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9월 21일
기사 제목 : ‘김건희 특검’ 정말 가능한가?
‘김건희 특검’ 촉구하는 촛불 시민
“김건희를 특검하라!”
요즘 촛불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전국 광장에 모여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추석이 지나고 서울 청계광장으로 나온 인원만 수천 명에 이른다. 여기에 진보민주진영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공개되는 온라인 집회에 참가하는 인원은 수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촛불 민심은 나날이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추석 전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60%가 넘는 국민이 김건희 특검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은 왜 이렇게 김건희 특검에 호응하는 걸까? 주가조작과 학력·경력조작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금까지 조사조차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건희 씨의 학력·경력조작 혐의와 관련해 조사조차 하지 않고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역시 2년이 넘도록 김건희 씨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고 기소 결정도 미루는 중이다. 김건희 씨를 제외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이미 기소와 재판을 통해 처벌받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등 요직에 측근 검찰 출신 인사들을 꽂아 넣은 검찰공화국에서 김건희 씨를 둘러싼 성역 없는 수사·기소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묘수가 바로 특검이다.
특검은 기존 경찰과 검찰 조직과는 다른 국회에서 뽑힌 중립적인 변호사가 맡게 되는 만큼 윤석열 정권의 입김이 잘 미치지 않는다. 특검법이 통과되고 나면 김건희 씨와 관련한 성역 없는 수사와 기소에 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9월 9일 민주당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으로 김건희 씨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의혹을 다룬다.
그렇다면 김건희 특검은 정말 국회 문턱을 넘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
방안 ①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을 추진할 수 있는 입법 절차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법사위는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의 체계와 내용이 타당한지 심사하고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문’이다. 국회에 발의되는 여러 법안은 소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마지막에는 법사위에서 내용의 타당성과 체계 등을 심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단 법사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힘당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면 딱히 통과시킬 방법이 없다. 법사위원장이 법안 논의 일정, 의사진행,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어서다.
실제로 김도읍 의원은 법사위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며 정회를 선언하는 등 윤석열 정권의 방패를 자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방안 ② : 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두 번째는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fast track·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 뒤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신속처리안건이란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는 중요 사항에 관해 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빠른 결정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식이나 제도”를 이르는 말이다.
국회법 85조 2항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 재적의원 중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법안은 다른 당과 합의·타협을 거치지 않으면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얘기가 다르다. 신속처리안건의 심사는 법사위를 제외한 상임위에서 최장 180(6개월)일, 법사위에서는 최장 90일(3개월)이 걸린다. 심사 기간이 끝난 법안은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 점이 신속처리안건과 일반 법안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다.
신속처리안건으로 본회의에 넘어온 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거치면 통과된다. 민주당 의석이 과반이므로 김건희 특검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가결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김건희 특검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법사위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쇼”라며 국힘당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8명인 법사위는 민주당 10명, 국힘당 7명, 시대전환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시대전환 소속인 조정훈 의원이 반대하면 법안의 법사위 통과 조건인 11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밀어붙일 방법이 없다.
방안 ③ : 국회의장 직권상정
세 번째로는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는 방법이 있다.
국회법 84조·85조에는 ▲천재지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해당 안건(법안)의 심사 기간을 지정,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은 윤 대통령을 향한 민심의 신뢰와 지지가 바닥을 기고 있다. 정권의 무능·몰상식에 따른 불만과 비판 여론도 끝없이 치솟고 있다. 국회의장의 재량에 따라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해석할 수 있다. 여론 다수가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한다는 점도 직권상정을 뒷받침할 중요 근거가 된다.
국회에서 민주당, 민주당 성향 의석수가 170석에 이르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에 직권상정되면 너끈한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적폐 기득권과의 협치를 강조해온 김진표 국회의장이 김건희 특검법에 부정적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각계는 김진표 의장을 두고 “모든 면에서 부적합한 반개혁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진표 의장이 ▲재벌개혁 후퇴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허가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방조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에 앞장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의 본회의 직권상정도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다시 광장에서 촛불을 들자
앞서 세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국회의 입법권만으로는 김건희 특검법 추진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아 나설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김건희 특검법 통과가 무척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김건희 특검을 통과시킬 방법은 없는 걸까?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 민주주의의 주인공인 국민이 촛불을 들고 앞장서 정치권이 민심을 거부할 수 없도록 강력히 압박하고 이끄는 것이다.
돌아보면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상황은 훨씬 첩첩산중이었다. 국회 내 진보민주진영 의석수는 민주당과 민중당, 정의당을 다 합쳐도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뚫어내고 박근혜 탄핵을 이룬 건 촛불 시민들의 강력한 기세와 의지 덕분이었다.
1,300만 명이 넘는 촛불 시민은 추운 겨울에도 주말마다 기꺼이 광장으로 나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민심에 놀란 민주당은 부랴부랴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추진했다.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민심이 워낙 뜨겁다 보니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이후 우리 모두 기억하듯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거쳐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지난날 촛불 민심이 주도해 훨씬 어렵고 힘들어 보이던 박근혜 탄핵도 해냈는데 김건희 특검이라고 못 해낼 이유가 없다.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무척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으로서도 결국 김건희 특검법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만약 특검에서 혐의가 짙은 김건희 씨의 범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되면 배우자이자 ‘운명공동체’인 윤 대통령 역시 그 책임을 피할 길은 없다.
여름 더위가 저만치 물러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와 바깥에서 촛불 들기 딱 좋은 날이다. 바야흐로 온 국민이 다시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김건희 특검”을 외쳐야 할 때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