기계화
-경공업: 국산화, 재활용, 선질후량
-수산: 어선, 어구, 양어, 양식
(라) 지역발전
-시군 자립발전
-농촌 3대혁명, 농촌핵심진지 강화
-시군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
나. 국방 부문
(가) 인민군
(나) 국방공업
-핵무기: 소형경량화, 전술핵무기화, 초대형핵탄두 생산,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체(HGV), 고체연료ICBM, 핵잠수함, SLBM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무장장비의 지능화·정밀화·무인화·고성능화·경량화
(다) 전민항전
다. 과학기술 부문
-5개년 계획 수행에서 나서는 과제, 선진적 첨단기술개발
-전민과학기술인재화
라. 사회주의문화건설
-교육: 새 세기 교육혁명, 교원 능력·자질 제고, 학교 건설
-보건: 치료예방기관, 제약공장, 의료기구공장, 방역기반 축성
-문학예술: 주체성·민족성·현대성 구현, 후비육성사업
-출판보도: 신문혁명, 보도혁명, 방송혁명, 출판혁명
-체육
-사회주의생활양식
마. 국가사회제도
-국가의 인민적 성격 강화
-통일적, 과학적, 전략적 관리
-사회주의법치국가 건설: 혁명적 준법기풍, 사법검찰, 사회안전, 보위기관
바. 단체: 근로단체, 청년동맹
사. 남북관계
아. 외교: 대미 외교전, 반제자주역량 연대, 대외 선전, 사회주의 국가·혁명적 당·진보적 당과 관계 강화, 세계 평화와 안정
자. 당사업
-유일적 영도체계: 당중앙 옹위, 영도업적단위, 현지지도단위, 조직사업, 장악총화사업
-내부사업: 간부 강화, 초급당과 당세포 강화, 당생활조직, 군중과의 사업
-당사상사업: 유일관리제원칙
-당적 지도: 당위원회, 혁명적 기풍, 당적 방법, 당사업 체계·방법 개선, 친인민적·친현실적 사업으로 전환, 세도·관료주의·부정부패와의 투쟁, 비판, 사상투쟁, 학습, 직능
총비서는 이렇게 많은 분야를 ‘총화’하고 정책적 지도를 하였다. 북한은 사업총화보고에서 다룬 위와 같은 분야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다만 어떤 분야를 다뤘는지 개괄적인 보도만 하였다.
개회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4개월 동안 당대회 준비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모인 대중의 의견을 종합, 분석한 것을 기초로 하여 사업총화보고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비서의 정책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당이나 국가의 정책은 단순히 국민의 의견을 모으거나 각 분야 전문가, 관료들이 작성한 정책제안서를 짜깁기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 지도자가 각 분야에 대한 충분한 정책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또 장악력이 높아야 각 분야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고 국가 전체 정책을 조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지도자가 어떤 분야에 과제를 주면 해당 부서 장관과 그 아래 실무자들은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 지도자가 과제를 주려면 그 분야를 먼저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알아서 잘 하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리면 관료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엉뚱한 일을 하며 국가라는 배는 산으로 가고 만다. 나아가 관료들의 영향력이 강할 경우 국가 지도자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관료들이 국정 운영을 쥐락펴락하는 상황도 나타난다.
이번 8차 당대회를 보면 총비서가 모든 세세한 분야에 과제를 제시하였다. 당과 국가의 전 분야를 장악하고 지도하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말 천재적 정책능력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국가 지도자가 그 나라의 모든 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속속들이 파악하고 분석, 평가하고 지도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북한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총비서가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 실무능력을 지녔음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2017년 8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고강력 섬유감 기반에 의한 발동기(엔진) 생산공정과 탄소, 탄소복합재료에 의한 로켓 전투부 첨두(미사일 탄두) 및 발동기 분출구 생산능력도 보다 확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무기 제작에 필요한 첨단 소재들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양강도 삼지연 감자가루생산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감자가루를 생산하면 실수율을 25%까지 올릴 수 있다”, “농마(감자전분)를 생산할 때보다 실수율이 2배 이상”이라고 하면서 일반인은 잘 모르는 감자가루와 감자전분의 차이를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당 공장은 북한의 첫 감자가루공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 능력도 지니고 있다. 승마, 트랙터 운전, 탱크 운전, 비행기 운전 등 다양한 능력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다양한 능력과 지식은 철학적 통찰력과 이론 수준을 거쳐 국가 정책능력으로 이어진다. 총비서는 그간의 논문과 연설문 등을 통해 북한 사회를 관통하는 주목할 만한 규정들을 내렸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김정일애국주의’, ‘자강력제일주의’, ‘백두산영웅청년정신’ 등은 모두 총비서가 직접 정의한 개념들이다. 또한 두 선대 수령의 업적을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로 정식화하였고, 사회주의 강성국가의 징표를 ‘일심단결, 불패의 군력, 새 세기 산업혁명’으로 규정하였으며, 노동당 발전 3대 전략을 ‘인민중시, 군대중시, 청년중시’로 제시하였다.
