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1.

2)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노동법령을 발표하다.



이북에서 자치기구 인민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각 지방 인민위원회들은 임시중앙기구를 꾸릴 결심을 한다.

해방군으로 들어온 소련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치안 유지, 국정 운영, 민주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대표기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1946년 2월 8일 각 지역 인민위원장들과 정당, 종교단체, 사회단체 대표들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임시중앙정부를 세웠다.

민족의 열망을 가득 안고 세워진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결심한다.

특히 김일성 북조선임시인민위원장은 노동운동을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할 것을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 요구했다.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창립식에서 김일성 위원장은 ‘목전 조선 정치형세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조직문제에 관한 보고’를 통해 노동운동을 적극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자주적 민주주의 국가로 조선을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광범한 민중 중에 위선(앞선) 노동자들을 정치생활에 적극적으로 인입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노동운동에 백방으로 원조와 후원을 표현하여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들을 견고히 하여 기업소들과 운수업에 공장, 제조소 위원회의 광범한 망을 조직하는 것은 경제건설의 행정을 더욱 촉진시킬 것입니다.”


 
1달 후인 1946년 3월 23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활동방향을 담은 ’20개조 정강’을 발표했다.

정강 내용에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14조. 노동자와 사무원은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하며 최저임금을 규정할 것.

      13세 이하의 소년의 노동을 금지하며 13세로부터 16세까지의 소년들에게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할 것.  

15조.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생명보험을 실시하며 노동자와 기업소의 보험제를 실시할 것.



20개조 정강에 따르면 당시 소년노동의 나이 기준은 13세였다.

14세 이상은 노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14, 15세 청소년들의 노동을 금지하지 않은 이유는 당장 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힘든 소년들이 존재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14세부터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사전에 조사하여 법령에 반영한 것이다.

이후 김일성 위원장은 1946년 6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각 민주주의 정당급 사회단체 대표 연석회의’에서 “노동법령초안”을 발표했다.

발표할 때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일제 치하에서 일제의 착취로 말미암아 조선의 노동자들이 매우 비참하게 살았다…

조선에 있던 모든 공장들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493개 공장에서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해야 했으며 일본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50.7%에 해당하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했는데 소년노동자와 여공이 받는 임금은 그것보다 훨씬 낮았다.
…오늘날 “노동자의 민주적 해방”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법령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물질적 생활수준을 제고향상시킴으로써 제국주의식민지적 착취의 잔여를 근절하고 민주주의노동건국과 노동규율실현을 보게 하는 것이 노동법령의 근본적 임무인 것이다.”

 

 

 

일제 강점기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모습. 출처 : 인터넷.

 

 

 

당시 회의에 참가한 대표들은 김일성 위원장의 보고를 듣고 “전폭적으로 승인”했다고 한다.

김일성 위원장이 발표한 초안에 기초해 전문과 26개조로 구성된 ‘북조선노동자와 사무원에 대한 노동법령(이하 노동법령)’이 만들어졌다.

노동법령은 4일 후인 6월 24일에 열린 제9차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채택되었고 이날 바로 공포되고 시행되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노동법령’이 38선 이북지역에서 발표·운영된 것이다.

 

북조선 노동자, 사무원에 대한 노동법령

1946년 6월 24일

36년간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노예적으로 통치함으로써 조선의 노동자, 사무원들은 가혹한 착취를 당하였으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12∼14시간에 달하였다.

특히 소년들의 노력과 여자들의 노력이 광범히 사용되고 가혹한 착취를 당하였으므로 그들은 대대로 육체적 불구를 면할 수 없었다.

노동자와 사무원에 대한 노동보호와 사회보험은 전혀 없었다.

북조선에서는 해방 후 위대한 민주주의적 개혁을 실시함으로써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노동조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노력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노동자, 사무원들의 물질적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조성되었다.

식민지적착취의 잔재를 청산하고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물질적 형편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제1조 국가, 사회단체, 소비조합 및 개인의 모든 기업소와 사무소의 노동자와 사무원들에 대하여 8시간노동일을 제정한다.

제2조 해로운 조건을 가진 생산부문과 지하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일을 7시간으로 제정한다.
비고: 해로운 조건을 가진 생산부문과 지하노동에 대한 직업종목은 산업국과 직업총동맹에서 규정하고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비준한다.

