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해방 후 북한의 다른 정당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북한에는 공산당이 없다. 미국 언론에서 이 지역을 언급할 때마다 ‘공산주의’라는 딱지를 붙여왔기 때문에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 안나 루이스 스트롱, “북한, 1947년 여름”

세계에 공산주의 국가도 없지만 공산당이 없는 나라도 흔치 않다.

그 중 한국과 북한 모두 공산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에는 공산당이 아닌 조선노동당이 있을 뿐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음에도 왜 공산당이 없는 것일까?

그 비밀은 조선노동당 창립과 합당에 있다.

북한은 2차례의 합당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조선노동당이 되었다.

이번 글에서 북한 국가 수립에 이어 조선노동당 창립·합당 과정을 살펴보도록 한다.

 

※ 참고자료

도홍렬, ‘북한 농촌사회의 변혁과정’, 국사관논총 27집
북한용어사전 – ‘조선인민혁명’군, 중앙일보통일문화연구소
북한정보포털 – ‘조선노동당’, 통일부
‘만주 항일무장투쟁 중국사에 포함 움직임, 남북 역사학계의 공동대응 절실’, 민족21, 2005.11.01
임영태, ‘북한의 토지개혁과 제반 민주개혁 ③ – 토지개혁과 제반 민주개혁’, 통일뉴스, 2000.12.30
이종석,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북조선로동당으로의 ‘합동’에 관한 연구”,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기광서, ‘북로당의 창설 : 한반도 공산주의 권력의 중심 탄생’, 한국역사연구회
“<조선노동당 60년>①’건설’과 ‘투쟁’으로 점철된 역사”, 연합뉴스, 2005.10.06
“북한의 10월은 ‘노동당의 달’…각종 黨 기념일 몰려”, 연합뉴스,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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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당을 어떻게 건설했을까? ⑬ 
2. 조선노동당의 건설

 

3)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주요연대 대상이었던 조선민주당

 

북조선공산당의 중요한 과제는 친일파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조선공산당은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함께 나설 민족주의자들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가져갔다.

민족통일전선의 결성을 위해서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은 줄곧 민족주의 지도자인 조만식을 비롯한 조선민주당과의 유대를 견지해나가게 된다.

조선민주당은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민족주의자들, 기독교계 세력이 자본주의 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다.

조선민주당은 창당한 지 1개월이 안된 12월 1일 당원수가 5,406명이나 되어 북조선공산당 4천여 명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당 3개월 만에 당원수가 최대 30만~50만 명까지 추산될 정도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인 조만식은 신간회에도 관계했고 물산장려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비폭력운동을 주장해 `조선의 간디`로 불렸던 인물이었다.

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정당으로 1945년 11월 3일 조만식을 당수로 하는 조선민주당을 결성했다.

당시 조선민주당은 민족의 독립, 남북의 통일, 민주주의의 확립의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소자산계급성 민주주의 독립국가’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 때 소자산계급이란 도시 수공업자, 소상인, 개인 농민 등 자신이 소유한 자산과 수단으로 생활하는 계급을 일컫는다.

조선민주당은 명확하게 자본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북조선공산당과 김일성 책임비서는 조선민주당과의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선민주당에 조만식의 오산학교 제자인 최용건, 김책 등 동북항일연군 출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활동하도록 했다.

북은 정당중복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용건, 김책 등은 북조선공산당과 조선민주당에 함께 가입한 것이었다.

사회주의자였던 최용건, 김책은 각각 조선민주당 부당수, 서기장 겸 편집부장을 맡았다.

그러나 조선민주당은 모스크바삼상회의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조만식 대표가 모스크바삼상회의 결정서에 신탁통치(후견인)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남의 이승만, 한국민주당(친일파) 세력과 행보를 같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조선민주당은 내부 토론과 열성자회의를 개최하여 조만식 대표를 해임하고 제1차 당 대회에서 새 중앙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당수였던 최용건이 당수가 되었다.

이후 조선민주당은 모스크바삼상회의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방하고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과 함께 유사한 정치적 행보를 걷게 된다.

그럼에도 조선노동당과의 합당 내지 당해산 과정을 거치지 않고 1981년 조선사회민주당으로 개칭한 후 지금까지 조선노동당의 ‘우당’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4) 사회주의자들이 만든 또 다른 정당, 조선신민당

 

중국공산당의 중심지였던 중국 연안지방에 중국공산당 아래서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1942년 7월 조선독립을 위한 조직인 화북조선독립동맹(이하 독립동맹) 독립을 결성하고 그 산하에 조선의용군을 두었다.

