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5.

북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당 제8차 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는 당 제8차 대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목되는 내용에 대해 공동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경축 기념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무대 모습. 무대 중앙만이 아니라 무대 앙 옆에도 수직 배경대를 세워 화면의 입체감을 더했다. 북에서는 이를 '3차원 다매체'라 표현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공연. 이 당시에는 무대 앙 옆에 수직 배경대가 없다. 

 

8. 북이 말하는 문화예술의 현대성이란 무엇인가

북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경축하는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가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북은 이 공연에 대해 “성악과 기악, 무용과 집단체조가 우리 식의 3차원 다매체, 특색있는 조명, 수직 배경대와 입체적으로 조화되어 장중하면서도 황홀한 예술의 세계를 펼”쳤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3차원은 3D 입체영상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영화관에서 안경을 끼고 보는 영상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북은 3D 입체영상에 조명과 수직배경대까지 더해 특색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75돌을 기념해 선보인 ‘조명축전- 빛의 조화 2020’에서도 등장했다. 

최근 년간 북의 공연예술은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북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문예부문 창작지도 일꾼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높은 안목과 진취적인 사업기풍을 발휘하여 주체성과 민족성, 현대성이 구현된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특색있는 공연활동을 활발히 벌”일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현대성’이다. 북은 문화예술 부문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강조해왔는데 여기에 ‘현대성’을 더한 것이다. 

현대성을 구현하자는 것은 문화예술에 현시대의 특성을 반영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자는 의미로 보인다. 또한 과거의 것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현대성 얘기가 처음 나왔지만 북의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현대성을 추구했다고 봐야 한다. 보통 북에서 당 노선으로 규정할 때는 사전에 부분적으로 적용해서 합리성과 현실성 등을 검증한 다음에 확정하기 때문이다. 

북의 문화예술에서의 현대성은 공연 분야와 영화 분야 등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겠다. 

올해에 진행된 신년경축공연은 여러 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남측의 아이돌 그룹에 버금가는 춤 실력을 선보이며 새로움을 더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공연을 보면 예술인들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었고, 관객들은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을 보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삼지연관현악단, 만수대예술단을 비롯한 북의 대표적인 악단의 공연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의 공연을 보면 가수들이 노래할 때 무대 배경에는 노래에 맞는 화면이 펼쳐진다. 또한 과거와 다르게 가수들이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돋우며, 때로는 관객들도 장내에서 함께 춤을 춘다. 예전의 북의 공연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는 최근 년간 일어난 변화라 할 수 있다. 

북의 공연분야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 온 선두주자는 모란봉전자악단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7월 시범공연을 한 모란봉전자악단 공연은 당시에 파격 그 자체였다. 과거의 노래를 전자악단의 분위기로 편곡해 신나는 노래로 바꾸었고, 복장 그리고 춤도 화려해져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모란봉전자악단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모란봉전자악단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공연을 보고 나서 힘이 솟는다. 몇 번이고 또 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말하곤 한다. 

모란봉전자악단의 공연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북 주민들의 지향과 요구를 잘 반영한 내용에 형식도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형식이 정서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모란봉전자악단은 좋은 내용을 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형식으로 만들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힘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연형식도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모란봉전자악단의 공연은 북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는 팬클럽도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유튜브에 모란봉전자악단의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모란봉전자악단의 공연이 그만큼 매력적이며 현시대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또한 공연 분야에서는 과거 노래를 현대적인 미감에 맞게 재탄생시키고 있다. 모란봉전자악단은 1990년대 나온 ‘배우자’라는 노래를 현대적인 분위기로 바꿔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북은 같은 노래도 다양하게 변주를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부르며,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2019년 북에서 유행한 노래 ‘우리의 국기’도 공연마다 다르게 불리곤 한다. 

춤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으로 알려진 노래와 춤 ‘달려가자 미래로’는 늘 새로운 춤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최근 탭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형식의 춤이 공연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탭댄스는 예전의 공연에서도 등장했지만 최근 만수대예술단의 공연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현대성은 북의 영화 분야에서도 짚어볼 수 있다. 

북은 2018년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을 컬러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은 1979년부터 상영된 20부작 흑백영화였다. 이 영화는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북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알려졌다. 흑백을 컬러화하면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더 좋아하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북에서는 최근 1970년대 만든 영화 ‘이 세상 끝까지’ 역시 컬러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 역시 북의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과거에 만든 영화를 지금의 시대에 맞춰 컬러화하는 것도 현대성을 구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북이 ‘현대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형식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반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의 문화예술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북에서 참다운 예술은 ‘시대의 요구와 인민대중의 지향을 옳게 반영하여 사람들에게 생활의 본질과 아름다움, 사회발전의 합법칙성을 밝혀주는 데 이바지’하는 예술이라고 한다. 

북 문화예술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상 감정을 불어넣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북 문화예술의 현대성은 ‘주체성, 민족성에 바탕을 둔 현대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즉 북이 강조하는 ‘우리 식’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도 ‘주체성과 민족성 현대성’을 함께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