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

일본은 ‘맞는다’는데…욱일기 궤변 늘어놓는 윤석열 정권

 

지난 11월 1일 한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소양’이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했다. 윤석열 정권이 오는 6일 '일제 식민침탈의 상징' 욱일기가 펄럭이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넙죽 받은 모양새다.

 

 



이른바 ‘욱일기 경례’ 논란이 계속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자위함기는) 약간 기울어져 있다. 형상은 비슷한 모습으로 느낄 수 있는데 두 개를 놓고 보면 차이는 있다”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정작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일관되게 자위함기가 곧 욱일기라고 강조해왔다.

일본 방위성·자위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내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 및 육상자위대의 자위대기는 1954년에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욱일’ 의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됐다”라면서 “(법이) 제정된 이래 자위함기 및 연대기는 국내외 여러 곳에 내걸리고 있다”라고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에서 쓰는 깃발이 모두 욱일기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깃발은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에 걸쳐 자위함 또는 부대의 소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불가결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넓게 사용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는다고 강조해온 판에 우리 국민과 나라를 수호해야 할 국방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사기와 거짓말을 늘어놓은 해괴망측한 꼴이 됐다.

국방부는 “해상자위대기는 1953년부터 사용됐으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정식으로 인정하는 점 등 국제관례를 고려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사실관계와 다르다.

일본의 국제관함식 참가 요청을 거부한 중국은 대신 일본에 일반 사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욱일기를 향한 경례’를 거부하겠다는 중국의 항의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욱일기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은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윤석열 정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한국이 7년 만에 일본이 주최하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을 포함한 참가국의 해군 간의 신뢰 양성과 우호친선을 촉진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나와 “북한을 향한 대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도모해가고 있다”라며 “과제는 아직 있지만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라며 윤석열 정권에 흡족함을 나타냈다.

11월 1일 일본 민영방송 FNN은 “한국 해군이 레이더를 해상 자위대에 조준한 문제 등으로 한국이 참가할지 어떨지 주목이 모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의) 답변이 늦어지면서도 참가를 표명했다”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되풀이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참가가 일한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라고 보도했다.

일제가 패망하고 나서 한국 정부를 향한 일본 정부의 호의적인 평가는 박정희 정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알아서 기는 정권…일본의 ‘윤석열 길들이기’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이 제공하는 야후뉴스에서 관련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일본 여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보다 머리를 더 숙이라’며 요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일본 누리꾼 ㄱ 씨는 윤석열 정권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쪽에서 양보하면 할수록 건방지게 돼 더욱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해 온다. 아베 씨가 한국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은 말하고 일방적인 양보는 하지 말자고 하면서 일본을 향한 한국의 대응은 점점 보통(정상)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꾼 ㄴ 씨는 “관함식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한국군이) 갑판에서 욱일기를 불태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 밖에도 함정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달고 올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한국군이) 오는 거니까 한국군의 함정은 1척만 요코스카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참가하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누리꾼 ㄷ 씨는 “다케시마를 돌려주지 않고 (해상자위대에) 레이더를 조준하고 반일교육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일본은 (한국 해군의) 입항을 거부하지 않는 거야? 누구의 뜻인가. 국민으로서 분노를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누리꾼 ㄹ 씨는 “관계개선 의욕을 밝혔으면 먼저 레이더 지침을 즉시 폐지하고 사죄와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 욱일기에 관해 이러쿵저러쿵한 것도 사죄해야 한다. (한국 해군은) 욱일기를 게양하고 제대로 경례해야 할 것이다. 관함식에 참가하는 의사 표시를 밝히란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11월 1일 자민당 의원으로 구성된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국제관함식 참가에 관한 긴급성명을 냈다.

위 성명은 “안전보장상 문제를 떠안은 채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중국과 한국의 초대가 그대로인 것은 유감”, “문제 해결 없이 초대해버리면 일본은 ‘뭘 해도 불문에 부치는 나라’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다”, “(한국을) 비난하고 경계·감시에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아닌 단호한 조치 발동을 생각해야 한다”라는 막말로 빼곡하다.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을 적, 또는 깔보며 무시하는 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일본 바라기’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만난 ‘극우 대부’ 아소 다로



이런 분위기에서 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얼마 안 된 11월 2일, 일제의 식민침탈을 두둔하는 극우 막말로 악명이 자자한 총리 출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방한했다. 

 

 



아소 부총재는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이은 당내 2인자다. 또 일한협력위원회 회장과 일한의원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어 한일관계·정책과 관련해 일본 정치권에서 입지가 높은 인사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윤 대통령과 아소 부총재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한반도 출신 징용공(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문제의 타개책과 관련한 의견 교환’을 나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시각에서 보면 윤석열 정권에 일제와 전범기업에 사죄와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을 확정하라는 압력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의 보상금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11월 2일 아사히신문은 과거 위안부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100억 원 가운데, 남아 있는 약 60억 원을 활용하려는 방안이 윤석열 정권 내에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소 부총재의 방한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아소 부총재는 지난 10월 29일 2시간 밀담을 나눴다.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자민당의 1, 2인자가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기시다 정권이 돌파구를 낼 방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역대 일본 내각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체로 혐한과 대한반도 강경책으로 눈을 돌린 만큼, 아소 부총재의 방한을 앞두고 일본에 유리한 대책이 논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일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면 일본의 요구부터 이행하라’고 주문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기시다 정권이 일본에 저자세인 윤석열 정권을 먹잇감 삼아 떨어진 지지율과 국정 운영 동력을 높이려 할 공산도 크다.

아소 부총재는 한국에 온 당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곧바로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났다. 기시다 총리에게 한일 정상회담을 구걸했지만 거부당해 굴욕만 자초한 윤 대통령이, 총리도 아닌 2인자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부대변인 명의로 윤 대통령이 아소 부총재에게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랜 기간 활동해온 한일·일한 협력위원회의 역할을 평가하고 양국관계의 발전을 도모해 나갈 수 있도록 민간교류 활성화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밝혔다.

아소 부총재는 윤 대통령에게 “양국 사이에 대화와 협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라면서 “양국관계의 조속한 복원과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대로면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일본이 요구하는 대로 기시다 총리가 있는 일본 유엔 대표부를 직접 찾아가 양국 국기도 걸지 않은 채 만난, 한국에는 아무런 이익도 없었던 ‘30분 구걸 회동’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만약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권은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들이붓게 될 것이다.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숙이는 ‘윤석열식 한일관계 개선’은 점점 국민의 큰 저항을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꽃’이 지난 10월 18~1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민심은 ‘한일 군사동맹이 필요하지 않다’는 여론이 6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돼온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에서는 “친일매국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자”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일·매국 행보에 앞장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퇴진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