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3.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어서)

 

셋째는 “수령영생위업”과 “주체의 혁명전통” 계승으로 “조선혁명의 명맥”을 이었다는 것이다.

 

먼저, ‘수령영생위업’이란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며 김일성 주석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다는 자세로 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노선을 계승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북한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따른 것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인간이 육체적 생명과 함께 사회정치적 생명도 가지고 있으며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지만,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당·대중의 통일체를 이룰 경우 영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구심점이자 뇌수의 기능을 한다는 게 북한의 이론이다.

 

따라서 수령의 ‘영생’은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존속하는 데서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김광수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영생 위업을 실현하는 것을 후계 수령의 최대사명 중 하나로 보았다. 혁명의 개척과 전진이 수령의 영도에 달려 있듯이 혁명의 전도와 민족의 앞날은 수령 영생 위업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라고 짚었다. (김광수, 『세습은 없다』, 선인, 2008. 123쪽)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의 서거 직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수령영생 구호’를 제시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의 집무실이던 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꾸미고 김일성 주석을 생전의 모습 그대로 안치하였다.

 

금수산기념궁전은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해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개칭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7년 7월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 공동결정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생애와 업적을 길이 빛낼 데 대하여’를 발표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제정하고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연도인 1912년을 기준으로 한 ‘주체 연호’를 만들었다. 또한 1998년 헌법을 개정해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주석’으로 결정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5년 노작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에서 “우리 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충직하게 계승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김일성 동지의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할 것이다. 조선노동당은 영원히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빛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 천백 년이 흘러도 우리 혁명과 건설을 철두철미 위대한 김일성 동지 식대로” 하겠다는 말도 하였다. (「정일봉의 붉은 눈보라」, 평양방송, 1997.2.18., 이승우, 「김정일시대의 ‘건설’: 특성과 전망」,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111쪽에서 재인용)

 

김정일 시대에도 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교시’ 집행을 최우선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를 ‘유훈통치’라고 부른다.

 

최성 전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의 유훈으로 꼽히는 것으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6일에 경제 부문 책임일꾼협의회 결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새로운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하여」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훈교시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 중유발전소 건설, 대외무역, 대외 경제합작을 실현하고 통일유훈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최성, 『김정일과 현대북한정치사』, 한국방송출판, 2001. 267쪽)

 

다음으로, ‘주체의 혁명전통’이란 김일성 주석이 창시하고 노동당에 의해 계승·발전되는 ‘혁명전통’을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1년 12월 5일 전국혁명사적일꾼대회 참가자에게 보낸 서한 「주체의 혁명전통을 빛나게 계승발전시키자」에서 “혁명전통은 혁명의 역사적 뿌리이며 혁명발전의 전 행정에 세대와 세대를 하나의 명맥으로 이어주는 혁명의 핏줄기”라고 설명하였다.

 

‘주체의 혁명전통’의 내용에는 ▲‘주체의 사상체계’(주체사상과 유일사상체계) ▲‘백두의 혁명정신’(충실성, 자력갱생·간고분투, 백절불굴, 필승의 신념과 혁명적 낙관주의, 비타협적 투쟁정신, 헌신성·희생성, 혁명적 동지애, 애국주의 등) ▲‘혁명업적과 투쟁경험’(당 건설, 인민정권 건설, 무력 건설, 전쟁 승리, 대중단체 건설, 통일전선운동, 경제제도 수립, 문학예술 활동 등) ▲‘혁명적 사업방법과 인민적 사업작풍’ 등이 있다. (리강호, 「백두의 혁명전통의 기본내용」, 노동신문, 2020.1.12.)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찍부터 ‘주체의 혁명전통’ 계승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학생 시절인 1956년 6월 초 학생들을 이끌고 백두산 지역으로 항일사적지 답사를 시작하였다.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 사업을 하면서 1969년 8월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일꾼들과 한 담화 「청년들 속에서 혁명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하여」를 통해 ‘혁명전통 교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항일사적지를 발굴·관리하는 사업, 학생·근로자·군인들의 답사를 조직하는 사업을 직접 추진하였으며 항일운동을 다룬 회상기, 소설들을 발간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사업도 주도하였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령영생’을 실현하고 ‘주체의 혁명전통’을 계승했기에 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고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