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1.

2022년을 맞아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가 공동으로 신년기획을 준비했다. 네 번째 주제로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문제를 짚어봤다. 

 


몰락하는 미국, 미래가 없다

 

 

 

 

바닥을 치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바이든 지지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척 좋지 않다. 인터넷에서 ‘바이든 지지율’을 검색하면 뜨는 기사 제목들은 “집권 2년 차 바이든 지지율 또 최저”, ““대통령 때문에 좌절감”…美 바이든 집권 1년 차 최악 성적표”, “‘바닥 알 수 없는’ 바이든 인기 하락..국정 수행 지지율 33%” 등이다. 심지어 1월 29일에는 “‘바이든 피해야 산다…미국 민주당 후보들 선거전략’”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도대체 지금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임기 1년이 갓 지난 대통령 지지율이 이 모양이란 말인가. 지난 1월 23일(현지 시각) 폭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85%), 범죄율(81%), 정치 분열(78%)이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1~3위이다. 여기에서 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중 물가 문제를 살펴보자.

1월 13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물가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주거비와 중고차, 식료품이 주도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1% 각각 올라 2007년 2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민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식료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많은 국민이 우려할 만하다.

코로나19도 바이든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딱히 없다. 연초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고, 지금도 수십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25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가 2천258명으로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눈을 돌려 여타의 사회 불안 요소들을 살펴보면 바이든을 흔드는 미국 국내의 상황이 바이든 임기 1년의 실정 때문에만 벌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해 국가의 힘이 약해지고 그것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집권 1년밖에 되지 않은 바이든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여타의 사회 문제를 살펴보자.

 


갈수록 약화하는 미국의 경제 체력



자본주의 나라의 경제 체력이 강하면 중산층이 두텁다. 미국의 국력이 쇠락하는 것은 우선 중산층이 몰락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져 양극화가 극단화되고 있는 데서 드러난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발표한 데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산층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중산층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몰락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중산층의 몰락을 촉발하고 있는 것인데,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이 주된 원인이다. 중산층 몰락의 결과 죽을 때까지 자동차 등을 이용해 떠돌며 일하는 노마드(유랑) 족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책 ‘노마드랜드’는 이런 실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타기도 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최악의 극한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현재 상위 1% 부자들의 총자산은 미국 전체 자산의 32%를 차지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위키리크스 한국은 2021년 10월 19일 “'빈익빈 부익부' 심화하는 미국...상위 10% 부자가 전체 주식 89% 소유” 제하의 기사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상위 1% 부자들이 주식과 뮤추얼 펀드로 불린 자산은 6조5천억 달러(약 7천719조 원)로 같은 기간 하위 90% 미국인들의 자산 증가분(1조2천억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경기 악화로 실업과 임금삭감이 속출하는 와중에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는 기록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가 최악의 극한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전미저소득주거연합(NLIHC)'이 작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머나먼 내 집 구하기(Out of Reach: The High Cost of Housing)’에 따르면, 미국 내에 전 시간 근무 최저임금 근로자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면서 얻는 소득으로 2인용 침대가 들어간 단칸방 아파트를 월세로 계약하는 것이 가능한 지역이 없다고 한다. 또 미국 전체의 3,000곳이 넘는 카운티(행정구역 단위) 중 불과 7%의 지역에서만 최저임금 근로자가 1인용 침대 하나만 들어가는 최하급 수준의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온종일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일주일에 무려 89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을 해야 1인용 침대 아파트라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 한 명이 벌어들인 시급에서 주거비로 쓸 수 있는 돈을 전체의 30%로 가정하고 산출한 내용.)

