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7월 07일
기사 제목 : [27조] 기술혁명의 4가지 기본 내용과 4가지 과제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주권연구소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27조 기술혁명은 사회주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 고리이며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다. 국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며 과학기술과 생산을 일체화하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 있게 벌여 경제건설을 다그쳐 나간다.
기술혁명이란 낡은 기술을 새 기술로 개조하여 일을 쉽게 하면서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혁명이다.
북한은 기술혁명의 목적이 ▲생산력을 발전시켜 국민의 물질적 복리를 끊임없이 증진하고 ▲근로자를 힘든 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기술혁명의 본질을 “노동의 본질적 차이를 없애고 근로자를 힘든 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노동의 본질적 차이’란 중노동과 경노동, 공업노동과 농업노동,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이를 말한다.
북한은 사회적 평등을 위해 노동의 본질적 차이와 힘든 노동을 없애야 하며 이는 자연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기술혁명에는 구체적으로 네 가지 기본 내용이 있다.
첫째, 기계화와 자동화를 이루며 로봇과 컴퓨터를 널리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발달한 자동화 단계는 유연생산체계(FMS)다.
유연생산체계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계에서 출발한다.
CNC와 자동 운반·보관 체계, 컴퓨터 제어 체계로 공장 무인화, 자동화를 만들 수 있는데 한 개의 CNC로 구성하면 단일기계셀(SMC), 2~3개의 CNC로 구성하면 유연생산셀(FMC), 4개 이상의 CNC와 분산 컴퓨터 제어 체계를 이용하면 유연생산체계라 부른다.
생산 일정과 제품변화에 따라 작업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어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며 재고 문제도 해결해 주기 때문에 다품종소량생산에 적합한 체계다.
북한은 일찍부터 유연생산체계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해왔으며 특히 2016년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유연생산셀 개발을 목표로 명시하였다.
두 번째 기술혁명의 기본 내용은 전기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전기는 매우 편리한 동력과 열원으로 생산과 기술 발전에서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전기는 생산의 면모를 새롭게 하며 생산문화를 높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삼는 생산 설비는 화석연료를 계속 운반해야 하고, 보관도 해야 하며, 연료를 태우면서 나오는 매연도 처리해야 하므로 관련 설비와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공장이 쉽게 더러워지며, 소음도 심하다.
반면 발전소에서 보내준 전기를 이용하면 관련 설비도 대폭 줄어들며 깨끗하고 쾌적한 공장을 유지할 수 있다.
세 번째 기술혁명의 기본 내용은 화학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원료와 자재를 자연에서 채취한 그대로 사용했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갈수록 화학적 가공 처리 방법이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무도 과거에는 그냥 쓰다가 나중에는 소금물(바닷물)에 담그거나 겉에 기름칠을 하는 식의 보존 처리를 했다.
요즘에는 방부제를 주입하고 겉면을 코팅하는 화학적 가공을 한다.
북한은 화학화를 통해 생산 공정을 촉진하고 원료, 자재 이용 폭을 넓히며 경제를 빨리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네 번째 기술혁명의 기본 내용은 최신 과학기술 성과와 선진 기술공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헌법 조문의 “과학기술과 생산을 일체화”한다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북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산학협력을 널리 장려한다.
특히 대학생과 과학기술자들을 3대혁명소조에 포함시켜 현장에 투입해 최신 과학기술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네 가지 기술혁명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기 나라 실정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과학기술정보 사업을 강화해 선진 기술을 제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현대 과학기술 발전 추세에 맞게 기계 설비를 제때 갱신해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며 이에 따라 기계 설비의 갱신 주기도 갈수록 짧아진다.
셋째, 교육을 강화해 기술 인재를 준비해야 한다.
일반 노동자의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대중적 기술혁신운동’ 역시 모든 노동자를 기술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넷째, 새 기술 도입의 효과성을 정확히 타산해야 한다.
북한은 효과성을 타산할 때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새 기술을 도입하는 비용과 새 기술 도입으로 늘어나는 이익(예컨대 노동자를 해고해 줄어드는 임금 비용)을 비교해서 기술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사회적 노동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와 근로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힘든 노동에서 해방할 수 있느냐의 두 가지 기준으로 새 기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