제3조 생산기업소와 사무소에서 일하는 14세부터 16세까지의 소년들에게는 노동일을 6시간으로 제정한다.
해로운 노동조건을 가진 생산부문과 지하노동부문에서는 소년노동을 금지한다.
비고: 해로운 노동조건을 가진 소년노동에 대하여서는 그 노동종목을 산업국과 직업총동맹에서 규정하고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비준한다.

제4조 모든 생산부문에서 14세미만자의 노동을 금지한다.

제5조 제정한 노동시간외의 노동은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비고: 기업소와 사무소에서의 시간외의 노동은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되 반드시 직업동맹단체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매 노동자와 사무원들이 시간외의 노동은 1년동안에 250시간을 넘지 못한다.

제6조 보수금이 한도는 일군들의 직업, 직위 및 기술에 의하여 규정한다.
ㄱ. 국가 기업소 및 사무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무원들의 임금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규정한다.
ㄴ. 개인소유의 기업소와 사무소에서 일하는 일군들의 임금은 단체계약 또는 노동계약으로써 규정한다.

제7조 동일한 노동을 하며 동일한 기술을 가진 노력자에게는 년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동일한 임금을 지불한다.

제8조 도급제로 하는 노동의 임금은 규격품을 생산하는 양에 의하여 규정한다.
이 규격품의 표준생산량은 기업주와 직업동맹단체가 협의하여 결정한다.

제9조 제정된 시간외의 노동과 휴식일, 명절날의 노동에 대한 임금은 기본임금정액의 1.5배미만이 되여서는 안된다.

제10조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노동임금은 기업소와 사무소에서 매월 2차씩 계약에 규정한 기한 내에 지불한다.

제11조 매년 1월 1일, 3월 1일, 5월 1일, 8월 15일, 12월 31일은 명절로 규정하며 일반적휴식일은 일요일로 정한다.
이상에서 지적한 명절날과 휴식일 외에 지방인민위원회에서 지방 및 민족적, 종교적 풍습에 의하여 매년 6차이내의 특별휴식일을 규정할 권리를 가진다.
비고: 월급을 받는 일군들에게 주는 임금은 명절날과 휴식일분을 감하지 못한다.

제12조 모든 임금노력자들에게는 적어도 1년에 1차씩 2주일간의 정기적휴가를 준다. 16세까지의 소년노동자에게는 적어도 1개월간의 정기적휴가를 준다.
특별히 해롭거나 위험한 작업이 진행되는 기업소에서 일하는 일군들에게는 정기적휴가일외에 적어도 2주일간의 보충적휴가를 준다. 정기적 및 보충적 휴가일의 임금은 기업주가 지불하되 최근 12개월간의 평균임금에 의하여 규정한다.
비고: 보충적휴가를 주어야 할 생산부문과 직업종목은 직업총동맹에서 규정하여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13조 일군들은 자기의 개인적인 사고가 있을 때에 기업주와 협의하여 임금을 받지 않는 단기휴가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4조 모든 기업소와 사무소에서 일하는 노동부녀와 여자사무원들이 임신중에 있을 때에는 해산전 35일, 해산후 42일간의 휴가를 줄 것을 제정한다.

제15조 건강상태에 의하여 전보다 경한 노동에 넘어가야 할 필요를 느끼는 임신중의 여자는 임신 6개월부터 시작하여 산전휴가를 이르기까지 경한 노동에 넘어갈 수 있으며 그동안의 임금은 최근 6개월간의 평균보수금에 의하여 지불한다.

제16조 노동하는 여자로서 만 1세미만의 유아를 가진 경우에는 1일 2회 30분씩 젖먹이는 시간을 가질수 있다.
유모의 젖먹이는 시간의 임금은 유모의 평균임금에 의하여 지불한다.

제17조 태모나 유모에게는 제정한 시간외의 노동과 야간노동을 금지한다.

