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04] 남북미 코로나 대응 비교 1
2019년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최초 보고를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20년 1월부터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에 대해서는 대체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또한 최초 감염자가 11월 17일이 아닌 훨씬 이전에 발생했다는 주장, 중국이 아닌 인도 혹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는 분석, 지난해 12월에 이탈리아에서 이미 유행했다는 연구 결과, 지난해 3월에 스페인에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조사 결과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월 31일 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3월 11일에는 팬데믹(범유행전염병)을 선언하였다. 코로나19는 2009년 팬데믹이 선언된 A형독감(신종플루)보다 널리 전염되고 치사율도 높으며 제2의 흑사병이라 부를 정도로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측과 대응이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위기관리 양태를 보였다. 이 속에서 각국의 제도와 가치관이 어떻게 다른지, 숨겨진 사회 모순이 무엇이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남, 북, 미 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과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비교하는 것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 양상
(1) 한국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그는 우한시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고열 증상이 있어 격리되었다가 확진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으로 이송, 격리되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자체 대책반을 가동했다.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특별대책을 지시하면서 공항, 항만 검역은 물론 지역사회 대응체계도 주문했다. 23일 외교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 우한시를 제외한 후베이성 전역에 1단계 ‘여행유의’를 발령했다.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는 교민 보호와 현황 파악을 위해 중국 현지 공관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기로 하였으며 행정안전부는 전 국민에 코로나19 예방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대한항공은 우한시 취항 노선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초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1월 24일 국내 두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즉각 역학조사에 나서 69명의 접촉자가 있었으며 이들을 관할 보건소에서 능동감시(대상자를 격리하지 않는 대신 14일간 하루 2번 연락해 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외교부는 후베이성 전역을 여행경보 3단계 ‘철수권고’로 격상하였으며 질병관리본부는 공항 검역 감시 대상 오염지역을 우한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였다.
26일, 세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그는 우한시에서 거주하다 20일 입국한 한국인으로 입국 당시 무증상이어서 능동감시 대상자가 아니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능동감시 범위와 방역기준을 강화하였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로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가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국방부는 전국 공항, 항만 등의 검역소에 군의관과 간호장교를 파견하기로 하였다.
27일, 네 번째 감염자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책회의를 열고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 전원을 조사하며 필요시 군시설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208억 원의 관련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검사, 격리, 치료 비용 일체를 국가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우한시에 있던 교민 중 약 720명이 귀국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외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민을 국가가 보호한다’는 정신 아래 전세기를 동원해 데려왔다. 이들은 일정 기간 충청남도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수용된 후 귀가했다. 2월 18일에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에 있는 우리 국민을 이송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정부 수송기)를 투입했다. 이후에도 이탈리아, 이란, 페루, 에티오피아 등 세계 곳곳의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와 대통령 전용기를 날려 국민에 감동을 주었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 부도덕한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서는 한편 실내 모임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였다. 이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2월 중순까지 감염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2월 17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31명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충분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부터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2019년 12월에는 실제 만들어둔 대응책을 가지고 중국에서 사스,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넘어올 경우를 상정하고 이를 진단하는 모의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2월 19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범정부 특별대책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2월 20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8명의 대규모 감염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21일 소방청은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 각지의 구급차, 구급대원을 동원하였다. 23일 확진자가 602명으로 급증,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미루고 정부는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또한 전국의 모든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였다. 그러나 신천지의 방해와 대구 지자체의 무능이 겹치면서 26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261명, 28일에는 2,337명, 29일에는 3,150명으로 폭발하였다.
이제 한국 사회는 대구 신천지 발 코로나19 폭증을 막기 위한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 전국의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갔다. 광주는 대구에 마스크를 제공하고 병상도 지원하였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2월 26일부터 마스크 공적판매를 개시했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2차 사태가 발생했다. 관련 확진자는 102명이었으며 주한미군 원인설까지 나왔다. 이 사태로 그동안 논란은 있었지만 경제논리로 인해 손대지 못하던 유흥시설에 대해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8월 15일 광복절에 진행된 태극기집회를 계기로 코로나19 3차 사태가 발생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로 인해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식당, 카페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고 포장주문만 허용하는 등 자영업자들이 직격타를 맞았고 국민도 큰 불편을 겪게 되었다.
