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02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1]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국가적 특징①
지난 11~12일 북한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으로 이번에 열린 회의는 지난 3월 10일 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모여 진행하였다. 조선노동당 대회가 노동당의 최고 행사라면 최고인민회의 회의는 국가의 최고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앞두고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진행했고 10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 전 과정을 거치며 북한의 국가적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첫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전략국가라는 점이며, 둘째는 김일성-김정일주의 국가라는 점이고, 셋째는 인민대중제일주의 국가라는 점이며, 넷째는 자존심의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이 특징들에 대해 차차 살펴보려 한다.
1.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전략국가
이번에 열린 국가적인 주요 행사들을 계기로 미국 등 주요 나라들이 분주하게 정책적 대응을 했고 세계의 이목이 북한에 집중되었다.
(1) 미국은 집중적으로 분주하게 정책적 대응을 하였다
미국은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북한에 정책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 외교 역량을 비상 집중 동원했다.
첫째, 한미정상회담을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맞춰 4월 11일에 긴급히 개최했다.
정부는 회의를 불과 13일 남겨둔 3월 29일에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는데 그동안 외교가에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추진하던 한미정상회담이 늦어진 데 대해 의문을 표해왔다. 3월 29일이면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일정을 발표한 3월 22일에서 일주일 지난 시점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미정상회담 날짜는 정부가 공들여 준비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면서 이 기념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정황을 살펴보면 한미 양국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부터 한미정상회담을 논의했으나 미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일정을 발표하자 급하게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래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날짜를 무리하게 11일로 잡은 것은 미국이 그 날을 고집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은 최고인민회의에 맞춰 한미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4일 시사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지만 북한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미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날짜를 의도적으로 맞췄다고 분석했다.
둘째, 미국은 북한에 계속해서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9일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연합회 연례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몇 달 안에 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또 10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서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서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미국 행정부가 ‘CVID 없이 제재 해제는 없다’고 강조해온 것과 결이 다르다.
전문가나 언론을 통해서도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정보를 분석했던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4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북한에 관해 트럼프는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닌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리비아 모델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 “북한에게 리비아 모델은 정말로 외교가 아니고 순전히 항복 요구”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4일 리비아식 빅딜 해법을 반대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해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실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차관보 등의 주장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에 미국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미 의회의 출자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송국으로 명백히 북한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일본, 한국의 언론기관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모략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6일 북한이 하노이 회담의 책임을 물어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신혜영 통역관을 문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7일 북한에서 대대적인 부정부패 간부 숙청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시작한 11일에도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박철 전 유엔대표부 참사, 김혁철 국무위원회 미국담당 특별대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검열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북미회담의 책임자였던 김영철 부위원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 하노이 회담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나왔다. 이런 보도들은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앞두고 있던 북한의 인상을 부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들이다.
원래 여론공작은 자기 수준에 맞게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주요 각료를 함부로 철직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초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은 취임 25일 만에 보따리를 쌌고, 2018년 3월 아프리카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당시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자신이 해임된 사실을 알았다. 지난 4월 7일에도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트윗 해임’하고 다음날엔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경호국(SS)의 랜돌프 앨리스 국장 교체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42명을 백악관에서 내쫓으면서 ‘해고왕’에 등극했다. 이런 미국이니 자기 눈높이로 북한에게 여론공작을 편 것이다.
YTN은 12일 “하노이 결렬 이후 문책설이 돌았던 북한의 대미협상 라인도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오히려 주요 보직에 대미 라인을 배치하여 협상 의지를 계속 유지했습니다”라고 보도하였다. 제2의 현송월 처형 오보가 나온 셈이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 왜곡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탁 위원은 “이십대 중반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공연을 연출하면서 마흔 중반에 이르기까지 해왔던 일이 ‘쇼’였는데 이제야 ‘쇼’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니 드디어 나도 인정을 받은 셈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자신이 쇼를 해왔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쇼와 적폐세력의 쇼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두 ‘쇼’는 모두 작위적이고 과장됐고 생략되거나 의도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쇼’는 관객들의 감동을 목적으로 하고 저 ‘쇼’는 관객들의 감동이 아니라 관객을 수단으로 정작 자신들이 원하는 무엇을 달성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심을 보여야 할 대상들에게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리고 숨기는 일체의 연출 행위는 연출이 아니라 사기”라며 “사기의 목적은 오로지 대상을 선동하거나 대중의 생각과 시선을 의도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대한다. 게다가 그런 의도들에 반응하는 일부의 대중이 있음을 확인하면 결국 습관이 돼 버린다. 습관은 고쳐지기 어렵다”고 하였다.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 제조, 유포를 일삼는 한미일 세력의 행태에 딱 적합한 말이다.