1945년 12월 조국해방 4개월 후 한반도 이북지역으로 귀향한 그들은 ‘조선의 완전 독립’을 기치로 독립동맹을 그대로 유지했다가 추후 조선신민당으로 개편한다.

조선신민당은 현 단계의 조선혁명을 ‘자산계급(자본가 계급)성 민주주의 혁명’으로 보고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추진한 토지개혁 등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지지하고 적극 동참하였다

1946년 2월부터 7월까지 김일성 책임비서는 북조선 공산당과 신민당을 통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비록 조선공산당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으로 탄생·발전했고 신민당이 농민과 지식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으로 창립되었지만 창당 때부터 두 정당은 꾸준히 공통의 입장을 내왔으며 공동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것은 해방 직후 과업이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 모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따라서 김일성 대표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1. 조선의 정치정세 : 오늘의 조선은 다른 어떠한 자들의 조선이 아니고 인민의 조선, 인민 스스로가 건설하고 다스리는 조선으로 재건해야 한다. 북조선은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반면 남조선은 반동적·반민주·반인민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철저한 민주개혁으로 통일적인 완전독립국가 건설이 시급한 문제이다.

2. 민주과업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은 그의 기본이다. 모든 친일적 반동세력을 소탕하고 민주주의완전독립국가를 세우는 데 급선무는 튼튼한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공산당과 신민당의 합동이 필요하다.

 

 

두 당의 합당은 공식적으로는 1946년 7월 23일 조선신민당 김두봉 대표가 북조선공산당 김일성 책임비서에게 “현계단의 조선신민당의 과업과 목적이 북조선공산당의 그 과업 목적들과 합치된다는 의미에서” 합당을 제의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가시화되었다.

이 제의를 받은 북조선공산당은 7월 24일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를 개최하여 신민당의 제의를 토론한 끝에 이를 접수했으며 “북조선 노동자 농민 지식분자 및 기타 근로대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두 당의 합동은 조선의 민주주의적 새로운 역량의 성장과 민주주의 조선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서 근로대중으로 하여금 더 광범히 뭉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4일 후인 1946년 7월 28일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은 양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확대연합회의를 개최하여 김일성 책임비서와 김두봉 대표의 보고를 듣고 “조선근로대중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을 ‘연합’하여 ‘북조선로동당’으로 칭하기로 결정했다.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대표들이 양당 합당을 결정한 직후 양당은 각급 하부단위에서 통합작업을 개시하였다.

합당의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었다.

이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북조선공산당은 합당과정에서 조선신민당을 더 내세워주었다.

그 구체적인 실행방도는 당 강령을 조선신민당의 수준으로 맞춰준 것이었다.

조선신민당이 지향했던 ‘자산계급성 민주주의혁명’을 주되게 내민 것이었다.

통합논의를 했던 양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조선신민당과 북조선공산당이 북조선로동당으로 합동함에 대한 선언서’에 다음의 북조선노동당 강령을 발표했다.

 

1. 민주주의 조선독립국가를 건설할 것.
2. 인민공화국의 건설을 기하여 전조선적으로 주권을 인민의 정권인 인민위원회로 넘길 것.
3. 일본인 및 조선인 지주들의 소유토지를 몰수하여 토지없는 농민에게 무상분배하며 북조선의 토지개혁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전조선에 토지개혁을 실시할 것.
4. 일본국가, 일본인단체와 일본인 개인 소유 및 민족반역자들의 소유인 공장, 광산, 철도, 수운, 체신기관, 기타 기업소 및 문화기관들을 국유화할 것.
5. 일체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을 국유화 할 것.
6. 노동자와 사무원에게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하며 그들에게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여자들에게 남자와 동등하게 임금을 지불할 것.
7. 재산, 지식, 신앙, 성별의 차이와 관계없이 20세에 달한 조선인민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
권을 부여할 것.
8. 전조선인민에게 언론, 출판, 집회, 연설대회, 시위운동, 당조직, 동맹조직 및 신앙의 자유를 보장할 것.
9.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며 가족 및 풍습 관계에서 봉건적 잔재를 숙청하며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을 국가적으로 보장할 것.
10. 인민교육의 개혁을 실시하고 각종 학교와 대학교육에서 일제의 잔재를 숙청하며 누구에게나 공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민족문화, 예술 및 과학의 정상적 발전을 도모한다.
11. 근로대중의 생활을 위협하던 일제의 세금제도의 잔재를 철폐하고 새로운 공정한 세금제도를 실시할 것.
12. 민족군대조직과 의무적 군사징병제를 실시할 것.
13. 세계평화를 위하여 투쟁하는 이웃나라와 평화를 애호하는 각 국가민족들과 친선을 도모할것.

