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7.

한미는 지난 13일 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고 18개 조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골자는 한반도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유엔사 회원국들까지 동원해 앞으로 수많은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합의했다.

연달아 열린 두 회의를 통해 한미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한반도에서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 야외기동훈련이 대폭 강화될 것이며, 유엔사의 연합훈련이 연중무휴로 진행될 것이다.

한미는 이번 SCM 공동성명 6항에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유엔사의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8항에서 “2024년에는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종목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며 14항에서 “내년부터 훈련계획에 의거하여 한·미·일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한다고 적시했다.

장창준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는 지난 8월 18일 현장언론 민플러스에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 횟수나 규모, 성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약 450일) 동안 200일 이상, 80회 이상의 군사 연습이 진행됐다. 냉전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볼 수 없는 수치”라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미연합훈련의 횟수와 규모가 역대급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역대급의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훈련이 진행된다면 한반도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북한을 겨눈 전쟁훈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것을 가만 보고 있을 리 없다.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전쟁훈련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중지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재개됐다. 특히 올해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 한미는 30여 회가 넘는 야외기동훈련을 했는데 역대 최고였다. 2022년의 13회, 올해 상반기 25회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한미는 이보다 더 많은 야외기동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반도의 여기저기서 북을 겨눈 포 소리 헬기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전쟁을 부르는 곡소리와 같다 할 수 있다.

또한 한미가 한·미·일 삼국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것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연합훈련을 하겠다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삼국 군사동맹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완성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으로 돼, 동북아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일 것이다.

둘째로 한미는 한반도의 핵전쟁을 상정해놓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SCM 공동성명 3항에 “양(한미) 장관은 최초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지난 2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성공적인 시행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에도 한미 정책, 정부, 군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시뮬레이션 및 TTX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공동 기획 및 공조 절차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돼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이다. 이 말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의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핵억제’라는 표현을 써왔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후에 미 국방부는 “양측(한미)은 어떠한 북한의 핵사용에도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강력한 대응 역량과 결의를 보여주는 다양한 옵션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즉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논의를 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미국은 상관없다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북한만 없애면 된다는 생각을 지닌 것 같다.

셋째로, 미국은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 보기 힘들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유엔사를 대표했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이 회의를 주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패권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북·중·러에 밀리는 형국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어려운 처지인 미국이 동북아에서도 밀리면 끝장난다. 그래서 미국은 유엔사의 이름을 이용해 한국전쟁의 참전국들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지속해서 유엔사 역할을 강조했고, 확대를 언급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라 할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이 공동 대응을 결의했으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국제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한반도를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열린 SCM과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는 한 마디로 한반도의 전쟁을 상정한 채 진행한 회의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민족이다.

한반도에서 반미반전 투쟁이 절실한 시기이다.

 

 

김영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