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2월 25일
기사 제목 :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해높이기] 1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핵심은 “대북적대정책 철회”
북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당 제8차 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당 제8차 대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목되는 내용에 대해 공동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1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핵심은 “대북적대정책 철회”
새해 벽두부터 북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북의 새로운 5개년 계획과 전반방향을 알 수 있기에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 특히 미국의 관심이 평양으로 쏠렸다. 북미 간 대화가 정체된 속에서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북이 당 제8차 대회에서 북미관계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 살펴보자.
북은 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면서 “대외사업 부문에서 대미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고 반제자주역량과의 연대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은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라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은 특히 “우리 당의 존엄사수와 국위제고, 국익수호를 공화국 외교의 제일 사명으로 틀어쥐고 대외활동에서 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면서 “대외정치 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북이 당 대회에서 큰 성과로 꼽았던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강대강’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은 지난시기 미국의 대북정책에 기인한다.
미국은 핵전략 자산을 동원한 위협, 경제제재를 통한 압박, 외교적 고립 등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북을 끊임없이 공격해왔다.
이는 2005년 북이 핵문제의 본질에 대해 발언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유엔총회에서 일본이 북핵과 관련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제기하자 북은 “우리 공화국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선택하도록 떠민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우리를 위협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핵문제가 발생조차 않았을 것이고 우리에게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계속되어 왔으며, 자위적 조치로써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북은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일관하게 주장해왔으며, 미국의 입장 변화 없이 북미대결은 악화의 길을 걸었다.
물론 북미 간에 대결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미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하면서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라고 선언했다.
북미대결의 어둠이 걷히는 듯했지만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미국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속적인 한미연합훈련 강행하고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북미관계는 갈수록 악화의 길을 걸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상황까지 갔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북은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 의사를 밝히고, 민수용 경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영변 플러스알파’를 요구하면서 회담을 결렬시키는 ‘참사’를 일으켰다.
북의 주장에 따르면 이후에도 미국은 북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북적대정책, 시간끌기 전략을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미 재무부가 발표한 ‘국가 안보 방어’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2월부터 2021년 1월 20일까지 4년간 북과 관련해 총 243개 제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매주 1개 이상 제재를 한 셈이다.
이에 북은 당 대회에서 지난 5년간을 심도 있게 분석·평가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핵심은 한미연합훈련, 한반도 전쟁무기 투입 등의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의 전면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대북 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짜였는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예측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외교 전통을 다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안보진용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로 구성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고수했던 트럼프와는 달리 ‘상호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외교전통에 걸맞지 않게 북에 지나치고 적절치 못한 양보를 한 반면, 실제 ‘북핵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이전 행정부가 다양한 전략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이다. 북이 ‘핵보유국’으로서 올라선 지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새로운 대북전략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회의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지난 정부의 평가를 바탕으로 국방부와 합참, 정보기관, 국무부, 재무부 등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에 의해 짜인다.
이들은 대체로 북의 핵무기가 미국에 직접적 안보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안보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함께 구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북이 요구한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6.12 북미공동성명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박한균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