어쨌든 미국은 이런 수단들을 통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정책적 개입을 하려고 했다. 그 개입에는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가지 말았으면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리고 제재해제를 위해서는 선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후자는 확신성 없는 고장 난 레코드의 반복 같은 것이었고 전자가 핵심이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가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렇듯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북한의 국가적 행사를 두고 다각도로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정책적 개입을 하려고 하고, 그 내용도 북한이 자기를 위협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에 집중돼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이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를 두고 ‘초강대국’조차 주목하고 두려워하는 상황,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세계적 전략국가라는 것을 뚜렷이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2) 세계 이목이 이번 행사에 집중됐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전후로 세계 여러 언론이 집중 보도를 했다. 미국의 여러 언론들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의 언론들이 보도를 통해 북한의 향후 정책들을 예측, 소개하였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되자 곧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축전을 보냈다.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라 조선인민이 국가건설과 발전을 위한 모든 사업에서 반드시 새롭고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할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라고 하였고, 푸틴 대통령은 “국가최고수위에서의 당신의 활동이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와 국민들 사이의 친선적이며 선린적인 관계발전과 그리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강화에 이바지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절박한 쌍무 및 지역문제들과 관련하여 당신과 공동으로 사업할 용의를 확언합니다”라고 하였다.
베트남 주석은 “나는 우리 두 나라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가 얼마 전에 있은 위원장동지의 베트남공식친선방문기간 두 당, 두 나라 수뇌들 사이에 이룩된 공동인식에 기초하여 두 나라 국민들의 이익과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협조와 발전에 부합되게 계속 공고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합니다”라고 하였다.
국내 언론들도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속보로 계속 전했다. 덕분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하고 거기서 자력갱생을 강조했고, 또 주요 국가직책에 어떤 인물이 선출됐는지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 심지어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25번 사용한 것까지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상당히 긴 분량이었음에도 여러 언론들이 전문을 게재하였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시정연설을 했지만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한다”는 말 이외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있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갔다. 나아가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는 더더욱 관심 밖이었다.
(3) 북한이 세계적인 전략국가가 된 배경
북한은 어떻게 세계적 차원의 전략국가가 되었을까?
첫째, 전 세계가 북한 같은 나라를 처음 접하고 있다.
일단 북한은 자력으로 극심한 경제난, 일명 ‘고난의 행군’을 이겨냈으며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경제봉쇄 속에서 자체 힘으로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영상에서 본 화려하고 웅장한 려명거리, LED 조명 10만 개로 영상을 내보내는 세계 최고층(호텔 가운데) 류경호텔, 도심 정체로 인해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는 평양 시내 모습, 지방도시에서도 최신형 스마트폰 평양2423 출시일에 맞춰 구입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손목마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는 새로운 유행 등 최근 북한의 모습은 놀라운 수준이다. 자력으로 이런 기적 같은 일을 해낸 나라는 북한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는 자력으로 국가 발전을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대세다.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는 한국은 물론이고 소련, 중국도 경제 개방에서 활로를 찾았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선입견을 깨고 자력으로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핵개발도 성공하고, 고속성장도 하고 있다.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또한 북한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자마자 비핵화를 하자며 미국을 협상장에 끌어들여 비핵, 군축, 평화, 번영의 분위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반년도 안 된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했다.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하였다. 실험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생산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정상회담들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평화, 번영을 추진하였다. 핵무기를 평화·번영의 수단으로 쓰는 나라는 처음이다.
