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2월 25일
기사 제목 :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해높이기] 6. 남북관계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북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당 제8차 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는 당 제8차 대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목되는 내용에 대해 공동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6. 남북관계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북한이 이번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표명했다. 2019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원칙으로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남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등은 ‘비본질적인 문제들’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말하는 ‘근본적 문제·본질적 문제’란 무엇인가.
먼저 그동안 남북 두 정상이 만나 합의한 선언의 첫 자락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는지를 살펴보면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남북관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제일선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 1조에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며 그 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천명했다.
남북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 서문을 통해서도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보면 민족자주의 원칙에 입각해 통일을 지향해 가는 것이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가장 본질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 문제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 사업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가장 근본적인 ‘민족자주의 원칙’에 서지 못하고 미국과 반통일세력의 눈치를 보며 ‘용인될만한 것’만 하려는 자세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군사적 적대관계 종식도 남북이 풀어야 할 본질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가 후퇴한 원인에 대해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1조는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며 적대관계 해소를 제일 앞 선에 두었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분단과 그로인한 군사적 긴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적대관계를 종식하지 않는 한 언제 다시 총성이 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많은 경제협력·교류협력의 성과들이 총성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적대관계 종식 없이는 평화도 경제협력도 이야기할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 두 정상이 만나 남북관계 해결의 근본적 실마리를 제시했는데도 남측이 미국과 반통일세력 눈치를 보며 ‘비본질적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근본적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남북 두 정상 간 합의는 남북 간 최고의 합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산적해 있던 난제를 해결할 방도를 이미 마련했다. 이런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향후 어떤 합의가 있어도 남북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비본질적 문제’를 가지고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실제 2019년 정부가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려 하다가 미국에 의해 가로막힌 적이 있었다. 타미플루는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싣고 가는 트럭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였다. 결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타미플루 지원 사업을 접어야 했다.
2021년, ‘비본질적 문제’로 얽힌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 한다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진전할 수 없어 보인다.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