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8.

실패한 낙수효과에 매달리는 윤석열 정권의 친재벌 행보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라며 “저는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회양극화 등의 해법으로 ‘성장’을 제시한 것이다. 성장이면 사회문제가 해결된다는 ‘성장지상주의’이며 철 지난 ‘낙수효과’에 집착하겠다는 선언이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하고, 당시 대선에서 재벌개혁 공약들이 상당한 비중으로 제시되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방향 전환 및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형식적으로나마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했던 박근혜 정권 시절보다도 후퇴한 인식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성장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이는 규제 완화로 재벌대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경제 관련 부분을 보면,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하여 민간의 창의, 역동성과 활력 속에서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과 정부의 전방위 지원 하에,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는 대한민국 성장엔진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경제의 중심을 민간, 즉 기업과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뒤에서 재정적 지원을 하며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민간기업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며, 국민의 최저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왔던 공공영역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의 혜택은 재벌대기업이 독식하게 될 것이며 사회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낙수효과를 이야기하지만, 해외 공장건설에 매진하고 있고, 첨단공정 도입으로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져 있는 재벌대기업 중심 성장에 대한 낙수효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기 수없이 확인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 정권은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비판받아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 영역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개방하려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 찬성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나아가 윤석열 정권은 전력 판매 시장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전력이 독점해온 전기 판매 시장에 민간기업도 참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의 민영화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공기업이나 정부 자산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부와 공공부문이 해왔던 영역을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것 역시 민영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내세우는 공약 속에서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공약은 찾을 수 없다.



‘노동개악’만 있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



반면 윤석열 정권은 노동문제에 대해선 큰 방향성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노동문제는 경제성장의 하위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재벌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노동은 성장의 걸림돌이나 비용으로만 취급될 뿐이다.

지난 대선을 두고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 120시간 노동 정도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을 뿐 쟁점이 되는 노동 공약은 없었다.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약자료집을 보면 노동과 관련된 부분은 2곳에서 나오는데, 총 10가지의 공약 범주 중 2번째 ‘행복경제시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에서 ‘좋은 일자리’와 관련된 부분이, 3번째 ‘공정과 상식의 회복, 대한민국 정상화’에서 ‘노동개혁’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경제 혹은 공정 등의 하위범주에 노동과 관련된 문제가 등장한다.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가장 먼저 나오는 구호가 “역동적 혁신성장으로 성장 잠재력을 두 배로 대폭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이다. 경제를 활성화하면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낙수효과에 기댄 정책이다. 노동공약이라기보다는 경제 활성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개혁 부분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시간선택형 일자리 등을 공약했다. 이 공약들은 노동 공약이라기보다는 ‘반노동’ 공약에 가까운 것으로, 노동시간 연장, 저임금 일자리 양산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노동개악과 관련된 전반적인 기조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임금이나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힘이 약한 소규모 기업 노동자의 경우 고용의 질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야근공화국’을 만들려는 윤석열 정권



노동시간 연장 등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보인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을 통해 주 40시간제를 규정하고 있으면서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52시간까지의 노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종 예외 조항이 존재하는데, 일례로 근기법은 제53조 4항에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특별연장근로). 여기에서 1항은 법정근로시간의 연장, 즉 주당 52시간까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결국 주당 52시간을 연장해서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는 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 한해 노동시간을 늘려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가인데, 현행 근기법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 ▲사람의 생명 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갑작스러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소재·부품 및 장비의 연구개발 등이 특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특별한 경우가 정말 특별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은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사유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근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권은 법 개정이 필요한 다른 방안보다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근기법에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이 최대 몇 시간인지, 한 번 인가를 받으면 며칠 동안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지, 1년간 몇 번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을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 또한 탄력근로제 등 다른 형태로 노동시간을 늘릴 때 과반수노조나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가 필요하지만, 특별연장근로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만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최저임금 역시 최대한 인상률을 억제하며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의 친기업·친재벌 인사



이와 같은 윤석열 정권의 경제, 노동정책의 방향은 주요 인사들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인수위 주요 직책을 보면, 한국노총 출신의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말고는 노동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수위원 대다수가 재계 편향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지난 3월 22일 경제개혁연대·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은 인수위가 재계 편향 인사로 구성되었다며 인수위 구성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합류한 최종학 서울대 교수(경영학)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소송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서 지속해서 기업 편을 든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정책과 일자리 문제를 총괄하는 인수위 경제2분과(간사 1명, 위원 3명으로 구성)에는 친기업 인사 일색이었다. 간사를 맡은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현재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는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SK경영경제연구소장과 SK중국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였고, 최태원 SK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웅환 인수위원은 SK텔레콤 ESG 혁신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SK텔레콤 고문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게 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며, 박근혜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국무조정실장 시절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없애버린다는 ‘규제 기요틴’ 정책을 추진했다. 

추 장관은 지명 당시 “지금은 경제 대책이 정부나 재정 주도이지만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중심은 민간과 기업, 시장”이라며 기업에 주는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규제는 과감히 풀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2018년에는 최근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결정하도록 의무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20년에는 기업 경영권 보호 장치인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의 경우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들이 나왔었다. 이 장관이 노동계(한국노총) 출신으로 과거의 노동에 대한 관점이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장관의 노동 관련 인식을 보면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이 장관은 “과거 입장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실상의 ‘전향’을 선언했다.

이 장관은 2016년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당 1만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업체는 망해야 한다”라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도 단순히 최저임금 부담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편 바 있다(프레시안, 2022.05.04.).

하지만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에 대해 “현행법상 차등을 둘 순 없다”라면서도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께서 심의해서 결정하면 가능하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이 장관은 지난해 1월 한 칼럼에서 “규모별로 법 적용을 달리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라며 경영계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지원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기업 대응은 세계적 중심 흐름과는 맞지 않다”라고 비판했다(경향신문, 2022.05.04.). 

하지만 청문회 답변서에서는 ‘단계적 적용’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기업의 규제 완화 요구를 비판하던 입장도 바꿔 기업이 스스로 산재예방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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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과 극심해진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절박한 시기에 윤석열 정권은 철 지난 규제 완화와 낙수효과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나아가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전 세계적인 대전환의 시기에 진입해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노동에 많은 변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인간 노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인간의 노동이 자연환경과 어떤 연관을 맺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이러한 큰 방향성이 읽히지 않는다. 오로지 재벌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성장의 걸림돌인 노동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참된 노동의 가치를 찾고, 인간적 삶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

 

박영준 자주시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