미국은 어떠했나. 핵무기를 개발하자마자 실전에 사용하였다. 심지어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은 핵실험을 해보지도 않은 농축 우라늄탄이었으니 일본인을 대상으로 핵실험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후에도 미국은 핵무기를 가지고 여러 나라를 위협하였다. 한국전쟁 때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며 북한, 중국을 위협했다. 또 핵우산 제공을 명분으로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하위 동맹으로 끌어들여 속국 취급을 했다. 다른 핵보유국들도 핵무기를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고 패권적 국익을 취하는 데에만 이용하였다.
이처럼 어렵게 개발한 핵무기를 더 늘리지 않고 오히려 개발 즉시 비핵화에 나서는 독특한 북한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된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공한 사람과 자력으로 성공한 사람을 볼 때 후자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구나 가진 본성이다. 특히 힘겨운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할 때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수많은 문학예술작품들이 고난을 딛고 성공한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자력으로 엄청난 힘을 얻어서 자신을 고생시킨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고 거꾸로 과거를 잊고 함께 평화와 번영을 이루자고 손을 내민다면 여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북한이 보이는 이 유례없고 독특한 두 가지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틀어잡고 호감을 이끌어내는 힘과 매력을 발휘한다. 전 세계가 북한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으며 이것이 북한을 세계적 전략국가로 만들고 있다.
둘째,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국민의 명줄까지 쥐고 있다는 것은 ‘[아침햇살19]북한,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에서설명하였으므로 생략한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의 운명도 좌지우지한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를 보면 이제 거의 40%대로 굳어진 듯하다. 뭔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과거 70% 대 지지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30%대로 자유한국당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권력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로는 남북관계와 경제문제에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서민경제 형편은 정부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며, 그나마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출로가 남북관계와 경제문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북한이 쥐고 있다.
지난 2년의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게 북한임을 알 수 있다. 전쟁 접경으로 가던 2017년의 상황을 일거에 대화 분위기로 바꾼 것은 2018년 1월 1일 북한의 신년사였다. 이후 북한의 적극적인 행보로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시종일관 정세를 주도하지 못하고 북미가 마련한 틀 안에서만 움직였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어떠한 독자적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남북관계도 북한의 결단 여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맞서 ‘새로운 길’을 선포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경제문제는 어떤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출로를 찾기 쉽지 않다. 3월 31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제의 대외의존도(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율)가 86.8%로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권 진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날이 갈수록 커가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과거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남북경제협력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획기적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예비된 하나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경제협력의 성사 여부도 북한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경제협력에 목말라하고 있기에 한국 정부가 제안만 하면 덥석 받아 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북한은 이미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중국,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단순 노동의 경우에도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받고 있으며 전문직의 경우는 훨씬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 노동자 파견 사례일 뿐이며 무역이나 경제협력사업으로 넘어가면 더욱 규모가 커진다.
그럼에도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하는 이유는 올해 신년사에 나온 그대로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서, 혹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라고 여겨서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북미관계는 전 세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침햇살10]북미대결이 국제질서의 중심축’과 [아침햇살9]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북아 질서 구상’에서자세히 다뤘으므로 간단히 설명한다.
▲북미 사이에 전쟁을 한다면 세계 핵전쟁이 된다. 북한과 미국 본토 사이에 핵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 미군기지가 있는 어디든 핵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전 세계가 북미 사이의 전쟁을 우려하는 이유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동맹국 관리도 포기하였다. 지난해 주요 7개국(G7) 회의 결렬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미국 주도의 현대 제국주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도 북미대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중-미 대결이 사실은 북-미 대결의 하위구조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전 세계적인 새로운 발전의 핵심 축에 북한의 역할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 국가 중 하나가 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2월 27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은 굉장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 무한한 경제 잠재력이 있다, 정말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고 하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과장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충분히 새로운 세계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침햇살14]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에서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세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으며 북한을 세계적 전략국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이 글의 저작권은 주권연구소에 있습니다.
글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