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2.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집권 전 대대적인 대북적대·공세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바이든 정권은 2020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겠다”라고 하는 등 북한을 공격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바이든 정권은 실제로는 시종일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1. 대북 공세 엄포했던 바이든 정권,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주고받았던 식의) 러브레터는 없을 것.”
-2019년 11월 15일, 바이든이 한 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으로) 북한이 더 치명적인 미사일을 갖고 있고 이전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춘 상황이다.”
-2020년 10월 25일, 바이든이 한 말.

이 밖에도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뒤집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 뒤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고는 북한에 날 선 말을 쏟아낸 ‘매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같은 인사들이 고위직에 올랐다. 머잖아 북한을 겨눈 미국의 대대적인 공세가 펼쳐질 듯했다.

그런데 바이든 정권 출범 후 3개월이 넘게 지난 지금 미국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가장 큰 대외정책의 위협”, 오스틴 국방장관이 “북한은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말뿐이다. 정작 바이든 정권에서 북한을 겨눈 실제 행동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배를 흔들지 말라.”

바이든 정권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참모 회의를 통해 내렸다는 결론이다. 이에 미국 언론은 ‘바이든 정권에서 북한과 대결하게 되면 미국에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을 적극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6일, 미 언론 NBC가 낸 보도는 미국의 현재 처지를 살펴보기에 적절하다.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북한의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 인물 3명을 제재했다고 발표하며 북한을 ‘범죄조직’이라고 칭했다. 그런데 미 백악관에서 ‘백악관과 조율되지 않은 표현’이라고 ‘발끈’하며 법무부를 다그쳤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북한을 자극할까 두려운 나머지, 일일이 하위 부서 단속에 나선 바이든 정권의 절박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2. 공식명칭조차 공개 못한 한미연합훈련

북한을 향한 미국의 저자세는 지난 3월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을 봐도 드러난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그쳤다. 특히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함께 하는 야외 기동연습조차 하지 않았고, 공식 입장을 내 훈련이 “방어적 성격”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보수·극우 진영에서 비판과 뒷말이 무성하다. 오죽하면 지난 2월 27일,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연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도 실탄 한번 쏘지 않는 컴퓨터 게임으로 진행됐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훈련 이름도 붙이지 못해 ‘홍길동 훈련’이란 말까지 나왔다”라고 짚었을까.

훈련의 공식명칭은 훈련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과거 한미연합훈련의 공식명칭은 ‘팀스피리트(연대의식)’, ‘키리졸브(중요한 결의)’,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이었다. 팀스피리트나 키리졸브라는 영문명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공식명칭을 통해 ‘북한에 맞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바이든 정권은 트럼프 정권에 이어 훈련 명칭 공개를 꺼리고 있다. 올해 미국은 공식명칭을 숨긴 채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한미연합지휘소훈련으로, 여기에서 또다시 말을 바꿔 연합지휘소훈련으로 소개했다. 북한의 강경한 대응을 우려한 나머지 미국이 몇 발짝 물러선 것이다. 이를 보면 북미관계에서 수세에 몰려 쩔쩔매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인 듯하다.

지난 4월 5일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대북정책과 관련,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와 한미연합훈련이 변화될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현재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에 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는 주한미군·한미연합훈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결만큼은 피하고 싶은 미국의 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지난 2월 중순부터 한미연합훈련 직전까지 다양한 통로로 북한에 접촉 요청을 했지만 북한이 모조리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은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오면서 우리와의 접촉을 요청했다”라며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의 여러 언론에서는 바이든 정권이 물밑에서 대북 접촉에 나섰다는 ‘설’을 보도로 내놨지만 백악관은 공식 확인을 삼간 바 있다. 바이든 정권은 최선희 부상의 발언 뒤에도 “접촉을 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라고만 밝히고는 별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역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이 굉장히 신경을 기울이는 태도로 읽힌다.

3. 북한이 미사일 쏠까 전전긍긍하는 미국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이 갈팡질팡하는 사례가 또 있다. 지난 3월 21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사실은 3월 24일이 되어서야 알려졌다. 미군 당국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면서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려는 통에 뒤늦게 전해진 것이다. 미국이 자국 내 ‘반북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소식을 숨기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 3월 25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라며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바이든 정권이 북한에 추가 제재·군사 행동 같은 강력한 대응을 벌일지는 의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위 발언에 이어 “우리는 어떤 형태의 외교도 준비하고 있다”라며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 내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북한과 대화를 촉구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세한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이렇게 한 뒤 제재 완화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등 외교적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이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말.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무언가 신호를 먼저 발신해야 하며,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경우 올해 후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탄두가 태평양에 떨어지면서 ICBM이 완전히 작동한다는 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의지를 지금, 분명히 (북한에) 밝혀야 한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이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말.

4. 북한 앞에만 서면 초라해지는 미국

현재 바이든 정권은 북한의 강경한 대응이 두려워 차마 대북적대·공세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만큼은 발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안일한 인식으로는 미국이 불리해질 뿐이다.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규모를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한 상황에서 언제든 미국을 겨눈 북한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대로라면 언제, 어느 때라도 미국 앞바다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떨어지는 ‘악몽’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앞에서는 북한을 적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벌여놓고 뒤로는 북한에 대화를 ‘간청’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대북정책에서 끝없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후퇴하는 미국은 망신살만 잔뜩 뻗치고 있다. 이미 북한 앞에서 저자세로 쩔쩔매는 바이든 정권의 딱한 처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와중에 바이든 정권에서 지난 2018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한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할지 말지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북관계에서 궁지에 몰린 미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 봄 직하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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