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7.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출발한 ‘국힘당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는 원래 이번 달 24일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약 2주가량 앞당겨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42일 만이다.

혁신위 활동 기간을 돌아보면 국힘당의 갈등만 눈에 띈다.

국힘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하자며 혁신위를 만들었으나 결과적으로 혁신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김기현 국힘당 대표가 가장 앞장에 서 있었다.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주간 만나지도 않은 채 힘겨루기를 하다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만났으나, 대화 시간은 15분가량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만남으로 두 사람의 대결이 봉합된 것처럼 해석하지만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왜냐하면 인요한 위원장과 김기현 대결은 권력을 빼앗으려는 세력과 권력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세력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윤핵관과 당의 중진을 당에서 밀어내려 했고, 김기현 대표 등 윤핵관들은 밀려나지 않으려 싸운 것이다. 지금은 잠시 휴전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요한 위원장의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한길(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는 몇 년 전 (방송 프로그램) ‘길길이 산다’에 사모님(김한길 위원장 부인)과 같이 출연해서 엄청 친한 사이다. 평소에도 전화를 매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한길 위원장 측에서 “매일 통화하는 관계는 전혀 아니”라며 “모 일간지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매일 통화한다고 인용 보도됐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매년을 매일로 잘못 답변했든지 아니면 듣는 쪽에서 잘못 들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10월 25일 인요한 위원장은 “사실 좀 잘 확인하라. 김한길(위원장)이랑 저랑 매일 전화한다는 건 사실이랑 너무 멀다. (중략) 네다섯 번 정도 통화했고 과거 다 합쳐봐야 그것밖에 안 된다”라며 중앙일보에 보도된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그런데 매일 통화했다는 것과 네다섯 번 통화했다는 것을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

또한 인요한 위원장과 김한길 위원장이 친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를 부득불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바라본 이유는 윤 대통령 때문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윤 대통령을 독대하며 다양한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알려졌다. 독대할 정도라면 윤 대통령이 김한길 위원장을 상당히 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독대하는 김한길, 그 김한길과 친한 사이로 추정되는 인요한. 그 인요한이 국힘당 혁신위원장으로 됐다는 것은 인요한 위원장의 말과 혁신 방향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을 이야기하며 종종 ‘윤심’을 언급했다. 

실제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도 혁신위의 혁신이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 혁신위원장이 혁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국민 목소리에 더 가까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이렇게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마음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또 당이 변화를 겪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인요한 혁신위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강승규 전 수석은 1년 7개월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으로 일했다.

인요한 혁신위와 당 지도부 충돌이 시작된 것은 이른바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였다. 혁신위의 제안에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국회의원 등이 발끈해 나서며 거부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11월 11일 지지자 4천여 명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면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라고 말을 하였고 김기현 대표도 혁신위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힘당 안에서 윤핵관 해체론이 슬슬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태경 국회의원은 지난 11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핵관이 사실상 없어지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당내 윤핵관과 지도부 등이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머리가 아프실 것”이라며 “당내 다수 중론은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가) 대통령 주문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반의 국정 지지율 및 선거 참패 이후 현 여권의 모습이 결국 윤핵관의 성적표”라며 윤 대통령이 ‘윤핵관으로부터 독립’을 결심했으며, 윤핵관의 한 명인 권성동 국회의원은 ‘자신을 윤핵관에서 빼달라’라는 말을 했고, 윤핵관과 거리를 두는 국힘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강승규 전 수석과 하태경 의원의 발언,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 이제는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인요한 혁신위를 통해 그들을 밀어내려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 등 윤핵관이 이에 저항하며 혁신안을 거부한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수 있다. 

일단 혁신위의 활동은 마무리됐지만, 윤 대통령은 윤핵관 등 중진을 당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김한길 등 몇몇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보다 더 심각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