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9.

1.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평화·공존 위한 2국가 해법

 

 

10월 10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인 아부 알자이드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동영상을 올려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서쪽 민간인 주거지역 무카바라트에 백린탄 폭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백린탄은 사람의 살과 피부, 장기까지 녹이는 잔혹성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사용이 금기시됐다. [사진 출처: 2023.10.10. 엑스(옛 트위터)]



10월 7일(현지 시각) 발발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으로 희생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급기야 10월 18일에는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파괴됐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폭격으로 어린이, 여성을 비롯해 최소 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이 현재진행형인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 상황이다.

또 하마스가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 작전을 펼치면서 이스라엘에서도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쟁에 따른 민간인 희생은 온 인류의 비극이다. 따라서 평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지위 인정과 독립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부정하며 수시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하마스가 이에 대응하면서 민간인 희생이 되풀이돼 왔다. 이 때문에 더 이상의 희생을 막으려면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압박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를 인정하며 평화·공존하는 ‘2국가 해법’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67년 11월 결의안 242호를 채택했다. 안보리는 결의안을 통해 이스라엘에 3차 중동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팔레스타인에 되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결의안을 무시하며 팔레스타인을 계속 침략했는데, 안보리는 이스라엘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후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거부했다. 또 유엔 총회를 통해 다수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유엔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하자고 했을 때도 미국은 반대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미국이 반대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식의 소극성으로 일관했다.

결국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주저하는 국제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금으로선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동, 아랍권에서는 꾸준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행보를 해왔다.

올해 3월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를 이뤘다. 중동 각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 2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중동에 온전한 평화가 오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이러한 중동 각국 팔레스타인 지지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됐다. 

지난 10월 11일 이집트에서 아랍연맹 외교부 장관 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22개국이 모인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2국가 해법 협상에 복귀하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뜻을 모아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면 이스라엘과 미국도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2국가 해법의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2. 학살, 납치, 구금…이스라엘은 전쟁범죄부터 즉각 중단해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무차별 대량학살, 전쟁범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어린이들의 희생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월 29일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고 희생된 어린이 수는 적어도 3,257명이다. 이 가운데 가자지구 어린이의 희생자 수가 3,195명으로 대다수다. 여기에 붕괴한 건물에 파묻혀 발견되지 않은 어린이 희생자 1,000여 명을 더하면 어린이 희생자는 4,0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이 부상자 수는 6,360명을 넘었는데 이 가운데에도 희생자가 상당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작 3주 동안 진행된 전쟁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발생한 연간 어린이 사망자보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따른 어린이 희생자 수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신을 향한 규탄에도 막무가내로 전쟁범죄를 밀어붙이는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희생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이 반격하는 건 정당하지 않나? 하마스가 화를 자초한 것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지난 연재 「[팔-이 전쟁] ②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에서도 살펴봤듯 애초 이번 전쟁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탄압하고 학살한 이스라엘에 있다. 

애초 무장 투쟁 노선을 추구하는 하마스는 지난 2006년 가자지구에서 치러진 총선을 통해 민주적으로 집권했다. 이스라엘의 학살에서 벗어나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부터 팔레스타인을 겨눈 전쟁범죄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 마제드 아부살라마 씨는 10월 18일 알자지라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이 유럽인에게 전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아부살라마 씨는 이스라엘군이 자신과 가족의 집에 수시로 들이닥쳐 겪어야 했던 참상을 전했다.

아부살라마 씨는 편지에서 “이스라엘군이 처음 우리 집을 습격했을 때, 그리고 재판이나 기소 없이 반복해서 아버지를 체포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바로 ‘카흐르(고통, 고뇌, 분노를 뜻하는 아랍어)’였다”라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평화로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을 보았을 때 카흐르가 나를 압도했다. 당시 느낀 카흐르는 내가 총에 맞았을 때 느꼈던 고통보다 더 강력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스라엘을 향해) 지금 느끼는 감정과 가까운 유일한 단어는 아랍어로 카흐르이다. 이것은 단순한 고통, 고뇌, 분노가 아니다. 75년 이상의 인종청소, 대량학살, 불의, 억압, 식민화, 점령 및 아파르트헤이트(국가가 주도하는 인종 차별 정책)가 축적돼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감정”이라면서 “이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뿌리내린 감정이며 우리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아부살라마 씨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점령에서 벗어나 고국으로 돌아갈 권리”가 유엔 결의안에 이미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아부살라마 씨의 편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 전반이 이스라엘에 의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통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리하면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2국가 해법 압박,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중단이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힘을 더해 ‘학살자 이스라엘’을 훨씬 더 강하게 압박해야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평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3. 평화의 걸림돌 이스라엘, 미국

 


돌아보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고통에 빠트리는 ‘평화의 걸림돌’ 행보를 해왔다.

1993년 9월 13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과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만나 오슬로 협정을 체결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오슬로 협정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1967년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각각 독립된 국가로 공존하자는 내용의 2국가 해법이 제시됐다.

오슬로 협정에 따라 1994년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제한된 자치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됐다.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지위 보장,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온전한 주권 회복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평화가 오리라는 잠깐의 기대감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거부하며 사라졌다.

오슬로 협정에 서명한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1995년 11월 팔레스타인 침략에 찬성하는 자국 극우파에 의해 암살됐다. 이후 1996년 극우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을 겨눈 이스라엘의 침략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관해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0월 19일 페이스북에서 네타냐후 정권을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 파시스트들”이라고 규탄하면서 “(네타냐후 정권은) 2국가 해법은 고사하고 어떤 형태건 팔레스타인 국가는 절대불가인 ‘대이스라엘’을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정권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전역을 이스라엘로 편입해 팔레스타인을 무릎 꿇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오슬로 협정을 중재한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침략하는 이스라엘을 한결같이 지원하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전쟁에서도 ‘하마스에 맞서라’며 이스라엘에 무기와 물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이스라엘과 미국은 스스로 바뀔 일이 없으며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행동에 돌입해야 함을 보여준다.

[기사 수정: 11월 2일]

(끝)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