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3월 10일
기사 제목 : [헌법으로 보는 북한-23조] ② 농업과 공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북한 헌법 23조는 농촌에 남아 있는 ‘협동적 소유’ 형태와 도시에 주로 존재하는 ‘전 인민적 소유’ 형태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 성격을 가진 사회주의 사회에는 ‘협동적 소유’와 ‘전 인민적 소유’라는 두 가지 소유 형태가 있다.
사회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협동적 소유’가 점차 ‘전 인민적 소유’로 넘어가며,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사회가 되면 ‘전 인민적 소유’만 남게 된다.
헌법 23조가 제시한 ▲농민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기 ▲‘협동적 소유’에 대한 ‘전 인민적 소유’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 제도를 공고·발전시키기 등은 모두 ‘협동적 소유’를 ‘전 인민적 소유’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다룬 ‘농민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기’에 이어 이번에는 두 번째 과제를 살펴본다.
② ‘협동적 소유’에 대한 ‘전 인민적 소유’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두 소유 형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은 둘을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결합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업과 농업 사이의 직접적인 생산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업과 농업,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연계는 형태상으로 생산적 연계와 소비적 연계로 나눌 수 있고 형식상으로 직접적 형식과 상업적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공업과 농업 사이의 ‘직접적인 생산 연계’란 생산적 연계를 직접적 형식으로 맺는 것이다.
즉,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 인민적 소유’인 기업소의 생산물, 예를 들어 농기계나 비료 같은 것들을 농기계 작업소, 관개관리소, 자재공급소, 채종농장, 종자처리장, 농사시험장, 종축장, 수의방역소 같은 국가기업소가 직접 협동농장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식으로 연계를 맺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간접적으로 연계를 맺는 방식도 있는데 이는 협동농장이 기업소에 돈을 주고 농기계나 비료를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회주의 체계에서는 화폐를 직접 건네주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협동농장 계좌에서 기업소 계좌로 돈을 옮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북한은 계약과 거래의 방식인 간접적 연계보다 기업소가 협동농장 생산 과정에 들어가 도와주는 직접적 연계를 우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가기업소가 협동농장 생산을 직접 도와주는 과정에서 3가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3가지 효과란 ▲협동농장에 돈이 부족해도 필요에 따라 최신 농기계나 비료 등을 도입할 수 있고 ▲전문적 국가기업소를 통해 현대적 농기계, 농자재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노동자와 협동농민이 함께 일하며 생활하는 과정에 사상, 기술, 문화의 각 방면에서 선진 노동계급이 농민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 등이다. (김승준, 『우리 나라 농촌문제해결의 력사적경험』, 사회과학출판사, 1988, 379쪽.)
북한은 이 과정을 통해 협동농장의 고정자산 가운데 ‘전 인민적 소유’의 비중을 늘려나가 1973년 말에 66.4%를 달성하였고 평안남도 숙천군을 비롯한 일부 군에서는 80%까지도 끌어올렸다. (김승준, 앞의 책, 380쪽.)
협동농장의 생산에서 ‘전 인민적 소유’의 생산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전 인민적 소유’가 지도적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