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3월 24일
기사 제목 : [23조] 협동농장은 어떻게 운영하나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농촌에서 ‘협동적 소유’를 ‘전 인민적 소유’로 만든다는 것은 쉽게 말해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북한은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북한 헌법 23조에 명시된 세 번째 과제를 살펴본다.
③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 제도를 공고·발전시키기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 중심의 농업지도 체계
북한의 협동농장은 리 단위로 존재한다.
협동농장 경영은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에서 한다.
군 단위에는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가 있어 이들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를 지도한다.
더 위로 올라가면 도 농촌 경리위원회가 있고 내각에 가면 농업위원회가 있다.
북한의 농업지도 체계는 농촌경리를 행정적 방법이 아니라 기업적 방법으로 지도하는 전문 농업지도기관 체계로서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를 기본으로 하고 도 농촌 경리위원회와 농업위원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기업적 방법’이란 공업 부문에 적용되는 선진적인 기업관리 방법으로 기술 지도를 강화해 모든 경영을 계획화, 조직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계획화란 협동농장에서 국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생산과 경영을 하며 계획 과제를 질·양적으로, 지표별로 수행하고 최대한의 실리를 얻는 것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
또 조직화란 협동농장에서 계획 수행을 위해 농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평가를 실속 있게 하며 생산 단위들 사이의 연관과 영농 공정의 진행 순서와 질서, 경영의 모든 측면별 사업들 사이의 연관과 사업 진행 절차를 빈틈없이 맞물리는 실무 사업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
북한은 국가가 협동농장의 생산과 경영을 통일적, 계획적으로 지도한다.
자본주의 농업은 어떤 작물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재배하여 어떻게 판매할지 개별 농장이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생산에서 무정부성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특정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농산물 파동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식량 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북한은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농업 계획을 세워 어떤 작물을 누가 어떻게 재배해 어떻게 유통할지를 결정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주먹구구식 농사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따른 농사를 지어 생산량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기계사업소 등을 갖추고 협동농장에 과학기술 지도까지 하는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농업을 지원할 때도 농기계, 농업 기술, 농자재 등을 주로 지원하기에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가 중요하다.
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는 농기구공장, 종자관리소, 관개관리소, 농기계사업소, 자재공급소 등의 국가기업소를 운영하며 군 단위 농업 발전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하나의 농업종합기업소의 역할을 한다. (김영훈, 「북한 농업농촌의 변화」, 『KREI 북한농업동향』 제12권 제3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11.11.)
작업반 우대제,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
한편 협동농장 내부의 조직 형태를 보면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밑에 생산조직과 관리조직이 있고, 생산조직에는 농산작업반, 채소작업반 같은 작업반들이 있으며, 각 작업반은 작업 분조로 구성된다.
10~30명 규모의 분조를 기본 생산 단위, 생활 단위로 운영하는 제도를 분조관리제라 한다.
각 분조에는 일정한 농지와 농기구, 소 등을 배정하며 소출에 따라 분배받는다.
북한은 분조관리제가 농민을 집단경리 관리 운영에 적극 참여시켜 협동농장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고 집단주의 정신, 공산주의 사상을 키우는 제도라고 한다.
한편 협동농장 농민의 보수는 노력일 평가제로 결정된다.
노동자는 계약에 따라 일한 만큼 정해진 생활비를 받지만 협동농장의 농민은 그렇게 받을 수 없다.
한 해 농사가 잘되면 협동농장의 수입이 늘어나고, 반대로 농사가 안 되면 수입이 줄어들며 협동농장의 수입에 따라 소속 농민이 받는 보수가 정해진다.
한편 국영농장의 농민은 노동자와 같이 생활비를 받는다.
협동농장은 수입의 일부분을 농민에게 분배하는데 모든 농민이 동일한 보수를 받는 게 아니라 기준에 따라 노동의 양과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것에 맞게 분배한다.
이 기준을 노력일이라 부른다.
북한의 노력일 평가제는 소련의 집단농장(콜호스)에서 문제가 된 ‘평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다.
즉, 모든 농민에게 동일하게 분배하는 평균주의가 아닌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 만큼 분배받는’ 제도를 세운 것이다.
협동농장 초기에는 작업반 단위로 분배에 차등을 주었고 1990년대 중반에 분조 단위로 차등을 주었으며 2000년대 중반에는 분조를 더 나눠 소규모 분조(2~3개 농가) 단위로 차등을 주다가 2010년대 중반 들어 북한은 포전담당제를 전면화하였다. (장경호, 「포전(圃田)담당제 바로 알기」, 한국농정신문, 20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