이런 천재적 정책능력은 짧은 만남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총비서를 만나고 돌아온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총비서의) 의사결정이 대담하고 정확하다”라고 회고했다.
(3) 대단한 정열가로 보인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를 매우 정열적으로 지도했다.
8차 당대회는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에 걸쳐 진행됐다. 총비서가 직접 사업총화보고를 한 것만 해도 3일이나 된다. 사업총화보고 후엔 토론을 하기도 했고,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과 당대회 결정서도 채택했다. 10일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도 열렸다.
당대회 폐막 후에도 부대행사가 열렸다. 13일엔 8차 당대회 경축 공연이, 14일엔 열병식이 진행됐다. 열병식에서도 총비서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짓고 병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5군단과 공군저격병 종대가 지나갈 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고, 수도방어군단 종대가 지나갈 땐 쌍안경을 들고 무엇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국가적인 중대사라고 할지라도 지도자는 중요한 순간에만 얼굴을 비치고 나머지는 실무자들끼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총비서는 8일 동안의 회의와 2일 동안의 공연 및 열병식, 총 10일에 걸친 일정을 모두 참가하며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력적으로 이끌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총비서의 활동방식이 대단히 정열적인 것처럼 보인다.
8차 당대회 이전에도 총비서가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2018년 8월 총비서가 양덕온천에 갔을 때에는 비를 그대로 맞아가며 현지지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총비서는 직접 산길을 걸으며 온천골을 돌아보면서 온천의 용출량과 물의 온도를 직접 파악하고 종합여관 터를 확정했다고 한다.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해서 보고만 받을 수도 있었지만, 비를 맞더라도 직접 확인해보려 한 것이다.
2013년 9월 총비서가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 건설장을 현지지도 했다. 총비서는 17층에 있는 실내휴식장을 돌아보고자 했는데, 하필이면 이날 승강기가 시험 중이어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웬만하면 발길을 되돌렸을 법도 하지만 총비서는 운동 삼아 걸어서 올라가겠다며 계단을 올라 실내휴식장을 기어이 돌아보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2019년 10월에는 중평남새(채소)온실농장을 찾아 낮부터 늦은 밤까지 현지지도를 하기도 했다. 비닐하우스를 비롯해 살림집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현지지도를 한 것이다.
2018년은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며 111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왔던 해이다. 이런 해에 총비서는 7월, 8월 두 달 동안에 28곳이나 현지지도를 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현지지도를 나간 셈이다. 7월 17일에는 하루에 8곳이나 현지지도를 하기도 했다.
실내휴식장을 한번 보자고 17층 계단을 오르는 일이나, 무더위 속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현지지도를 하는 건 웬만한 정열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총비서가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본래 기질인 듯하다. 북한 언론은 총비서가 5톤 화물차와 트랙터를 운전하고 심지어 비행기까지 직접 조종하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트랙터나 비행기를 직접 모는 건 쉬운 일도 아니며 나라를 이끄는 데서 꼭 필요한 능력도 아니다. 그런데도 총비서가 이를 직접 다룰 수 있게 된 건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려는 열정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총비서의 정열적인 기질이 8차 당대회에서 활발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발현되었던 것 같다.
(4) 혁신형의 지도자로 보인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혁신형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8차 당대회는 개회사부터 파격적으로 시작됐다. 총비서가 1월 5일에 한 개회사에서 지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정한 목표를 거의 모든 부분에서 미달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8차 당대회가 지금까지의 당대회와 사뭇 다르리라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총비서는 12일에 발표한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우리 당이 지난 시기의 당대회들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 자기 사업을 긍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비판적인 견지에서 냉정하게 분석총화한 것은 총결기간에 거둔 성과들에 못지않는 큰 의의를 가집니다”라고 짚었다.