 

 

이는 조선신민당의 강령 수준과 유사한 것이었다.

물론 북조선공산당에서도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을 내걸었지만 이는 당면한 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북조선노동당에서는 장기적 과제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내세우지 않았다.

이는 일제 때부터 받아온 반공교육을 받아온 대다수의 민중들의 현실을 고려한 “당시 정세에서 혁명을 원활히 이끌기 위한 하나의 전술적 조치”였다.

두 번째는 당의 구조를 북조선공산당이 조선신민당을 내세워주면서 꾸린 것이다.

당시 북조선공산당원 26만 6천명과 조선신민당원 9만여 명으로 북조선공산당이 조선신민당의 3배에 달했다.

그러나 북조선공산당은 조선노동당 창립 당시 위원장으로 조선신민당 김두봉 대표를, 부위원장으로 조선공산당 김일성 책임비서와 주영하를 선출하였다.

당시 북조선임시인민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김일성 주석을 부위원장으로 하고 조선신민당 김두봉 대표를 내세워준 것이다.

그리고 43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구성도 마찬가지였다.

43명 중 현재 출신을 확인할 수 있는 38명을 각 출신별로 보면 김창만, 무정, 허정숙 등 공산당에 참여했던 인사들까지 포함해서 독립동맹(조선신민당의 전신)계열이 1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반해서 북조선공산당을 주도했던 김일성 주석의 조선인민혁명군 출신은 김일성을 비롯하여 김책, 안길, 김일 등 4명에 불과하였다.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 정치위원회와 상무위원회 역시 같은 원칙이 적용되었다.

1달 후, 통합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양당은 1946년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평양에서 북조선노동당 창립대회를 개최하였다

대회는 북조선노동당 창립준비위원회를 대표한 김일성 주석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대회에는 북한지역의 6개도(함경남북도, 황해도, 평안남북도, 강원도)에서 뽑힌 801명의 대표가 참석하였다.

전체대표 중 여성대표는 89명이었으며 사회성분별로는 노동자 183명(23%), 농민 157명(20%), 사무원 385명(48%), 기타 76명(9%)이었다.

노동자, 농민을 합친 비율이 사무원 비율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사무원 비율이 높았다.

이는 노동자 중심의 사회주의 성향이 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대표들의 학력정도는 소학정도 228명(29%), 중학정도 359명(45%), 대학정도 214명(26%)이었으며 외국에서 혁명사업을 하다가 돌아온 사람이 427명(53%)으로 과반수에 달했다.

당시 대학졸업생, 즉, 전체 인텔리(지식인계층)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표들은 인텔리, 사무원들이 중심으로 되었던 조선신민당 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조선노동당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었다.

이는 창립대회 전체대표 중 일제하 반일투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373명 (46%)이었고 이들 중 263명이 옥중생활을 하였으며 이들이 받은 총 형량은 징역 1,087년이었다.

북조선노동당의 창립은 북한지역에서 강력한 단일 정당이 탄생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북조선공산당원 26만 6천명과 조선신민당원 9만여 명이 산술적으로 합쳐진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당 조직상으로 보면 북조선노동당의 창립은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의 통일적 지지를 받는 단일정당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북조선노동당의 창립은 북조선공산당과 유사한 조선신민당이 공산당과 합당함으로써 북한사회에서 노동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탄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공산주의운동사의 측면에서 볼 때 북조선노동당의 창립은 북한지역에서의 공산주의 세력의 실질적인 통합과 단일지도체계 구축을 향한 중요한 계기였다.

북조선공산당 지도자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지도부였지만 광범한 중간파들을 포용하고 있던 조선신민당과 합당함으로써 개혁의 추동력을 배가시켰다.

이로써 북한정치는 북조선노동당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며 조선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은 우당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많은 정당들이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반해 조선공산당은 조선신민당과의 합당을 통해 ‘조선노동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