가을 들어 잠잠해지나 했던 코로나19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11월 22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공식 인정하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2단계로 격상했다. 호남 지역도 1.5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에게 동선을 공개하며 전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조사하고 자가격리하도록 하였으며 해당 장소를 폐쇄하고 지역을 봉쇄하는 등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법을 개정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법, 제도도 손질했다. 그러면서도 자가격리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생필품과 식량을 제공하는 등 국민 생활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빛을 발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가 부족하자 직접 만들어 쓰는 정성을 보였다. 중국에서 교민을 데려와 수용한 지역의 주민들은 초기 반발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자기 가족처럼 여기고 환영해주어 찬사를 받았다. 1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여행도 함부로 못 가고, 모임도 제대로 못 하는 등 답답한 생활을 이어갔지만 이로 인한 폭동이 일어나거나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었고 불편함을 감수하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은 초기 코로나19 창궐 국가라는 오명을 딛고 11월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 34,201명, 사망자 526명, 완치자 27,653명으로 방역 모범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 확진자 수 기준으로 보면 90위권 수준이며 인구비례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130위권,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수) 110위권으로 세계적으로 볼 때 상당히 대응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거나 건강을 잃은 국민도 있고 경제적 피해도 컸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2) 북한
북한 역시 1월부터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1월 22일 즈음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1월 28일자 노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보건성 직원들을 방역 지역에 파견하고 ▲치료 예방 기관들에 위생 관련 강연자료를 내려 보냈으며 ▲국경, 항만, 공항에서 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도높이 세우고 ▲각 지역 담당 의사들이 주민을 진찰하며 의심자 발생 시 방역기관과 연계 아래 철저한 격리를 선행하며 ▲제약사업소들이 항바이러스 약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였다. 주로 대중 교양과 예방 위주의 조치로 보인다.
1월 30일 노동신문은 북한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가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앙과 도, 시, 군에 비상방역지휘부를 꾸리며 외국 출장자와 주민에 대한 검진 등을 강화했다.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잠정 중단하였다. 또 다음날 영국, 인도 외교부는 북한이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공개했다.
2월 들어 북한은 의심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히고 마스크 추가 생산을 본격화하였다. 또한 국토 전역에 대한 소독도 진행하였다. 또한 2월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 4월 평양국제마라톤 대회 등 주요 행사도 취소하였다. 2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외국 방문 경력자와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연장했다.
2월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코로나19 방역이 주요 안건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복기도 불확정적이며 정확한 전파경로에 대한 과학적 해명이 부족한 조건에서 우리 당과 정부가 초기부터 강력히 시행한 조치들은 가장 확고하고 믿음성이 높은 선제적이며 결정적인 방어 대책들이었다”라면서 “국가적인 비상 방역에 관한 법을 수정·보완하고 국가위기 관리규정들을 정연하게 재정비”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비상 방역사업과 관련한 중앙지휘부의 지휘와 통제에 모든 부문, 단위들이 무조건 절대복종하고 철저히 집행하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며 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3월 21일 노동신문은 강원도 천내군 인민위원장이 “초특급 방역조치들에 불응하여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음주불량행위를 조장”했다고 비판하며 당 중앙위 검열위원회 결정에 따라 출당 처벌이 내려졌음을 보도했다. 출당은 노동당 규약 상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이다.
4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는 당 중앙위, 국무위원회, 내각의 공동결정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를 채택했다. 북한은 공동결정서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모든 힘을 집중하기 위해 일부 정책적 과업을 조정, 변경하였다. 경제 목표를 낮추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공동결정서 관철을 ‘인민사수전’이라고 표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월 2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다시 한 번 방역을 강조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방역에 국가 차원에서 큰 힘을 기울이는 와중에 7월 19일 탈북자 김 모씨가 개성시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은 24일에 이 사실을 확인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은 개성을 완전 봉쇄하고 구역별, 지역별로 격폐시키는 조치를 취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였다.
또한 경계에 실패해 김 모씨가 들어간 지 5일이 지나서야 파악한 개성 지역 전방부대의 근무실태를 문제 삼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집중조사를 진행한 후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직접 개성시를 찾아가기도 했다.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 소장은 김씨를 검사한 결과 음성이 나왔으며 1차 접촉자 64명, 2차 접촉자 3,571명을 40일 간 정부 시설에 격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5일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어 완전 봉쇄한 개성시에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특별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7일 오후 개성에 특별지원물품이 전달됐다.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3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8월 25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회의, 9월 29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11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등 코로나19 방역을 핵심 의제로 한 주요 회의를 여러 차례 직접 주재하였다.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수십만 명의 국민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한명의 악성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이 이날 수많은 국민이 밀집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특히 열병식 때는 마스크도 쓰게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방역에 자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언론은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의혹을 제기한다. 수차례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의심환자를 격리수용한 것을 두고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엉터리 주장도 한다. 일부 통계자료도 북한을 미발병국으로 표기하지 않고 발병의심국으로 표기한다. 다른 그 어떤 나라에도 적용하지 않는 특이한 표기인데 다른 나라 통계는 그 나라 정부의 발표와 세계보건기구의 보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북한만 특별 취급하는 것이다.
