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0.

주한미군기지부터 찾은 대통령 당선인

 

 

 

 


이번 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미·사대 행위를 소개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인 2019년 9월 24일, ‘수사 공조’를 이유로 한국에 온 크리스토퍼 레이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만났다. FBI 수장이 한국 대검을 방문한 건 20년만으로 매우 이례적인 만남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윤 대통령을 한국의 다음 대선 후보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겨눠 마구잡이식 압수수색과 표적수사를 벌이던 때이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미국과 연결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례라는 점만 언급하고 본격 이야기로 넘어가고자 한다.

20대 대선이 끝나고 한 달쯤 지난 4월 7일,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를 찾았다. 역대 당선인 가운데 우리 군보다 미군을 먼저 찾은 건 윤 당선인이 처음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는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상황이 끝없이 펼쳐졌다.

윤 당선인 측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은 4월 3일부터 7박 8일 동안 미국을 찾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만나주지 않았다. 정책협의단은 “백악관에서 그에 준하는 협의체를 열어서 함께 논의하고 왔다”라며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이후 윤 당선인은 4월 19일 저녁 정진석 국힘당 국회의원의 집에서 성 김 미국 동아태 차관보(차관을 보좌하는 공무원)와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아마 남북관계 등 한반도 현안에 관한 얘기도 오갔을 것이다.

윤 당선인이 미국의 차관보를 만나는 모습에 국내에서는 “얼마나 미국에 잘 보이고 싶으면 저럴까”, “장관급도 아닌 차관급으로 급이 떨어지네”라며 상당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 당선인 측은 성 김 대표와 술을 마시고 벌겋게 된 얼굴을 자랑스러운 듯 공개했지만 말이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힘당 국회의원(현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현 대통령), 성 김 동아태 차관보(현 미국 대북특별대표), 조태용 국힘당 국회의원(현 주한미국대사).  © 정진석 국힘당 국회의원.

 


국익·국격 뚝뚝 떨어지는데도 꿋꿋한 친미·사대

 

5월 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원래 취임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가 이끄는 축하사절단 8명이 취임식에 왔다. 미국이 민간인에게 축하사절단을 내맡긴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안 된다면 ‘미 행정부 서열 3위’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올 수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일정이 있다면서 방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도·감청 가능성이 큰 용산 주한미군기지 근처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집무실을 이전해 논란을 키웠다.

장기붕 전 대통령 경호부장은 “청와대에서는 외교 안보와 관련된 최고 기밀사항이 논의되기 때문에 동맹국이라고 해도 도·감청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로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하겠다면 물샐틈없이 준비해 청와대급의 도·감청 대비 시설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상하리만치 급하게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다. ‘미국이 도·감청을 해주길 바라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 윤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를 조속히 돌려받겠다며 밑도 끝도 없이 반환 협상을 밀어붙였다. 이에 온갖 독성물질로 땅을 오염시킨 미국에 면죄부만 주는 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에 공원을 만들겠다면서도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뿌리 깊은 친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한미정상회담과 뉴욕에서의 ‘48초’ 대굴욕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11일 만인 5월 21일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윤 대통령 측은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기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건 29년만’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일찍 찾은 대가로 미국에 많은 것을 내줬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 등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적대 노선에 군말 없이 순순히 가담했다.

미국은 8월 들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한 대당 보조금 7,500달러(대략 1,000만 원)를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미국에서 크게 떨어졌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에 뒤통수를 힘껏 얻어맞은 꼴이다.

이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윤 대통령이 유발한 대굴욕·대망신은 많은 국민의 뇌리에 남았다. 대통령실은 뉴욕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거부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자신을 극구 피하는 바이든 대통령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세 번이나 인사한 끝에 간신히 48초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이 48초 만남마저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공여금으로 무려 1억 달러(대략 1,270억 원)를 내기로 하고 기회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윤 대통령은 재정공약회의가 열리는 같은 시간 미국에서 성과를 낸 동포들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행사 직전에야 불참을 통보했다. 이런 일을 벌여놓고도 대통령실은 사과는커녕 48초 만남을 한미약식회동이라는 ‘성과’로 포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동남아시아 순방 당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중·러를 적대하는 미국의 돌격대를 자처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북·중·러 모두를 사실상 적으로 돌린 셈이 됐다. 

예를 들어 당장 중국이 한국산 물품 수입 금지를 선언하면 우리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도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자신이 알아서 저자세로 친미·사대를 하는 윤 대통령을 마주한 미국은 ‘한국은 막 대해도 알아서 굽신대는 나라’라는 내부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 규정 시행을 유예해달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잃으면 조지아주 공장 투자를 재검토하겠다. (중략) 멕시코는 인건비와 생산비용 등 모든 것이 훨씬 저렴하다.”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등 10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현대·기아차는, 지난 12월 15일(미국 현지 시각) 위처럼 미국에 배수진을 쳤다.

보수 정권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대기업마저 정부의 지원을 바라지 않고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기업도 이런 상황인데 앞으로 국민에게 미칠 피해가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어렵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의존하려는 윤 대통령의 친미·사대 인식은 무척 심각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받아들였다. 100개가 훌쩍 넘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맞춰야만 한국이 전작권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요구에 동의한 것이다. 사실상 군사주권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관해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보다 우월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감시·정찰 자산을 운용하고 시스템(체계)을 운영해야 하는데 (한국군은) 그 준비가 좀 미흡하다”라며 우리 군을 깎아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적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크게 확대했고, 미국의 전술핵과 전략무기를 한국에 들여와야만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도 꺼냈다. 

꾸준한 친미·사대로 국익과 국격을 최단기간에 떨어트린 윤 대통령, 이런 윤 대통령을 굳이 비유하자면 ‘식민지 총독’, ‘시한폭탄’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