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미국이 이를 적극 지지한 뒤 한 달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반대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과 미국은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양새다.

1. “방사능 오염수 방류하지 마라!” 일본에서 쏟아지는 목소리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 어민들이 모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에서 ‘방류 절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지난 4월 13일, 기시 히로시(岸宏) 전어련 회장은 성명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어업인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을 비롯한 정치권 곳곳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자민당 소속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중의원 의원은 닛칸겐다이와 인터뷰에서 “보통 다른 원전은 연료봉이 피막에 둘러싸여 냉각수가 직접 연료봉에 닿을 일이 없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은 바깥에 나와 있는 냉각수가 직접 연료봉에 닿는다. 처리수(오염수)에 포함된 건 사고를 낼 수 있는 핵종”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야마조에 다쿠(山添拓) 일본공산당 참의원 의원은 의회에서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겠다’라고 문서로 답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마조에 의원은 “관계자의 이해는 구했는지 도쿄전력에 물었더니 ‘이제부터 이해를 구해가겠다’라고 답변했다. 이건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짚었다.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 도심에 있는 총리관저 주변에서는 일본 시민 수백 명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긴급항의행동을 열었다. 긴급항의행동은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을 비롯한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됐다.

원전 폭발로 ‘직접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59개 시정촌(일본의 기초 행정구역) 가운데 41개 시정촌 의회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일본 언론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후쿠시마현 지역 신문인 후쿠시마민보는 “(정부는) 후쿠시마현 어민연합과 한 약속을 파기하지 마라. 정부는 그때(어민연합과 만날 때)마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먹구구식 태도만 보였고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도쿄신문은 “건강 피해를 의심하는 시민들도 있다. 불신과 불안을 남긴 채로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자국 여론을 무시하며 귀를 꽁꽁 닫고 있다.

2. 국제사회로 퍼져나가는 오염수 반대 여론


일본을 규탄하고 나선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 24개국 311개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해선 안 된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달했다. 해당 서한에는 세계 각국 시민 약 6만 5000명의 서명이 담겼다.

국제 환경단체로 잘 알려진 그린피스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 18만 3754명의 서명을 모아 경제산업성에 보냈다.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일본 스가 내각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오염수 방류는) 아시아‧태평양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국제해양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일본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대응도 인상 깊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의 행태는 저 하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류를 위협하고 전 지구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장본인, 희세의 파렴치한으로서의 본색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양은 일본의 쓰레기통이 아니고,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 “오염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오염수로 밥,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어라”라며 일본을 규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일본은 어업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동북아시아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오염수 방류 반대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한국과 중미지역 8개국(SICA) 간의 외교차관회의에서는 벨리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등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해양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필요성’이 강조됐다고 한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오염수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총회에서는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에서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 바이든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4월 25일, 미국의 해양생물학 권위자인 릭 스타이너 박사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가리켜 “가장 저렴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를 건설하는 등 얼마든지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음에도, ‘싸게 처리하기 위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스타이너 박사는 또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신뢰할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스타이너 박사의 이 말은, “오염수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라고 한 일본 정부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거스르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나 홀로 편드는 미국의 논리 역시 갈 곳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 일본에 강력 대응해야

 

일본 정부는 지난 1993년 러시아 정부가 접경지역인 홋카이도(北海道) 인근에 핵폐기물 900 톤을 방류하자 “전면 반대한다”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그랬던 일본이 지금 와서 30여 년 동안 총 125만 톤이 넘는 막대한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성은 러시아 방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녹아내린 원전 연료봉에서 끝없이 뿜어나오는 위험천만한 방사성 물질이 직접 냉각수에 닿아 발생한, ‘고위험 오염수’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유례가 없는 천인공노할 국제 범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면 200일이면 제주도, 260일이면 동해 앞바다에 닿는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듯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들어오면 암과 백혈병을 유발한다. 이미 후쿠시마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먹은 일본 방송인들이 ‘내부 피폭’으로 암,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끔찍한 사례도 있다. 

강조하건대 일본과 미국이 합세한 오염수 방류 결정은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핵테러’다.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지금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일본과 바닷길을 통해 맞닿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을 향해 강경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책으로는 도쿄올림픽 불참, 지소미아 파기, 외교관계 단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일본을 상대로 한 남북의 공동대응, 중국과의 공동대응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편든 미국에도 제대로 할 말을 해야 한다. 마침 오는 5월 21일로 한미정상회담이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방사능 오염수 방류 지지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대학생들이 한 달 가까이 오염수 방류 철회를 소리 높이며 밤샘 농성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난 5월 15일, 대사관 앞에 모인 대학생들은 “대학생들이 끝까지 방사능 오염수 저지하겠다.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반드시 고쳐놓고 대한민국 국민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그 날을 만들어내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제2의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다시금 펼쳐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외에서 빗발치는 ‘오염수 절대 반대’ 여론에 화답해 적극 일본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당당한 주권국가다. 지금은 일제강점기가 아니며, 대한민국에는 일본과 싸워 이겨낼 위대한 국민이 있다. 우리 정부는 핵테러를 거리낌 없이 벌이려는 일본과 힘껏 맞서 싸워야 한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