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군사위기 고조시키는 미 국무장관·국방장관 방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일본을 거쳐 3월 17일~18일 이틀 동안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을 만났다. 한일 양국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하는 이른바 ‘한미 2+2대화’는 5년 만이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에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정례화, 북한과 중국을 겨눈 안보연합체인 쿼드(The Quad) 참가를 압박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된다면 한반도·동북아의 전쟁위기는 단숨에 격화될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미국의 두 장관은 ‘심판의 날 항공기’로 불리는 핵공중지휘통제기(E-4B)를 타고 방한했다. E-4B는 핵전쟁이 발발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폭격기, 핵잠수함 같은 미국의 모든 핵전력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하늘의 국방부’다. 이것만 봐도 미국의 의도는 명백하다. 일본을 경유한 이번 방한이 북한과 중국을 겨눈 대결에 있음을 못 박은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마따나 미국은 돌아왔다.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전쟁과 침략을 벌여온 바로 그 미국이 말이다. 앞으로 바이든 정권이 전쟁·침략 정책을 본격화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위기는 극심해질 것이다.

바이든 정권 들어 미국은 한국에 한미일 연합훈련 동참을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하며 내정간섭을 벌였다.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한일 양국의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포함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양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일본 순방은)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 검토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일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미 국무부가 3월 14일(현지시간) ‘깨지지 않는 미일동맹 재확인’이라는 자료에서 강조한 말이다. 무엇보다 국무부의 수장인 블링컨이 지난 2015년 ‘졸속 한일 위안부합의’ 당시 물밑에서 한국과 일본의 합의를 조율한 당사자다. 일제의 식민침탈, ‘위안부 범죄’에는 나 몰라라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국에 ‘친일 훈련’을 요구하는 미국의 모습이다.

앞서 3월 15일~16일 일본에서 진행된 미일 2+2대화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한일 2+2대화에서 무엇을 요구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 미일 2+2대화를 살펴보면 북한에 맞선 한미일 연합훈련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미일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UN 안보리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미일 및 한미일 3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3월 16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미일 2+2대화 공동성명 전문 내용 중에서

그동안 바이든 정권은 “검토 중”이라며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방일·방한으로 대북 적대·침략 정책을 선택했음이 확인됐다.

이에 지난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노동신문에서 담화를 내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미국에 경했다.

그동안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맺자는 미국의 요구는 무척 집요했다. 이를 막을 수 있던 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거부하는 우리 국민의 높은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2+2 대화에서 어떻게든 한국을 한미일 연합훈련에 끌어들이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7일, 한국을 찾은 블링컨 국무장관, 오스틴 국방장관은 “북한·중국은 전례 없는 위협”이라며 한국에 한미일 협력을 압박해 나섰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반도에서는 온갖 전쟁 위기설이 쏟아졌다. 그런데 자위대와 함께 하는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더해진다면 한반도 일대는 사시사철 전쟁·침략훈련이 열리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자신들을 강하게 자극하는데 북한과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볼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미일 군사훈련은 북한과 중국을 훈련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미일 장관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하여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에도 반대하며, 중국의 해경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일본 측에서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일본의 영토를 보호한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지난 16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미일 2+2대화 공동선언 전문 내용 중에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 16일 공동성명에서 댜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제도)에서의 ‘유사시 공동훈련’을 합의했다. 한국이 한미일 군사훈련에 참가하면 그 파장이 거셀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이 사드를 들였을 때 보인 중국의 강력한 경제 압박을 떠올려보자. 당시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무척 컸다. 이 점만 봐도 한미일 군사훈련은 우리나라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배 한 전범국가이다.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금도 우리나라를 수출규제로 경제공격하고 독도를 자기 영토로 우기며 한반도 재침략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일본과 어떻게 군사협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강조하건대 미국이 앞세우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정례화는 도 넘은 내정간섭이며 심각한 위기를 불러온다. 우리가 잃을 것은 너무도 많은 반면 좋을 것은 전혀 없다.

2. 북한·중국 강경대응 부르는 쿼드

한미일 연합훈련에 이어 미국의 쿼드(Quad) 참가 압박도 심각한 문제다.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장관 대행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우리 외교부에 쿼드의 확장판 ‘쿼드 플러스’에 관한 자료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미국이 주도해 결성한 쿼드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가 참가한 안보연합체다. 쿼드는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을 쿼드에 끌어들여 인도양·태평양 해상에서 북한, 중국을 빙 둘러싸는 형태로 대북·대중국 대결을 강화하려 한다. 한국의 쿼드 참가는 그 자체로 대북, 대중국 적대정책을 선언을 의미한다.

미국은 아직까지는 한국에 직접적으로 쿼드 참가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의 쿼드 참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앞서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내 주한미군 훈련장과 영공의 접근 제한이 (전쟁) 준비태세에 악영향을 끼친다.”

“미국 미사일 방어청이 3가지 능력을 개발 중인데 하나는 한국에 배치됐고, 두 가지도 올해 전개돼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개선할 것.”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위 망언을 꺼내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훈련 강화와 미사일 배치는 당장 북한과 중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올 사안인데, 멋대로 결정된 일처럼 말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한국의 쿼드 참가는 북한과 중국을 겨눈 미국의 ‘전쟁 준비태세’와 ‘미사일 배치’를 용이하게 하는 결정적인 열쇠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의 쿼드 참가를 바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3. 마치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000년 펴낸 책 <거대한 체스판>에서 한반도를 “독수리(미국)가 내려앉을 수 있는 횃대”로 묘사했다. 횃대란 새가 앉기 위해 만든 지지대로,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를 전쟁의 발판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적나라한 시각이 드러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를 ‘호구’로 보는 미국의 시각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듯하다.

당장 미국의 강짜로 무려 13.9%를 인상한 ‘역대 최고 인상액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보자. 한국의 한미일 연합훈련, 쿼드 참가가 현실이 된다면 방위비분담금이 자위대, 북한과 중국을 겨눈 전쟁훈련에 흘러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이 전쟁과 대결의 양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실, 미국이 강요하는 한미일 군사훈련이나 쿼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제압하려 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고자 한다면 한미일 군사훈련이나 쿼드는 필요하지 않다.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종전선언과 남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된다.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대신 한미일 훈련과 쿼드를 강요하는 건 평화가 아니라 전쟁과 대결로 가려는 것이다. 

미국이 하라는 대로 속수무책 끌려 다닌다면 우리의 밝은 앞날은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과 쿼드를 강요하는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전쟁 구름을 드리울 한미일 연합훈련과 쿼드는 우리로서는 잃을 것만 많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촛불혁명에서 시민들이 함께 외친 염원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무례한 내정간섭을 뿌리치고 오직 우리 국민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