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6.

2018년 마지막 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45.9%로 또 하락,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2018년) 최고 77.4%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31.5%나 빠졌으니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4월과 9월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등한 시기를 빼면 대체로 꾸준히 하락하였다.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미국 눈치

​첫째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남북관계는 물론 대외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그나마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서 높게 나오는 현실에서 무슨 말인지 의아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9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65.3%까지 올랐던 지지율을 그 직전인 53.1%보다 더 떨어뜨려놨으니 이제는 대북, 대외정책의 한계가 나타났다고 봐야한다. 

​일단 평화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분명 한반도 평화는 작년에 비해 올해 현실에서 큰 진전을 보았다. 남북 사이에 사실상의 불가침합의인 남북공동선언과 합의들이 나왔다. 이에 기초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철거하고 비무장지대 초소도 해체하였다. 판문점도 비무장 상태가 되었으며 모든 대결이 중단되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는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문재인 정부의 성과일까?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비핵화 조치를 하면서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연기, 유예도 미국이 결정한 일이지 문재인 정부의 작용은 거의 없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적극 이끌어냈다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끝내 해내지 못했다. 결국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데서 문재인 정부의 기여도는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번영의 측면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는 남북 합의들이 대북제재에 완전히 막혀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으니 더 심각하다. 사실 남북 합의들만 잘 이행하고 중국, 러시아까지 협력하면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대북제재 압력에 굴복해 무엇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나마 연말에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했는데 말이 착공식이지 실제 공사에 착수하지도 못하고 있다. 

​9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일정한 발언들을 하기는 하였다.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제는 뭔가 되려나보다’ 하는 희망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9월 24일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가진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후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 한국 정부는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고 같은 달 28~30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무적으로 통제할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을 완전히 미국에게 맡기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내정간섭과 대북제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이 정체되었고 정부의 진정성에도 금이 갔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던 문재인 정부는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밀려났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민족 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따라 미국의 압박을 극복했다면 지금의 지지율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 적폐청산 쇼

​지지율 급락의 두 번째 원인은 촛불의 최대 요구였던 적폐청산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한 점이다. 

​국민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문재인 정부를 선택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적폐청산 하나는 제대로 하라는 강한 요구를 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 박근혜, 이명박과 주요 부역자들을 구속하면서 적폐청산을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 사실 박근혜, 이명박 구속은 누가 집권해도 하게 될 당연한 수순이었을 뿐이며 국민이 원한 적폐청산은 그 이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적폐청산 의지가 없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 계기는 기무사 쿠데타 사건이었다. 촛불혁명이 한창일 때 기무사가 쿠데타를 준비하고 시민들을 총칼과 탱크로 진압하려 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군부적폐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열렸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기무사 이름만 국군기무사령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었을 뿐이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기밀문서들을 폭로하던 기세와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기무사 문제뿐 아니라 대부분의 적폐청산 과제들이 다 이런 식으로 호들갑만 떨었지 제대로 바뀐 건 거의 없었다. 사법적폐청산도 시간만 질질 끌면서 수십 년 만에 가까스로 찾아온 기회를 날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부역하던 판사들이 구속시킨 양심수들은 취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사면을 받지 못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조차 취임 직후 양심수들을 대거 석방한 것과 대비된다. 박근혜 정권이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린 전교조는 행정명령 하나로 복귀시킬 수 있음에도 지금껏 감감 무소식이다. 사드 배치도 집권하자마자 입장을 바꿔버렸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역시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노동자에게 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해 ‘문재인 1호 정책’으로 꼽히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에 떠넘겼다. 노동자들은 외주업체에서 자회사로 소속만 바뀌었을 뿐 업무도, 처우도 그대로가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회사 정규직이 됐으니 정규직은 정규직이라며 대단한 성과처럼 홍보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끝내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1만원도 결국 ‘사기’로 끝났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절해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효과를 내고도 끝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못 지키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바라던 적폐청산을 등한시해 실적은 저조한데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홍보만 요란하게 하고 있다. 처음에 큰 기대를 하던 국민들도 하나 둘씩 적폐청산 실체를 알고 나서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니 지지율이 급락하는 게 당연하다. 