이는 단순히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자포자기가 아니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내재하고 있는 편향과 결함들이 구체적으로 신랄하게 비판총화되었으며 그를 극복하기 위한 엄숙한 결심과 의지들이 표명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총비서가 8차 당대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것은 부족한 점을 혁신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든 혁신을 강조하지 않는 곳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2021년 신년사에서 혁신이란 단어를 6번이나 썼다.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 “우리가 꿈꾸던 혁신적 포용국가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등이다. 미국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미국혁신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종 언론이나 컨설팅회사들은 세계 50대 혁신기업, 100대 혁신기업 등을 선정하고 이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혁신은 전 세계 공통 과제이다.
북한의 혁신은 사상에 기반해있다. 북한은 물질을 중심으로 보지 않고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서 결정적인 건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람이 발전하는 만큼 사회가 발전하기 마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의 발전은 더 많은 지식을 알고 기술을 익히는 것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본질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따져보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불리한 객관적인 상황, 난국을 타개해나가는 힘은 바로 ‘주체적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8차 당대회를 비판 위주로 진행한 것은 혁신을 일으켜 북한이 이야기하는 주체역량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 맹주였던 소련은 혁신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사회주의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경제 발전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러다 보니 부족한 점을 고치고 혁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공산당 간부들 사이에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싹텄다. 훗날 소련이 붕괴하자 사회 지도층이었던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고스란히 재물을 차지해서 올리가르히라고 불리는 신흥 재벌이 되었다. 착취와 빈부격차를 반대해야 할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앞장서서 재벌이 되도록 부패했으니 소련이 국민에게 버림을 받고 무너진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북한은 여기서 교훈을 찾고 철저히 혁신해나가려는 듯 보인다. 총비서는 자기 자신부터 “우리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지키는 길에 설사 온몸이 찢기고 부서진다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라며 인민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약했다.
또한, 작년 당 창건 75돌 열병식에서는 “모든 당 조직들과 정부, 정권기관, 무력기관들이 우리 인민을 위하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내일을 안겨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며, 정성을 다해 일하도록 더더욱 엄격한 요구성을 제기하고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국가 상층 기관부터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작년 8월 노동신문에는 고인호 내각부총리 겸 농업상이나 황해북도 도당위원장 같은 고위급 인사가 자기반성을 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서 장길룡 화학공업상은 “경제 발전의 쌍기둥을 이루는 화학공업 부문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우리 성 일꾼들이 전략적 안목과 계획성이 없이 사업한 데 있다”라고 자신을 비판했다. 이어 “화학공업의 발전전망은 전적으로 경제작전과 지휘를 맡은 일꾼들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인민들이 하루빨리 화학공업의 덕을 보게 하기 위하여 분발하고 또 분발하겠다”라고 혁신을 다짐했다.
이런 흐름에 더해 8차 당대회까지 진행되면서, 총비서가 북한 전역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신념과 배짱이 대단해 보인다
북한의 부족한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는 총비서의 모습에서 짚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다.
총비서가 북한의 부족한 점,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비서는 2012년 5월에 만경대유희장을 찾아 보도블록 사이로 잡초가 돋아난 모습을 보며 “사람의 손이 있으면 잡풀이야 왜 뽑지 못하는가”라며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2018년엔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을 지시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총 공사량의 70%밖에 진행하지 못한 상태를 보며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라고 질타했다. “이렇게 일들을 해 가지고 어떻게 당의 웅대한 경제발전 구상을 받들어 나가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행보를 보면 총비서는 부족함을 드러내는 걸 꺼려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총비서가 이렇게 부족함마저 당당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오늘날 문제점이 북한의 사상과 체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의 사상이나 체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라면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시 5.18 광주민중항쟁을 생각해보자. 5.18 광주민중항쟁은 4.19혁명이나 87년 6월 항쟁과 마찬가지로 독재세력에 맞선 민주화운동이다. 그러나 전두환과 적폐세력은 다른 민주화운동과 달리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서는 더욱 집요하게 공격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려 한다. 그 이유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진압하면서 저지른 대량 학살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즉, 전두환과 적폐세력에게 5.18 광주학살의 진실은 자신의 근본, 본질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전두환은 광주학살의 진상이 밝혀지는 걸 악랄하게 막아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람회 사건이다. 아람회 사건이란 공안당국이 무고한 시민을 잡아 조작한 국가보안법 사건이다. ‘아람’이라는 아이의 백일잔치에서 반국가단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아람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안당국은 이들을 반국가단체로 조작하기 위해서 각종 고문을 저질렀다. 아래는 재심 판결문에서 밝힌 고문의 일부이다.