물론 확진자 0명이라는 수치는 매우 특이하여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방역조치를 취했으며,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만큼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있다고 의심할 근거는 없다. 지난 11월 9일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북한 보건성이 10월 29일까지 누적 12,072명을 검사했지만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여러 코로나19 관련 통계자료를 보아도 북한은 확진자 0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코로나19 미발병국은 오세아니아의 키리바시,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사모아, 통가, 투발루 등 7개 섬나라를 제외하면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의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 미국
미국은 코로나19 피해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10월 말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현재는 20만 명을 넘는 날도 있는 등 확진자 수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또한 사망자도 27만 명을 넘겨 태평양전쟁 전사자 수인 16만 명에 1차 세계대전 전사자 11만 명을 더한 수준이다. 전 세계 확진자, 사망자의 4분의 1 정도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것은 아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 중순까지는 나름 방역에 성과를 내는 듯했다. 1월 30일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끄는 대통령 직속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다음날 국무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선포했다. 동시에 최근 2주 이내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두고 중국인만 막으면 되는 지역 유행 독감 정도로 치부했다.
3월 들어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자 5일 워싱턴주와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8일에는 뉴욕주 등 6개 주가 추가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각 주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봉쇄지역을 설정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해 소독작업과 구호품 전달을 하는 등 엄격한 방역 관리에 들어갔다.
3월 13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8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3월 19일 미국 내 확진자 1만 명을 넘어서면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더니 3월 26일에는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제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총괄 통제하는 수장이 되었다. 이때까지 미국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펜스 부통령은 모든 학교의 휴교, 영화관 폐쇄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4월 6일,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명을 돌파했으며 5월 26일에는 10만 명을 돌파 했다.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양상은 무정부상태를 방불케 했다.
가장 심각한 건 대통령이었다.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 사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축소, 은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선을 앞둔 권력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가 단순한 독감 수준이라거나, 잘 통제하고 있다거나,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사나 민주당을 향해서는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살균제를 주사해보자, 경제활동을 재개하지 않으면 예산삭감을 하겠다는 식으로 방역조치를 무력화하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장을 계속했다. 또한 코로나19 검사를 중단하면 확진자도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 매일 천 명이 죽는다는 비판에 ‘별 수 없다’는 망언 등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들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코로나19 관련 트럼프의 브리핑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면서 동시에 사실확인(팩트체크)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전문가를 내세워 정정보도를 해야 했다. 정부 관료나 과학자들이 일일이 트럼프 발언을 반박하는 경우도 잦았다.
트럼프뿐 아니라 정부 인사들도 비슷했다. 마크 매도우즈 백악관 비서실장은 팬데믹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백악관 과학기술처는 트럼프 최고 업적으로 팬데믹 종식을 꼽았다. 9월 14일에는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판사가 펜실베이니아주의 셧다운 조치를 위헌 판결하였다. 사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가로막은 꼴이다.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은 “시민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하는 국가적 봉쇄조치는 미국 역사상 노예제 다음가는 자유의 침해”라고도 하였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며 사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결국 10월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월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약 1,338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4%를 차지하며, 전 세계 확진자의 약 21.9%를 차지한다. 사망자는 26만6천 명으로 확진자 100명 중 2명 꼴로 사망했으며 전 세계 사망자의 약 18.6%를 차지한다. 확진자 수, 사망자 수 기준으로 모두 압도적인 세계 1위며 인구비례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바레인, 벨기에, 체코, 카타르, 아르메니아 다음인 6위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최악 대응국이라 할 만하다.
매일 ‘사상 최다’를 기록하는 신규 확진자 속에서 미국 의료체계는 붕괴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부족에 의료장비도 부족하고 심지어 의사용 마스크마저 부족할 지경이다. 중환자 진료는 사실상 포기하고, 코로나19에 걸린 의료진이 진료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의료진 사이에선 중환자실을 ‘시신 구덩이’라 부를 정도다. 넘쳐나는 시신을 처리 못해 주 방위군은 물론 교도소 수감자들까지 시신관리 작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시체안치소가 부족해 냉동 트레일러를 동원하고 있다. 또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던 뉴욕시 하트섬에 코로나19 사망자를 집단 매장하며 ‘무덤의 섬’을 만들었다. 한 마디로 생지옥, 아포칼립스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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