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2월 24일
기사 제목 :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해높이기] 1. 경제 분야가 목표 달성에 미진했어도 전망이 밝은 이유는?
북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당 제8차 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당 제8차 대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목되는 내용에 대해 공동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1. 경제 분야가 목표 달성에 미진했어도 전망이 밝은 이유는?
북한은 지난 기간에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라고 언급했다.
목표 미달에 대한 주요 요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보고한 ‘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이하 보고)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있다. 보고는 우선 객관적 요인으로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의 후과”와 “해마다 들이 닥친 혹심한 자연재해”, 그리고 “지난해에 발생한 세계적인 보건위기의 장기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경제재재를 받아왔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17년 군사적 압박과 함께 북한에 사상 최대의 경제제재를 시행하였다. 2018년 6월, 2019년 2월, 두 차례에 극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여전히 경제제재는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에 대하여 부분적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이마저도 반대하며 합의를 결렬시켰다. 북한은 이와 같은 미국의 적대적 경제제재를 경제 발전의 큰 저해 요소로 평가했다.
보고에서 ‘혹심한’이라 강조한 것처럼 지난 기간 북한에 많은 자연재해가 있었다. 2016년 8월 말 두만강 유역 대홍수, 2017년 가뭄, 2018년 8월 말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인한 홍수, 2019년 상반기 가뭄, 9월 초 태풍 ‘링링’으로 인한 홍수가 있었다. 특히 작년 2020년에는 상반기에 2019년을 뛰어넘는 사상 최악의 가뭄과 8월에 대형 홍수를 동시에 겪으면서 그야말로 혹독한 한 해를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가 일 년 내내 지속되면서 북한 경제에도 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개년전략수행이 미달된 원인에 대해서 객관적 요인뿐만 아니라 주관적, 내적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이는 결함의 주된 원인을 객관적 요인이 아니라 주관적 요인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북한의 사업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주관적 요인에 대하여 5개년전략이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하여 똑똑히 세워지지 못한 점, 과학기술이 실제로 나라의 경제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점,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 보강하기 위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점, 이렇게 3가지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렇게 5개년전략 목표 미달성에도 불구하고 낙담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희망차고 낙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목표 달성에 미진하였다면 질책과 비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심중한 결함은 발생하였지만 그것은 새로운 발전단계에 나타나는 편향이며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과 결함이 목표 미달성으로 이어졌지만 자체적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또, 결함 원인에 대해서 상세히 분석하고 부족한 점을 솔직히 인정한 것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포부로 느껴진다.
다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지난 기간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기간에 “자체의 힘을 증대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이룩한 성과”가 있었다고 총평했다. 북한은 경제 부문에서 자력갱생, 자립자족을 기본 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당 제7차 대회에서 자강력제일주의를 전략노선으로 정식화한 후에 모든 경제 분야에서 자력자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비록 예견했던 전략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자체의 힘으로 경제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 자체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세부적인 경제 분야에서는 부족한 점이 나타났지만 “자체의 힘을 증대”라는 근본적이고 전략적 방향에서는 성과가 있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눈여겨볼 점은 새롭게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에서 현 단계에 경제적 전략을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 설정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이전에 취해왔던 것의 연장선에서 다시 정비하고 보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5년의 중장기 경제 정책이 실패하였다고 하면 기본 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 전략을 다시 짜는 것 대신에 정비와 보강을 선택하였다. 이는 지난 5년간의 경제 전략을 폐기할 만큼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일부에서 결함이 있어서 나타나는 일시적 장애로 판단하고 이것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당대회가 지난 시기 당대회와 다르게 결함에 대해서 상세히 다룬 이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론에서 밝혔듯이 긍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비판적인 견지에서 당대회 평가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문제를 바로 잡고 현실발전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여 다음 시기를 더 철저하고 명확하게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옥현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