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4년 02월 01일
기사 제목 : [2024북] 매년 12%씩 성장하고 있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3년도 당 및 국가정책집행정형총화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를 통해 많은 양을 할애하여 2023년 경제 분야에 대해 그 성과를 평가했다.
3년간 1.4배 성장한 북한 경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분야 실적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 역점사업이었던 ‘12대 중요고지’의 경우 알곡은 103%, 전력, 석탄, 질소비료는 100%, 압연 강재는 102%, 유색금속(비철금속)은 131%, 통나무는 109%, 시멘트, 일반천은 101%, 수산물은 105%, 철도화물수송량은 106%, 살림집은 건설중에 있는 세대수 109% 등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되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몇 개 부문에 있어서는 8차 당대회 직전인 2020년 대비 몇 배로 늘어났다며 구체적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삼화철은 3.5배, 선철은 2.7배, 압연강재는 1.9배, 공작기계는 5.1배, 시멘트는 1.4배, 질소비료는 1.3배로 중요품목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국내총생산액 역시 1.4배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2023년의 경제규모가 2020년에 비해 1.4배 성장하기 위해서는 3년 간 연평균 11.9% 가량 성장해야 한다. 이는 세계 경제가 2021년 6.2%, 2022년 3.0%, 2023년 2.6%(세계은행 자료 기준. 2023년은 추정치)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2021년 8.4%, 2022년 3.0%, 2023년 5.2%)이나 인도(2021년 9.0%, 2022년 7.2%, 2023년 7.3%)의 경우와 비교해서도 높은 성장세다.
물론 계획경제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한국 등 시장경제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통상 경제 규모를 산정할 때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최종제품을 생산했는지를 시장가격을 통해 측정한다. 그런데 북한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는 가격산정 체계가 다를뿐더러 북한의 경제 규모에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최종제품이 포함되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통상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북한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같은 북한의 경제성장은 코로나 국면을 관통하는 시기에 달성한 수치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북한은 2020년 1월 국경을 폐쇄한 이후 2022년 8월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고, 2023년 8월에는 공식적으로 국경폐쇄 종식을 선언).
2022년 12월에 개최된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조정을 검토하였으나 경제개발 계획 3년 차 목표를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으며,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러한 정책적 선택이 성공적으로 결속되었다고 평가했다. ‘자력갱생’을 지향하는 북한 경제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성장과 대외 무역의 관계
북한 경제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연간 11.9% 성장률 수치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2023년 북한 경제가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경제성장을 두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무역 덕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북한 경제의 대외 부문 규모가 많이 늘어났다.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총액은 2022년 10억 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3.1% 증가한 데 이어 2023년 1~11월에는 20억 5,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4.7% 증가했다. 2023년 1~11월에 북한의 대중 수출은 1억 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2.7% 증가했고, 북한의 대중 수입은 17억 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6%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국면 직전에 비해 여전히 무역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북중 무역을 코로나19 직전 해인 2019년과 비교해 보면 2023년 1~11월 북한의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했다. 대중 수출은 38.1% 증가한 반면 대중 수입은 23.1% 감소했다.
북한의 경우 대외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경제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무역액이 2021년 대비 122.4% 증가했고, 수출액만을 놓고 보면 93.9%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경제성장률은 0.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은행, 통계청 통계 기준). 수출액과 무역규모가 늘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은 대외 무역 부분이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무역구조를 보면 수출보다는 수입 규모가 크다. 통상 국내총생산(GDP)를 ‘소비지출+투자+정부지출+순수출(수출액-수입액)’으로 구할 수 있다는 점(물론 북한이 이러한 방식으로 자국의 경제규모를 파악하는지는 불투명하다)에서 수입의 규모가 수출보다 큰 북한의 대외 무역 부문은 GDP 규모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2021년 북한의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7.9% 감소했고 수입은 18.5% 감소했다. 2022년의 경우 수출은 93.9% 증가했고, 수입은 126.1% 증가했다. 2023년은 앞서 대중국 무역액을 살펴본 것처럼 수입 증가율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간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더 컸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에서 수입되는 중간재나 비료가 시차를 두고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을 수입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쌀을 수입해 온다면 이는 그냥 소비되는 것으로 생산량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석유 등 공장 가동을 위한 원료를 수입해 온다면 이는 공장가동률을 올려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광물성연료, 광물류’로 그 수입액은 5억 2,000만 달러다. 전체 수입액의 36.4%에 달한다. 즉, 석탄, 석유 등의 연료 수입이 북한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수입품목은 ‘플라스틱 및 그 제품’으로 그 비중은 8.2%이며, 세 번째로 많은 수입품목은 ‘동식물성 유지 및 분해생산물’로 그 비중은 4.5%이다)
하지만 아무리 원료를 많이 들여온다고 해도 자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계 등의 설비를 수입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역시 설비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인력이 없다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수 없다. 더불어 설비 수입의 경우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 국면 동안 국경이 폐쇄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비 수입으로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단순히 대외 무역 요소로만 평가하기는 힘들다.
한국은행 통계와의 괴리와 우리의 대응
현재 한국은행이 매년 추정, 발표하는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북한 경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통계로 되어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과 2022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평가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북한의 발표와는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통상 한국은행 통계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 경제 실태를 북한의 공식적인 수치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휴대전화 보급률 증가, 건설 공사 등 북한 현지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국은행 통계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최대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 경제 잘 굴러간다」, 오마이뉴스, 2018. 9.11,)
한국은행이 북한 GDP를 산정할 때 북한 가격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격체계와 한국의 원/달러 시장환율을 사용하는데, 이는 북한 경제 실태에 대한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북한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품목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경제규모 산정에 정확히 다 반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반대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경제에서 국가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비공식부문(소위 ‘장마당’ 등)이 존재한다면 이를 경제규모 산정 시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북한 산업구조와 대북투자의 효과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추계방식은 도소매·식당 및 숙박업 비중을 매우 과소추정할 수밖에 없다”라며 “북한의 산업구조 추정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뜬구름 잡는 북한 통계, 남북경협 걸림돌되나」, 파이낸셜뉴스, 2018.5.2.)
이같이 한국의 공인된 통계와 북한이 평가하는 실질적인 경제 상황의 괴리가 크다면 대북 정책 수립에 있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 경제를 제대로 평가하고 우리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밝히고 있듯이 숱한 제재 속에서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식의 대북 정책은 수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대북 정책의 집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그 신뢰를 잃고 역풍을 맞을 것이다.
박영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