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7월 15일
기사 제목 : [서문] 금수산태양궁전을 공원으로 꾸민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사상과 영도업적은 조선 혁명의 만년 재보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융성번영을 위한 기본 담보이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태양궁전은 수령 영생의 대 기념비이며 전체 조선 민족의 존엄의 상징이고 영원한 성지이다. [서문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 인민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주체조선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 고수하고 계승 발전시켜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여나갈 것이다. [서문18]
이 문장은 선대 지도자의 사상과 ‘업적’이 북한의 ‘만년 재보’, ‘융성번영의 기본 담보’이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며 ‘사상과 업적’을 지키고 계승하며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금수산태양궁전이 갖는 의의에 관해 ▲수령 영생의 대 기념비 ▲전체 조선 민족의 존엄의 상징 ▲영원한 성지 등으로 자세히 언급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금수산태양궁전은 원래 김일성 주석이 1976~1994년 집무를 보던 금수산의사당이었다.
김일성 주석 서거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고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명명하였다.
금수산태양궁전 내용이 헌법 전문에 들어간 건 2014년 헌법을 개정할 때였다.
그 전인 2013년 4월 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 회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안과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채택함에 대한 보고’를 하였으며 토론을 거쳐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채택하였고 1년 후 헌법도 개정한 것이다.
금수산태양궁전법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할 때 지켜야 할 규칙, 유지·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금수산태양궁전법을 만들고 관련 내용을 헌법 서문에 넣는 작업을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도하였다고 소개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날이나 ‘태양절’, ‘광명절’ 등 북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는 영생홀에서 참배한다.
또한 ‘수령 영생’을 상징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 속에 선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금수산태양궁전을 공원으로 꾸며 국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자기 사업과 마음속 사연까지 이야기하는 곳으로 만들도록 지도하였다고 한다.
북한 언론을 보면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금수산태양궁전 앞에 모여 다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20년 9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태풍 마이삭에 집중 피해를 본 함경도 지역을 현지지도하고 현지에서 평양시 당원들에게 수해 복구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해 보냈다.
이에 호응하여 조직된 ‘수도당원사단’ 1만 2,000명이 9월 8일 출발을 앞두고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하였다.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하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노동당 당원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고 다짐하는 의미가 있다.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궐기대회 연설에서 “수도의 당원들이 들고일어나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전구로 용감히 떠나간다면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그 모습들을 보시고 너무도 대견해 분명 기뻐서 눈을 감으신 채 눈물로 베개를 적시실 것”이라고 하였다.
수도당원사단은 수해복구에 나선 지 73일 만에 평양에 복귀했다.
이들은 금수산태양궁전에 다시 모여 ‘충성의 보고 모임’을 진행하였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자신의 활동을 보고한 것이다.
이처럼 금수산태양궁전은 북한에서 ‘수령 영생’을 현실에 구현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