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제도는 근로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 있으며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제도이다.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노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

 

 

1. ‘사람 중심’ 대 ‘돈 중심’

 

북한은 ‘돈 중심의 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자국은 ‘사람 중심의 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돈 중심의 사회’에 대한 반성과 ‘사람 중심의 사회’에 대한 지향은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도 활발히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사람중심 경제, 국민 삶의 가시적 변화를 이루겠습니다’라는 주제로 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또 2018년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정책토론회인 4차 사회정책포럼 주제는 ‘사람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대체로 복지 확대 분야와 규모를 따지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정책을 보면 북한은 예방 중심 의료 제도를, 자본주의 국가는 치료 중심 의료 제도를 가지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복지 제도인 의료보험제도 역시 예방보다는 환자가 돈 걱정 없이 치료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관해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가 치료 중심으로 돼 있어 예방의료 서비스가 미흡하다”라며 “지금까지 의료가 치료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예방과 치료의 균형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치료만큼 중요한 예방, 의료 패러다임 변화 필요’」, 데일리메디, 2020.6.5.)

 

그런데 한국의 현실을 보면 예방의학 전공의 지원자가 매우 적고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은 더 심각하다.

 

감 이사장은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전문의로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미흡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며 “정부에서도 질병 예방, 건강증진에 정책 우선순위를 높이고 재정과 인력 등 자원 투입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지금껏 국가 정책이 예방의학보다 치료의학에 집중되었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가 겪는 문제다.

 

이에 관해 북한은 예방이 아닌 치료를 중심으로 하면 환자가 늘어날수록 의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예방의학이 ‘사람 중심 의학’이라면, 치료의학은 ‘돈 중심 의학’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보건·의료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사회제도가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되어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차차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돈 중심의 사회’가 가진 폐해를 꼬집는 이야기는 많다.

 

어느 마을에 한 꼬마가 돌을 던져 동네 집들의 유리창을 모조리 깨다가 지나가던 신사에게 붙들렸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

“우리 아빠가 유리 가게 주인이에요. 유리창이 깨져야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요.”

그러자 신사가 꼬마를 마구 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동네 의사다. 나도 돈 좀 벌어보자.”

 

우스개 이야기지만 ‘돈 중심의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보여준다.

 

다음 시간에는 북한 헌법 8조의 뒷부분인 인권 문제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