제18조 각 기업소, 사무소 및 경제부문의 노동자, 사무원들에 대한 의무적사회보험제를
다음과 같이 제정한다.
ㄱ. 일시적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일군들에 대한 보조금.
ㄴ. 임신 및 해산으로 인한 휴가시의 보조금.
ㄷ. 장례시의 비용 보조금.
ㄹ. 노동으로 인한 불구자나 직업으로 생긴 병에 의하여 근무할 수 없는 자들의 년휼금.
ㅁ. 양육자를 상실한 경우에 유가족들에게 주는 년휼금. 사회보험료의 납부절차는 다음과 같다.
ㄱ. 국가, 사회 기업소, 소비조합, 사무소 및 단체에서는 그 부문에 따라서 지불하는 임금의 5∼8%를 납부한다.
ㄴ. 개인기업소 및 개인기업주는 그들이 지불하는 임금의 10∼12%의 범위에서 납부한다.
ㄷ. 피보험 노동자 및 사무원들은 임금의 1%를 납부한다. 사회보험에 의한 보조금은 규정된 보험료를 7개월이상 계속 납부한 노동자 및 사무원들만이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9조 산업국은 직업총동맹과 함께 노동자, 사무원들의 사회보험에 대한 규정을 작성하되 거기에는 규정된 사회보험료를 받아들이는 문제 또는 보조금, 년휼금 및 의료상 방조에 대한 규정과 그 한도에 대한 문제를 제정할 것이다.

제20조 산업국은 직업총동맹과 함께 각 생산부문에서 작업상 위험개소에 대한 안전시설과 노동보호에 대한것을 감독하며 검열할 방책을 강구하고 실시할 것이다.

제21조 생산부문의 위생 및 청결에 대한 검열방책을 강구실시할 것을 보건국에 위임한다.

제22조 노동자들의 임금비률표, 표준임금표의 작성과 국가 기업소, 운수기관, 기타 모든 산업기관의 기사, 기술자, 사무원들과 모든 행정기관의 사무원들의 직위별 봉급정액표의 작성을 직업총동맹, 재정국, 산업국 및 교통국에 위임한다.

제23조 기업주와 노동자사이에 발생하는 노동쟁의문제는 기업주와 직업동맹 사이에서 해결한다. 기업주와 직업동맹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못할 경우에는 인민재판소에서 그 노동분쟁에 대한 최종적해결을 짓는다.

제24조 전체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은 모든 면에서 고상한 노동규률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기업소 지배인, 개인기업주 및 각 기관 책임자들은 무단결근하거나 노동규률을 위반하는자들에 대하여 언제든지 그 지방 직업동맹대표와 협의하여 해고시킬 권리를 가진다.

제25조 직업총동맹의 참가하에 특별위원회를 조직하여 노동자, 사무원들의 보험에 관한 문제와 실업자, 년로한 노동자, 사무원들에게 주는 년휼금규정에 대한 문제를 연구작성할 것이다. 이 위원회의 사업기한은 6개월로 한다.

제26조 본 법령은 발포하는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노동법령이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38선 이북지역에서 하루 8시간 노동제와 유급휴가제 등이 시행되었다.

노동강도가 센 노동자, 소년, 모유수유 여성 등 특수한 조건에 놓인 노동자들은 하루 7시간 또는 6시간만 노동을 했으며 모든 생산부문에서 13세 이하의 아동노동은 금지되었다.

법정노동시간 외의 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고 불가피한 상황에는 직업동맹(노조)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허락을 받더라도 초과노동은 1년에 250시간(하루 1시간 정도)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기초하여 임금에서 연령‧성별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청소년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같은 업무에 대해 똑같은 임금을 받았다.

시간 외 노동은 기본임금의 1.5배 이상으로 책정되도록 했다.

노동법령은 유급휴가(1년 2주), 출산휴가(77일), 모유수유시간(1일 2회 30분씩, 임금 지급)을 보장했고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험제도 역시 도입시켰다.

 

 

평양산원의 모습. 출처 : 인터넷.

 

 

사회보험제의 경우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의견을 수렴해 6개월이 지난 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사회보험법을 발표했다.

민간기업에서 보험료를 받아 국가예산으로 편입시킨 뒤 노동자와 사무원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쓰도록 했다.

‘노동자, 사무원 및 그 부양가족에 대한 의료상 방조실시와 산업의료실시 개편에 관한 결정서’도 발표되었다.

노동자, 사무원,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의료지원 제도를 구축한 것이다.

노동법령, 각종 시행령을 받아 안은 조선직업총동맹은 법령이 잘 실행되도록 해설·감독사업에 적극 나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