​패권과 분열로 얼룩진 집권세력

​문재인 정부 지지율 급락의 세 번째 원인은 패권과 분열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나. 범국민적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된 민중총궐기가 발단이었다. 백남기 농민의 희생, 민주노총 총파업 등 박근혜 정권에 맞선 민중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탄핵과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문재인 정부의 부모는 민중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은 자기 부모를 비난하는 패륜 행위다. 정부가 볼 때 한국 사회에서 약자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재벌이란 말인가. 노동자들에게 한 비정규직 제로 약속, 최저임금 1만원 약속 다 폐기하고, 박근혜 정권의 탄압으로 투옥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끝내 모른척하고서 이런 막말을 하는 정부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공약을 지키라며 청와대 앞에서 30일 가까이 단식농성을 하던 농민들을 외면한 모습도 마찬가지다. 

​집권 후 과거의 은혜를 저버리고 권력을 휘두르는 패권적 태도를 보라. 지지율이 안 떨어진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권력에 집착하고 패권을 추구하다보니 분열 양상도 심각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 대한 공격은 설사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그저 ‘친문’이 아니면 다 제거해야 할 경쟁자라는 식이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를 보자. 애초에 이 지사는 배우 김부선 씨와의 불륜 의혹으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공격 방향이 이른바 ‘혜경궁김씨’로 바뀌었다. 지난 11월 경찰이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언론은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가 김혜경 씨 계정이라는 근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12월에 검찰이 김 씨를 무혐의 처리할 때 왜 무혐의인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를 꼼꼼히 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이 지사 부부가 재판에 회부될 정도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만 갖게 됐다. 

​이 지사는 경찰의 기소의견에 대해 “수사 아닌 ‘비(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이다. 많은 이들도 이 지사가 친문세력에 의해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사실 지금 청와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김태우 수사관의 일방적 폭로로 민간인 사찰 의혹이 대두된 것이다. 청와대는 왜 검증도 안 된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하냐며 언론을 질타한다. 이 지사와 똑같은 패턴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 탄압에 친문세력이 앞장서고 있음을 국민은 다 안다. 적폐세력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차기 주자 격파’를 친문세력이 대신 해주고 있어 무척 기뻐할 것이다. 사연은 다들 제각각이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의 차기 주자들은 대부분 치명상을 입었다. 그것도 같은 집권세력에게서. 민중과도 담을 쌓고 자기 편 내에서도 담을 쌓는 패권과 분열 행태를 보며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가망이 없어

지지율 급락 원인을 종합해보면 결국 권력을 섬김과 헌신으로 보지 않고 지배와 누림으로 보는 근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지금 정부는 국민을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지지율 급락을 보며 교훈을 찾아야 한다. 

​권력을 누린다는 건 어떤 것일까? 권력자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국민이 행복을 누리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권력자에게만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특권이며 최대의 행복이다. 자신의 헌신으로 국민이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 권력을 쥔 이라면 누구든 이것을 누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집권층은 자기가 국가의 주인이며 국민 위에 군림해있다는 자만에 빠져있지 않는가. 그런 지배자로서의 권력을 누리려 하지는 않는가. 그래서 국민을 우습게보고 민중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은 미국과 적폐세력에게 굴복하게 마련이다. 이들은 권력욕을 가진 세력을 요리하는 법을 잘 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층은 반드시 기강해이, 관료주의, 갑질, 공무 태만, 내부 저항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미 시작되었고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이를 극복하고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여 미국에 대해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고, 적폐청산을 철저히 하고, 단결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기대할 것도 없다. 태생이 그러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 세력의 특징을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남 탓’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정권이 어려워도, 지지율이 떨어져도, 집권에 실패해도 모든 게 국민 탓이고, 언론 탓이고, 적폐세력 탓이고, 민주노총 탓이고, 진보세력 탓이다. 자기 반성이 없다. 남 탓 하는 사람은 결코 혁신할 수 없다. 자기 잘못을 모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선의 가망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주인답게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다. 이 책임을 내려놓으면 이명박, 박근혜 시절로 회귀하게 된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언제나 국민이 역사를 발전시켜왔지 자주적이지 않은 친미세력이 역사를 발전시킨 건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직접 주인답게 나서서 자주, 민주, 통일을 이뤄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압박하고, 견인해야 한다. 국민이 나서서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을 몰아내고 적폐세력을 제압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등 적폐세력들이 감히 머리도 쳐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민중당과 진보세력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민중당과 진보세력은 문재인 정부를 견인하는 데서 나아가 집권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치세력, 국민과 하나가 된 정치세력이 나서야 한다. 

희망찬 새해 2019년, 어느 때보다 민중당과 진보세력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복무하며 반미자주, 조국통일, 적폐청산의 길에 힘차게 나서자.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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