이런 영향 탓에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자리를 잃어 집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난 사람은 6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HUD(미국 주택도시개발)가 밝힌 내용이다. 라스베이거스 거리의 빗물 배수구 아래에 있는 600마일에 달하는 지하터널에 1,500명의 노숙자가 거주하고 있는 현실이 최소한의 주거도 보장하기 힘든 미국의 저임금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상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체력이 약해져 나타나는 현상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몰락을 부추기는 사회문화적 병폐

 


그런데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사회문화적으로도 병들고 피폐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퇴폐 향락적 생활 문화가 미국인을 정신적, 육체적 불구로 만들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켄싱턴이라는 도시에는 길거리에 마약에 취한 사람이 널렸다. 아이들이 등하교를 위해 지나는 길가에 한눈에 봐도 마약에 취해 마치 좀비 같은 형상으로 서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한 모습은 엄청난 충격을 던진다. 이들은 전국에서 몰려든 마약 중독자들이다. 경찰도 단속을 포기한 이 거리에서는 마약 거래가 일상적이다

놀라운 사실은 마약 중독을 사회 문제로 만든 장본인이 제약회사라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헤로인의 몇 배에 달하는 중독성을 지닌 오피오이드 성분이 든 마약성 진통제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벌었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제약회사의 로비와 선전이 힘을 발휘했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결국 약값보다 싼 헤로인, 펜타닐을 찾아 헤매며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마약은 신체기능을 저하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제약회사들은 해독제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마약 중독 자체도 심각하지만, 미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제약자본의 도덕적 해이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알코올 중독 문제도 심각하다. 2018년 1월 2일 인터넷 매체 ‘뉴스페퍼민트’에 실린 ‘[칼럼] 미국의 음주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음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수가 약 50% 증가했다. 알코올 섭취가 주원인이라고 알려진 간 경변의 경우에도 사망자 수가 30년간의 감소 추세에 마침표를 찍고, 2006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알코올 연구자들과 물질사용(substance-use) 임상의학자들은 위험한 음주가 이처럼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질남용 환자 전문 임상심리학자인 앤드루 타타르스키 박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는 끝나지 않는 전쟁 상태를 지속해 왔고, 우리 모두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타타르스키 박사는 “최고 부유층의 소득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수많은 서민은 여전히 입에 풀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세제 개편과 건강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더 무겁게 할 뿐이다.”

 

2015년 초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를 보면 2010∼2012년 사이 해마다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평균 2천221명에 달했다. 이는 하루에 6명꼴로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는 얘기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번 조사는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 사망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가량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로 추정된다.

총기 문제도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2021년 연초부터 5월까지 총 8,100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했는데, 하루 평균 54명이다. 전장에서 죽는 사람보다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인구 100명당 121개의 총기가 있으며, 성인의 44%가 자신의 집에 총기를 두고 있다고 한다.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매번 총기 회사들의 로비로 인해 총기 규제는 물 건너간다.

 


미국에 미래가 없다

 


경제학자인 앤 케이스(Anne Case)와 앵거스 디튼(Angus Deaton)은 저서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Deaths of Despair and the Future of Capitalism : 프린스턴대학 출판)”에서 “현재 형태의 자본주의가 많은 서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자살, 약물 과다 복용,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절망의 죽음이 극적으로 증가했고, 이제는 매년 수십만 미국인의 생명을 앗아간다”라고 했다. 이들의 이런 주장은 마약, 알코올 중독이 미국 내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걸 뒷받침한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데서 미국의 경제적 체력 약화가 각종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적 체력 약화는 사회문화적 병폐를 심화하고, 사회문화적 병폐가 국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체력 약화는 인재의 사회진출 방향도 바꾸어놓았다. 경제적 체력이 약해지다 보니 점점 더 물건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금융업은 점점 더 덩치가 커지고 그 종사자들은 종류도 채 다 알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아 손쉽게 돈을 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의 수재들은 돈을 좇아 금융계로 먼저 진출한다고 한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을 추동하는 기초과학, 첨단기술 분야로 인재가 많이 진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쪽 분야는 인도, 중국 출신의 수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수재들은 보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금융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그로 인해 사회문화적 병폐도 심화하는 상황에 수재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돈을 좇는 이런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지금의 현실이 어렵다고 장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자기 앞에 놓인 지금의 심각한 난국을 헤쳐나갈 동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저무는 제국 미국의 결정적 몰락이 머지않았다.

신은섭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