피고인들을 강제 연행한 후 처음 약 1주일간은 24시간 내내 조명등을 켠 채 잠을 재우지 않았고, 책상에 앉아 잠시라도 졸면 핀으로 몸을 콕콕 찔러 잠을 못 자게 하였다. …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우고 꽁꽁 묶은 다음 그 사이로 막대기를 끼우고, 마치 팔려가는 돼지처럼 양쪽 책상에 걸쳐 거꾸로 매달아 놓은 후 머리를 거꾸로 하여 얼굴에 수건을 덮고 코에 물을 부었다.
- 서울고법 200 재노6 사건 판결문 중
공안당국은 왜 이런 참혹한 고문까지 해가며 아람회 사건을 조작한 것일까? 바로 피해자 중 한 명이 광주학살 유인물을 복사해 친구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었다. 고작 유인물을 몇 부 나눠줬다는 이유로 국민을 고문하며 처참히 짓밟은 것이다. 그만큼 전두환 일당이 광주학살의 진상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적폐세력들의 우려는 기우만은 아니었다. 적폐세력이 아무리 가리려 해도 광주학살의 진상은 국민들 속에서 점차 퍼져 나갔다. 당시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학살에 분노하여 민주화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87년 6월 항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광주학살의 진상이 알려져 전두환 독재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정부는 자신의 정통성, 체제, 본질에서 비롯된 문제는 절대로 밖에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데 총비서는 북한의 부족한 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아예 당대회에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목표에 미달했다며 경제, 과학기술 등 전 영역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총비서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오늘날 북한의 문제가 사상과 체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정책을 잘 구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보는 것 같다.여기서 우리는 총비서가 자기 사상과 체제에 대한 신념이 굳건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를 거의 모든 부분에서 목표에 미달했다고 말하며 시작했다. 총비서는 그렇게 시작한 8차 당대회의 결론으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이 세 가지 이념을 강조했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지킨다면 북한 사회는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정세가 아무리 엄혹하고 난관이 중첩되어도 그리고 내재된 결점들이 있다고 하여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철저히 구현하면 불리한 모든 주객관적 요인들을 능히 극복하고 사회주의 건설에서 나서는 방대한 과제들을 용이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총결 기간 재확증된 귀중한 철리”라고 밝혔다. 총비서가 북한에 있는 난관과 결점을 능히 극복하고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총비서는 이런 신념을 가져서인지 배짱도 대단해 보인다.
총비서가 당대회에서 북한 사회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인정하면 북한이 말하는 ‘적대세력’에게 꼬투리가 되고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같은 반북 언론은 툭하면 멀쩡한 사람도 숙청당했다고 보도한다. 훗날 죽었다는 사람이 멀쩡히 되돌아와도 사과 한번 하지 않을 만큼 뻔뻔하게 반북 보도를 일삼는다. 미국의 CIA 같은 집단은 총비서의 말을 실마리로 북한 사회를 흔들어 보려고 공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총비서는 ‘적대세력’이 공격을 하고 흔들어보려면 해보라는 듯 거침없는 행보를 폈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배짱 두둑한 태도다.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북한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번 당대회는 이런 배짱과 신념을 바탕으로 하여 열렸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제8차 대회가 투쟁의 대회로서 자기 사업을 실속있게 하고 옳은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을 내놓으면 조선혁명은 새로운 도약기, 고조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를 모두 진행하고 난 뒤 결론을 지으면서도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이제 적대세력들은 더욱 미친 듯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할 것이며 세계는 우리 당의 정치선언과 투쟁강령이 어떻게 실현되어나가는가를 지켜볼 것”이라고 확언했다.
북한 앞에 놓인 난관은 사실 쉽게 극복할만한 일은 아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코로나19의 위협도 받고 있다. 자연재해가 또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세계 앞에서 부족한 점을 보란 듯이 드러내놓고 북한이 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는 총비서의 신념과 배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다음에)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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