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4월 14일
기사 제목 : [25조] 현실에서 국가는 누구 편인가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주권연구소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2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 세금이 없어진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 부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준다.
북한 헌법 제25조는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국가의 활동 원칙이 국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늘어나는 물질적 부를 전부 근로자의 복리 증진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세금이 없다는 점이다.
넷째는 국가가 국민의 의식주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본다.
1. 국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는 원칙
국가가 국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에서 보나, 이 ‘당연한 일’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계급사회에서 국가의 활동 원칙은 지배 계급의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조정은 양반, 지주의 이익을 위한 일만 하였다.
가끔 대동법과 같이 백성을 위한 정책도 나왔지만 이는 백성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민란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런 원칙은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와도 바뀌지 않았다.
물론 봉건시대에 비해 민중의 힘이 세진 만큼 시혜성 정책이 늘어나기는 하였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에게도 선거권·피선거권을 주거나, 노동삼권을 인정하거나, 소작 제도를 금지하는 등의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자발적으로 국민을 위해 정책을 고안한 게 아니라 수십, 수백 년의 투쟁 끝에 민중이 가까스로 쟁취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정책이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해서 저절로 지켜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제18조에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삼권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고 외쳐야 할 정도로 한국에서 헌법과 법률에 나오는 노동삼권은 유명무실하였다.
그나마 노동삼권이 현실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1987년 6월 항쟁과 연이은 노동자 대투쟁 이후다.
그러나 지금도 정부는 노동삼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노동삼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거나, 지하철 노동자가 단체행동권에 따라 준법투쟁을 하면 ‘법을 지켰다’는 이유로 처벌을 하는 식이다.
정부가 노동삼권을 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몰아주기 위해서다.
노동자가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더 오랜 시간 노동을 할수록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챙긴다.
이처럼 현실에서 국가는 지배층의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려고 하지 국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자본가 계급이 사라지고 일반 국민인 노동자·농민이 사회의 주인이 되었으므로 국가가 국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려는 원칙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이런 내용을 인민보건법, 교육법, 사회주의노동법, 어린이보육교양법, 장애자보호법 등의 법으로 규정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